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J 정책 변화 임박] 일본은행(BOJ)이 식료품 가격 상승이 광범위한 인플레이션으로 번질 위험을 처음으로 명확히 제시하며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에 나선 것으로 평가된다.
2025년 8월 1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우에다 가즈오 총재는 전날 열린 정례 금융정책결정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핵심 인플레이션이 2% 수준에 확고히 달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의미가 아니다”라며 “물가가 2%에 도달할 가능성이 얼마나 높은지가 결정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총재의 발언을 다소 완화적(dovish)으로 해석했으나, 정책보고서(분기 전망) 곳곳에 드러난 매파적(hawkish) 신호는 일본은행이 ‘관망 모드’를 마치고 다시 행동(금리인상)으로 옮길 채비를 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 식료품발(發) 2차 파급효과 경고
새 보고서는
“식료품과 같이 소비자가 자주 구매하는 품목의 가격 상승이 장기화될 경우 2차 파급효과(second-round effects)를 통해 기저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수 있다”
라고 명시했다. 이는 일시적(transitory)이라던 식료품 인플레이션을 구조적 위험으로 격상시킨 첫 사례다.
특히 노동·물류 비용 전가까지 언급하며 “가격 인상이 원자재뿐 아니라 인건비와 유통비까지 포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기업들이 과거와 달리 가격 전가를 주저하지 않으면서, 임금·가격 악순환 대신 임금·가격 동반상승 구도가 자리 잡고 있음을 시사한다.
◆ 인플레이션 균형 평가·대미(對美) 관세 위험 완화
보고서는 5월 1일 전망에서 “가격 전망 리스크가 하방으로 치우쳐 있다”고 했으나 이번에는 “균형적(balanced)”으로 상향 조정했다. 또한 미국 관세정책과 관련해 “극심한(extremely) 불확실성”이라는 표현을 삭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제시한 ‘상호 관세’(reciprocal tariffs) 충격이 다소 완화됐음을 반영했다.
우에다 총재는 “경제가 절벽에서 떨어질 위험은 줄었다”면서도 추가 데이터를 지켜볼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는 9월·10월·12월 회의 모두에서 ‘라이브 미팅’ 가능성을 암시한다.
◆ 스왑금리(swap rate)와 시장 기대
스왑금리란 고정금리와 변동금리를 교환하는 파생상품 거래에서 형성되는 금리로, 중앙은행 정책금리 기대치를 실시간으로 반영한다. 현재 스왑시장은 10월 금리 0.75% 인상 가능성을 54%, 12월에는 71%로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경제학자 대상 로이터 설문도 과반수가 연내 추가 인상을 전망했다. 미쓰비시UFJ모건스탠리증권의 무구루마 나오미 채권 전략가는 “이번 전망보고서는 BOJ가 금리 인상 기반을 닦기 시작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며 “매 회의가 실질적 결정 무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 용어 해설: ‘2차 파급효과’란?
2차 파급효과(second-round effects)는 처음 상승한 특정 품목 가격(예: 식료품)이 임금·기대 인플레이션 상승을 자극해 기타 재화와 서비스로 연쇄적으로 가격 압력을 확산시키는 현상을 말한다. 중앙은행은 이러한 효과가 나타날 경우 물가안정 목표(BOJ의 경우 2%)를 지속적으로 초과할 위험을 우려한다.
우에다 총재는 “헤드라인 CPI가 3년 넘게 목표를 상회하고 있어 기대 인플레이션 변화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 기업 행태 변화와 임금
일본은행은 10여 년간의 초완화 정책을 종료하고 2025년 1월 기준금리를 0.5%로 올린 뒤, 기업이 ‘가격 동결’을 고수하던 관행에서 벗어났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로이터 인용 데이터뱅크(Teikoku Databank)에 따르면, 8월에는 1,010개 식음료 품목이, 10월에는 3,000개 넘는 품목이 추가 인상될 예정이다.
노무라 종합연구소의 이와시타 마리 이코노미스트는 “식료품 인플레이션은 분명히 지속될 것”이라며 “임금 상승 지속성이 확인되면 BOJ가 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 전문적 관점: ‘속도’보다 ‘지속성’
기자가 보기엔 일본은행의 핵심 포인트는 ‘언제’보다는 ‘지속 가능성’이다. 물가 목표 달성 가능성이 높아지는 시점, 즉 기업·가계가 “당연히 물건값이 오를 것”이라 예상하고 임금 인상을 요구·수용하는 구조가 자리 잡는 순간이 임계점이 될 것이다. 이에 따라 일본은행은 직전 두 차례(5월ㆍ6월)의 관망 스탠스를 접고 2차 파급효과, 임금 데이터, 관세 충격 완화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출구 전략을 재가동하는 흐름이다.
따라서 정책 불확실성은 높겠지만, 추가 인상 후에도 0.5~0.75% 수준은 여전히 ‘매우 낮은 금리’다. 이는 달러 대비 엔화 강세 압력·일본 국채 수급·국내 부동산시장 등에 복합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결국 투자자와 기업, 가계 모두 ‘BOJ의 다음 단계를 사실상 기정사실로 보고 대비’해야 하는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