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BOJ)의 우에다 가즈오 총재가 10월 통화정책 회의를 불과 2주 남짓 앞둔 시점에서도 구체적 금리 인상 시점을 공개하지 않으면서 시장에 ‘신중 모드’ 메시지를 보냈다. 세계 각국 재무·통화당국자들이 미·중 무역 갈등 재점화와 이에 따른 글로벌 경기 둔화 리스크를 연이어 경고하는 가운데, 우에다 총재는 “데이터와 여건을 좀 더 면밀히 확인하겠다”고만 밝혀 시장의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2025년 10월 19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우에다 총재는 전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및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연차총회 참석을 마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세계·미국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일본 출국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도 “10월 29~30일 열리는 BOJ 정책결정을 앞두고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각종 지표를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우에다 총재가 워싱턴 일정에서 거둔 정보가 10월 인상 여부의 ‘결정적 힌트’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했다. 실제로 그는 이달 초 “해외 재무·금융 정책 책임자들과의 면담이 BOJ 내부 논의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세계 경제의 ‘회복 탄력’을 강조하면서도, 동시에 미·중 무역전쟁 재점화 가능성과 공급망 불확실성을 지적한 IMF·세계은행 가을 회의의 분위기는 ‘통화정책 정상화vs성장둔화 리스크’라는 두 가지 상반된 메시지를 동시에 제시했다는 평가다.
글로벌 리스크: ‘복원력’과 ‘하방 압력’의 공존
우에다 총재가 머물던 워싱턴에서는, IMF가 최신 세계경제전망(WEO)에서 2025년 세계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는 한편, 1“미·중 무역분쟁이 재점화될 경우 성장률이 0.5%p 추가 하락할 수 있다”보고서 부록 3장고 경고했다. IMF 고위 관계자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일본 역시 대외의존도가 높아 불확실성 충격에 취약하다”며 “BOJ는 금리를 올리더라도 매우 점진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처럼 ‘상승 압력’(국내 물가 2% 초과 유지)과 ‘하방 위험’(대외 수요 둔화)이 맞물리자, BOJ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 9인 정책위원 중 2명은 9월 회의에서 금리 0.25%p 인상을 제의했으나 부결됐다. 한편, 상대적으로 완화적 성향(dovish)으로 분류됐던 위원조차 “금리 인상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고 공개 발언해 시장을 놀라게 했다.
국내 변수: 엔화 약세와 정치 일정
여기에 올해 들어 가속화된 엔화 가치 하락이 BOJ의 고민을 배가시킨다.
“10월 인상을 건너뛰면 다음 ‘창구’는 12월인데, 그사이 엔화가 추가 약세를 보일 위험이 있다”
고 시모다 도모유키 전 BOJ 이사는 지적했다. 수입물가가 더 오르면 가계 실질소득이 훼손돼 정책의 시차 효과보다 환율의 즉각적 영향이 부각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정치 일정도 변수다. 일본 국회는 10월 22일 새 총리를 선출할 전망이며, 유력 후보 다카이치 사나에 전 총무상은 ‘완화적 재정·통화 조합’을 지지해 왔다. 새 내각과 BOJ가 정책 공조 메시지를 조율할 시간이 제한되면, BOJ가 ‘30년 만의 0.75% 금리’라는 상징적 수치를 꺼내 들기까지엔 추가 숙고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전문가 시각: ‘느긋한 정상화’
시장 컨설턴트들은 ‘단계적(normalization in baby steps)’이라는 표현으로 BOJ의 행보를 요약한다. 1990년대 초 장기금리 수준을 마지막으로 경험한 뒤 이어진 장기 디플레이션을 고려하면, 0.25%p씩 쌓아 올리는 ‘잔디 깎기식 인상’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다. BOJ 시미즈 세이이치 부총재보 역시 워싱턴 세미나에서 “금리 인상이 실물·금융시장에 미칠 파급경로는 여전히 불확실하다”며 “리스크 관리 관점에서 점진적 접근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경제 용어 해설
• 도비시(dovish): 중앙은행 입장에서 통화 완화를 선호하거나 금리 인상에 신중한 태도를 일컫는 시장 은어다. 반대 개념은 ‘호키시(hawkish)’로, 금리 인상에 적극적인 입장을 가리킨다.
• 정책 시차(policy lag): 통화정책 결정이 실제 경제활동·물가에 영향을 미치기까지 걸리는 시간차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6개월에서 18개월까지 다양하다. 중앙은행이 ‘선제적’으로 행동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리하면, 우에다 총재는 10월 회의 전까지 데이터를 더 살피겠다는 원칙론을 재확인했지만, “인상의 문”을 완전히 닫지 않았다. 2%를 넘어선 물가, 엔화 약세가 초래할 생활비 압박, 그리고 대외 불확실성이라는 세 축이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시장은 2026년 1월 전까지 첫 추가 인상 가능성을 70% 내외로 반영하고 있으나, BOJ 특유의 ‘서프라이즈’ 행보를 고려하면 10월 회의 결과를 끝까지 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