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발 통화정책 관측— 일본은행(BOJ)이 7월 31일로 종료되는 정례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정책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최근 미·일 무역합의로 대외환경이 완화되면서 경제·물가 전망은 이전보다 덜 비관적인 방향으로 수정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2025년 7월 28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BOJ는 이번 회의에서 단기 기준금리를 현행 0.5%로 유지하는 동시에 분기별 전망 보고서(아웃룩 리포트)를 통해 ‘연내 추가 인상 재개’를 시사할 수 있는 뉘앙스를 담을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주 체결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간 미·일 무역협정은 일본산 자동차 등 주요 수출품에 대한 미국 관세를 낮춰 일본의 수출 의존형 경제에 숨통을 틔웠다. 동시에 7월 27일 미국·EU 간 철강·알루미늄 관세 합의로 글로벌 교역 긴장이 누그러지면서 BOJ 정책위원들은 ‘통관 과정 불확실성’ 완화 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 합의는 일본 경제의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줄여 주는 중대한 진전이다. 다만 모든 불확실성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 우치다 신이치 BOJ 부총재
우치다 부총재는 워싱턴이 다른 국가들과 언제 합의를 이룰지, 관세가 국내외 경기에 어떤 시차를 두고 파급될지 등을 여전히 확인해야 할 변수로 꼽았다. BOJ 내부에서는 관세 영향이 올 하반기 수출 통계를 통해 본격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경계심도 적지 않다.
시장 관측도 비슷하다. 로이터가 무역합의 전인 7월 중순 실시한 설문에서 경제학자 다수(약 60%)는 “BOJ가 2025년 연말까지 추가로 최소 1회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분기별 보고서에서는 쌀·가공식품 가격 상승을 반영해 2025 회계연도(2025년 4월~2026년 3월) 소비자물가(CPI) 전망치를 상향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BOJ는 ‘물가 리스크가 하방으로 기울어 있다’는 문구를 완화하고, 경기 평가 역시 ‘관세 충격’ 중심에서 ‘완화된 위험’으로 전환할 여지를 검토 중이다.
이사회의 중기 시나리오상 2% 목표 달성 시점은 현행대로 2027 회계연도 후반으로 유지될 전망이다. 5월 1일 전망에서 BOJ는 핵심 CPI가 2025년 2.2%까지 오른 뒤 2026년 1.7%, 2027년 1.9%로 둔화될 것으로 제시한 바 있다.
무역합의로 ‘추가 인상 걸림돌’ 제거
일본은 7월 21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합의로 미국 관세율을 인하받으면서 그간 BOJ의 긴축전환을 제약했던 대외 변수 한 가지를 지워냈다. 반면 5월 1일 기준 ‘상호주의 관세’를 전격 발표했던 트럼프 발(發) 충격 당시에는 엔고·주가 하락으로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렸다.
BOJ는 2024년 12월 10년에 걸친 초저금리·대규모 양적완화(QE)를 공식 종료했고, 2025년 1월 처음으로 정책금리를 0.5%로 인상하며 ‘정상화’ 궤도에 올랐다. 그러나 연초부터 이어진 생필품 가격 급등과 실질 임금 둔화로 가계 부담이 커지자 긴축 속도가 시장 예상보다 늦춰졌다.
물가가 목표치를 3년째 상회하는 가운데, 이사회의 매파(통화긴축 선호) 위원들은 “가격 압력이 확대되고 있어 추가 인상 명분이 강화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향후 회의에서는 물가·임금 연동 지표, 소비 회복세, 엔화 흐름 등이 핵심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용어·배경 설명
단기정책금리는 중앙은행이 시중은행 간 하루짜리 거래(호가콜금리)에 적용하는 기준 이자율을 말한다. 일본은행은 이를 ‘무담보 콜금리 목표 범위’로 제시하며 금융시장 금리 레벨을 조정한다. 2% 물가안정목표는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자주 채택하는 인플레이션 안착 수준으로, 가격 상승은 적정하되 과도한 통화불안을 억제하는 ‘최적점’으로 여겨진다.
전망 및 기자 해설
현재 일본 경제는 수출 회복→기업 설비투자 개선→임금 인상→내수 확장이라는 선순환 그림을 그리고 있다. 다만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위안화 약세 등 외부 충격이 재차 부상할 경우 BOJ가 긴축 속도를 늦추거나 ‘베이비 스텝(0.1%p 내외 인상)’으로 조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본 기자가 취재한 복수의 시중 은행 딜러들은 “10월 또는 12월 회의에서 추가 인상이 이뤄질 경우 엔화 강세 압력이 단기에 커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BOJ의 다음 움직임과 더불어 미 연준(Fed)의 고금리 지속 여부, 유럽중앙은행(ECB)의 긴축 종료 시점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 글로벌 채권 스프레드, 원자재 가격 흐름, 일본 기업들의 가격 전가 능력 등은 BOJ의 최종 금리 수준을 가늠할 핵심 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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