일본 기업 75% “미국과의 새 관세 합의, 최악은 피했다”

일본 주요 기업의 4분의 3이 최근 미·일 간 관세 합의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본 정부가 지난달 타결한 협상에서 일본이 일부 양보를 끌어냈다는 점이 호평의 배경으로 분석된다.

2025년 8월 13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니케이리서치는 7월 30일부터 8월 8일까지 497개사에 설문을 발송해 241개사로부터 응답을 얻었다. 조사 대상 기업은 모두 익명을 조건으로 의견을 밝혔다.

응답 기업의 75%는 미국과의 ‘관세 휴전’ 덕분에 가장 우려했던 충격을 피했다는 데 동의했다. 합의 내용에 따르면 미국의 일본산 수입품 전반에 적용될 관세는 25%에서 15%로 낮아졌고, 자동차에 대한 수입 관세도 종전 계획이던 27.5% 대신 15%로 조정됐다.


관세 세부 내용 및 업계 반응

이번에 설정된 15% 자동차 관세는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가 발효되기 전 적용되던 2.5%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다. 그럼에도 업계는 ‘최악의 시나리오’였던 25% 관세를 피했다는 점에서 안도하는 분위기다.

최악은 피했다. 그러나 부정적 파급효과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므로 상황을 면밀히 지켜봐야 한다.” — 화학업체 경영진

실제로 도요타자동차는 관세 리스크를 반영해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를 기존 대비 16% 하향 조정했으나, 소니는 영향이 예상보다 작다며 연간 이익 전망을 4% 상향했다. 이러한 엇갈린 실적 전망은 관세 영향의 복합성을 시사한다.

조사 응답 기업 중 38%는 합의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이 있을 것이라 답했으며, 20%는 ‘긍정적 영향’을 예상했다. 나머지 기업은 영향이 제한적이거나 불확실하다고 응답했다.

설비투자(capex) 계획 변화 여부에 대해서는 95%가 “변경 없다”고 밝혀, 관세 조정이 단기적 투자 전략에는 큰 변수를 주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전가(Price Pass-Through)와 물가 압력

가격 정책과 관련해 54%의 기업은 “원가 상승분을 가격에 계속 반영할 것”이라고 답했다. 반면 46%는 “추가 인상 여력이 거의 없다”고 봤다. 일본의 근원 소비자물가 상승률(신선식품 제외)은 3년 이상 일본은행 2% 목표를 웃돌며 고공행진 중이다.

“가격 인상이 수요 위축과 시장 축소를 초래하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인상 한계에 다가섰다.” — 도매업체 관계자

‘안티 에스피오나지’(Anti-Espionage) 법안 논의

외국 정보활동(스파이 행위)으로부터 기술·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안티 에스피오나지 법 제정 필요성에 대해서는 60% 이상이 현행 법·제도가 불충분하다고 응답했다. 구체적으로 42%“신속 도입이 필요하다”, 또 다른 42%는 “신중 검토가 필요하다”고 답했고, 강하게 반대한 기업은 단 1%에 그쳤다.

용어 설명
‘안티 에스피오나지 법’은 국가 중요 정보와 첨단기술의 유출을 막기 위해 스파이 활동을 처벌·통제하는 법률을 의미한다. 일본에서는 40년 전 관련 법안이 제출됐으나 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로 폐기된 전례가 있다.

“일본은 정보보호 체계에서 이미 글로벌 스탠더드에 뒤처졌다. 안티 에스피오나지 법 같은 실효적 보완책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 — 정보서비스업체 관리자


설문 방법론(Methodology)

이번 조사는 니케이리서치가 이메일 및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익명성을 전제로 진행했다. 응답 기업은 제조, 유통, 정보기술, 금융 등 다양한 산업에 걸쳐 있으며, 표본은 일본 상장·비상장 대기업을 고르게 포함하고 있다.

관세(tariff)란 국가가 국경을 통과하는 재화·용역에 매기는 세금이다. 일반적으로 자국 산업 보호나 무역수지 개선을 위해 활용되지만, 지나치게 높을 경우 교역 상대국의 보복관세를 유발해 글로벌 공급망에 충격을 주기도 한다.

이번 미·일 합의는 미국 대선 정국에서 보호무역 기조를 유지하되 동맹국 일본과의 갈등을 완화하려는 전략적 타협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자동차 부문처럼 아직 기존 수준(2.5%)보다 높은 세율이 적용되는 영역이 남아 있어 양국 간 무역 마찰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관세 완화 효과가 우세하겠지만, 중장기적으로 기업의 공급망 다변화와 리스크 헤지 전략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진단한다. 특히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일본 기업은 가격전가와 비용 절감 두 카드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