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기업 설문] 일본 주요 기업 가운데 약 47%가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의 통화정책 운용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부정적 평가(30% 안팎)를 웃도는 수치다.
2025년 9월 10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일본 경제 전문조사기관 니케이리서치가 8월 27일부터 9월 5일까지 국내 상장사 497곳에 설문지를 발송해 238곳(익명 응답)의 답변을 취합했다.
우에다 총재는 취임 2년 차인 지난해, 10년 넘게 지속돼 온 일본은행의 초완화적 통화정책을 단계적으로 종료했다. 그는 마이너스 금리·리스크 자산(ETF‧J-REIT) 매입·일드커브컨트롤(YCC)*을 차례로 접으며 기준금리를 플러스 영역으로 되돌렸다.
*YCC(일드커브컨트롤)은 중앙은행이 장단기 국채수익률을 특정 범위에 묶어두는 비전통적 정책 수단이다. 일본은행은 10년물 국채금리를 0% 안팎으로 제한해 왔다.
■ 기업 평가: “혼란 없이 출구전략”
설문에 응한 한 세라믹 제조업체 임원은 “마이너스 금리와 YCC를 큰 시장 혼란 없이 종료한 점이 높이 평가된다“고 밝혔다. 반면 일부 기업은 “금리 인상 속도가 지나치게 느리다”거나 “오히려 너무 빠르다”는 등 상반된 불만을 표했다.
일본은행은 올해 들어 2000년대 초반 금융불안 완화를 위해 매입했던 은행주 등을 완전히 처분했다. 현재 시장의 관심은 37조 엔(약 2,511억 달러) 규모로 장부가가 잡혀 있는 상장지수펀드(ETF) 보유분의 매각 시점과 방식에 쏠려 있다. NLI리서치인스티튜트 이데 신고 주식전략가는 작년 8월 말 기준 ETF 보유 자산의 시가를 80조1000억 엔으로 추산했다.
설문에서 60%의 기업은 “우에다 총재 임기(2028년 4월)와 무관하게 적절한 매각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21%는 “현 임기 중 방침을 확정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 외국인 노동력 의존 심화
이번 조사에 따르면 10곳 중 8곳의 기업이 이미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다. 이유로는 심각한 국내 인력난(55%), 해외 사업 강화(39%), 전문 지식·기술 확보(30%)가 꼽혔다※복수응답 허용.
일본 후생노동성이 발표한 2024년 통계에 따르면, 일본 내 외국인 노동자는 전년 대비 12.4% 증가한 사상 최대 230만 명이다. 같은 해 7월 실시된 참의원 보궐선거에서 산세이토(参政党)가 “외국인 노동자 수용 규제 강화”를 주장하며 제4야당으로 부상하면서, 이민 정책 논쟁이 본격화됐다.
그러나 응답기업의 75% 이상은 “외국인 입국 규제를 강화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한 운수업체 관계자는 “인구 감소가 가속화되는 현실에서 국가 발전을 위해서는 외국 인력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고용난이 불러온 도산 증가
도쿄상공리서치 자료에 따르면, 인력난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기업 파산은 올해 1~8월 238건으로 집계됐다. 현 추세가 이어질 경우 2025년 연간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높다.
■ 하반기 실적 전망과 리스크
조사 대상 기업 중 47%는 10월 시작되는 사업연도 하반기 실적이 “애초 계획을 달성할 것”으로 밝혔다. 그러나 32%는 “목표 미달 가능성”을, 나머지는 “판단 불가” 또는 “상향 조정”을 예상했다.
기업들이 꼽은 위험 요인은 원자재 가격 변동, 환율과 금리 흐름, 그리고 미·중 무역 갈등 속 미국의 신규 관세였다. (1달러=147.31엔 환율 기준)
■ 기자의 시각
이번 설문 결과는 일본은행 출구전략에 대한 시장 수용성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다. 우에다 총재가 “통화정책 정상화“라는 험로를 비교적 안정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가 우세하지만, 금리인상 속도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지속되고 있다. ETF 대량보유라는 과제가 남아 있는 만큼, 향후 매각 로드맵의 설계가 일본 금융시장 변동성을 좌우할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또한, 구조적 인구 감소와 노동력 공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외국인 노동자 정책은 기업 활동뿐 아니라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중장기 어젠다로 부상했다. 정부·정치권이 정책적 명확성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기업들은 인력 조달과 비용 측면에서 더 높은 불확실성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