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가 달러 및 주요 통화에 대해 급락하며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일본은행(BOJ)이 정책금리을 3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인상했지만 향후 추가 인상 시점과 속도에 대해 명확한 신호를 제시하지 않아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됐다.
2025년 12월 19일,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BOJ는 정책금리를 0.50%에서 0.75%로 인상했다. 이 결정은 정책당국자들이 이미 널리 시사한 바 있어 시장 참여자들은 즉각적인 가격 반응으로 매도 포지션을 취했다. 엔화의 약세는 BOJ 총재인 우에다 가즈오(Kazuo Ueda)의 기자회견 발언 후 더욱 확대됐다. 우에다 총재는 향후 금리 인상 시점과 속도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추가 긴축의 문은 열려 있다”고만 언급했다.
이 같은 불확실성 속에서 달러/엔 환율은 한때 157.67엔까지 상승해 4주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이날 기준으로는 157.535엔(+1.23%) 수준에서 거래됐다. 유로/엔은 사상 최고치인 184.71엔을, 스위스 프랑/엔은 197.23엔을 각각 기록했고, 파운드/엔은 210.96엔(+1.36%)으로 2008년 이후 최고치에 근접했다.
“대부분 통화는 안정세를 보이나, 가장 큰 이슈는 엔화다”라고 마크 챈들러(Marc Chandler), Bannockburn Global Forex의 수석 시장전략가는 평가했다. 이어 그는 “BOJ는 예상대로 금리인상을 단행했고 경제가 전망대로 전개되면 추가 인상을 시사했다. 많은 시장참여자들은 BOJ가 충분히 매파적(강경)이지 않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BOJ는 성명에서 기조 인플레이션이 2027 회계연도까지의 3년 전망 기간 후반부에 2% 목표에 수렴할 것이라는 기존 관측을 유지했다. 또한 실질금리는 인상 후에도 “현저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재확인하며, 경제 및 인플레이션 흐름이 전망에 부합하면 긴축을 계속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문구만으로는 엔화의 하락세를 진정시키기에는 부족했다.
시장 참여자들은 이미 11월 엔화가 달러 대비 155선을 돌파한 이후 통화당국의 공적 개입(통화개입) 가능성을 고려하기 시작했다. 도쿄 당국이 시장에 개입해 엔화를 방어한 마지막 시점은 2024년 7월로, 당시 달러/엔은 161.96엔까지 치솟아 1980년대 중반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가타야마 삿츠키(片山さつき) 재무상은 금요일에 외환시장의 과도한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해 도쿄가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녀는 “투기적 움직임을 포함한 과도한 움직임에 대해 우리는 적절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BBH의 엘리아스 하다드(Elias Hadad)는 투자자 메모에서 “우리는 BOJ의 완화적 내러티브를 약화시킬 것”이라며, 추가 금리 인상을 위한 기준이 낮다고 평가했다. 그는 첫째로 BOJ가 ‘기업의 적극적 임금설정 행태가 중단될 위험은 낮다’고 경고해 임금과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될 가능성을 시사한 점을 지적했고, 둘째로 우에다 총재가 정책금리가 중립금리 범위의 하단에서 아직 거리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유럽 및 기타 통화 시장 동향
유럽연합(EU) 지도자들은 금요일에 러시아의 동결자산을 사용하기보다는 향후 2년간 우크라이나 방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차입을 결정했다. 이는 러시아 국고 자금을 활용하자는 전례 없는 계획을 둘러싼 분열을 회피한 조치다.
유로는 달러당 1.1720달러에서 보합세를 유지했다.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크리스틴 라가르드(Christine Lagarde)는 목요일에 향후 정책에 대한 전진 안내(포워드 가이던스)를 제시하지 않으며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고 밝혀 매파적(금리인상 지지) 목소리를 누른 것으로 해석됐다. ECB는 예상대로 정책금리를 2.00%로 동결했다.
파운드는 영국은행(BOE)이 정책금리를 예상대로 3.75%로 인하한 영향으로 한때 큰 변동을 보였다가 1.3388달러 부근에서 거래를 마감했다. 시장은 결정 과정이 예상보다 박빙이었다고 평가해 추가 완화 여지가 제한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의 물가가 급락하는 예기치 않은 지표를 내놓으면서 한때 달러는 소폭 약세를 보였으나, 데이터 수집이 미국 정부 셧다운으로 중단된 점이 신뢰도를 떨어뜨렸고 달러는 곧 반등했다.
그 외 통화 동향으로 호주달러는 0.66175달러(+0.06%)로 소폭 강세, 뉴질랜드달러는 0.57619달러(-0.23%)로 약세를 보였다. 달러는 역외 중국 위안화에 대해 7.0342위안 수준에서 보합을 보였다.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비트코인이 87,978.94달러(+2.77%)로 상승했고, 이더리움은 2,991.88달러(+5.73%)로 큰 폭 반등했다.
전문가 설명: 주요 용어와 메커니즘
본 기사에서는 몇 가지 금융·통화 용어가 등장한다. 먼저 정책금리은 중앙은행이 금융기관에 제공하는 기준 금리를 의미하며, 이는 단기 시장금리와 대출·예금 금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중립금리(neutral rate)은 경제가 과열되거나 침체하지 않는 상태를 유지시키는 이론적 금리 수준으로, 정책금리가 중립금리보다 높으면 통화정책은 긴축적, 낮으면 완화적이라고 본다. 통화개입은 정부나 중앙은행이 외환시장에서 직접 달러·자국통화를 사고팔아 환율을 안정시키려는 행위로, 주로 환율이 급격히 움직일 때 사용된다.
또한 시장에서 사용하는 ‘매파적(hawkish)’·’비둘기적(dovish)’ 표현은 금리기조에 대한 태도를 가리킨다. 매파적은 물가 억제 목적의 금리인상 선호를, 비둘기적은 경제활성화를 위해 완화정책을 선호함을 뜻한다.
향후 전망과 시장 영향 분석
엔화의 현재 약세 흐름은 몇 가지 경로로 향후 글로벌 금융시장과 일본 경제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첫째, 수입 물가 상승을 통한 일본 내 인플레이션 압력 확대다. 엔화 가치가 하락하면 에너지·원자재 등 수입 가격이 상승해 기업 비용과 소비자 물가를 밀어올릴 수 있다. 둘째, 수출 기업에는 경쟁력을 제공할 수 있으나 임금 상승이 동반되지 않을 경우 실질 구매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셋째,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는 해외 투자자들의 포지션 청산을 촉발해 주식·채권시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정책적 측면에서는 도쿄 당국의 개입 가능성이 핵심 변수다. 이미 시장은 155엔 돌파 시점을 기점으로 개입 확률을 계산하고 있으며, 정부는 필요 시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다만 실제 개입은 외환보유액의 규모, 국제적 반응, 지속성 있는 환율 변동성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루어지므로 시점과 강도는 불확실하다.
금리 전망 측면에서는 BOJ가 추가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엔화 약세를 제약할 수 있다. BOJ 스테이트먼트와 우에다 총재의 발언은 경제 및 인플레이션이 전망대로 진행될 경우 추가 긴축 여지가 있음을 시사하므로, 향후 잡히는 고용·임금 및 물가 지표에 따라 엔화는 변동성이 큰 흐름을 지속할 전망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단기적으로는 환율 변동성 관리, 중장기적으로는 일본의 임금 상승 여부와 BOJ의 통화정책 기조 변화를 관찰해야 한다. 특히 기업의 임금 결정 행태와 소비자 물가의 기조적 흐름은 BOJ의 추가 금리결정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핵심 변수다.
결론
12월 19일의 BOJ 금리인상은 시장의 예상 범주 내에서 이뤄졌으나, 향후 금리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은 엔화의 급락을 초래했다. 도쿄 당국의 개입 경고와 BOJ의 “추가 긴축 여지” 언급은 향후 통화정책과 외환시장의 상호작용을 중요한 변수로 남긴다. 투자자와 정책당국은 임금·물가·경제지표의 추가 흐름을 면밀히 관찰해야 하며, 단기적 변동성 확대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기자: Chibuike Oguh, Amanda Cooper / 로이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