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로이터—일본은행(BOJ)이 상장지수펀드(ETF)라는 위험자산을 자산대차대조표에서 줄이기 위해 시장 내 점진적 매각 방안을 구체화하고 있다고 내부 사정에 정통한 세 명의 소식통이 전했다.
2025년 9월 11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BOJ 내부에서는 매각 시기와 속도를 두고 여전히 의견이 갈리고 있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총리의 사퇴로 촉발된 정치 불확실성이 일정 조율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본 매각 구상은 우에다 가즈오(植田和男) 총재가 전임 구로다 하루히코(黒田東彦) 총재 시절 10여 년 넘게 이어져 온 초대규모 통화완화를 마무리하고, BOJ의 125%까지膨脹된(일본 GDP 대비) 대차대조표를 축소하려는 포괄 전략의 ‘마지막 퍼즐’로 간주된다.
BOJ는 2010년부터 13년간 ETF를 매입해 총 약 37조 엔(2,510억 달러) 규모의 보유고를 쌓았다. ETF는 만기가 없는 데다 가격 변동성이 커서, 국채와 달리 시장 매각 외에는 보유잔고를 줄일 방법이 없다.
◆ 용어 해설1
ETF(Exchange Traded Fund)는 인덱스·채권·상품 가격을 추종하도록 설계돼 증시에 상장된 펀드다. 주식처럼 실시간 거래가 가능하지만, 기초지수 변동 그대로 수익·손실이 발생한다. BOJ(Bank of Japan)는 일본의 중앙은행으로, 금리 결정·통화량 조절·금융시스템 안정이라는 세 가지 핵심 임무를 수행한다.
BOJ는 그간 구체적 전략을 밝히지 않은 채 “은행이 손실을 보거나 시장을 교란하지 않는 ‘적절한 가격’에 매각하겠다”고만 언급해 왔다. 그러나 히미노 료조(氷見野良三) 부총재가 이달 초 연설에서 “ETF 및 부동산투자신탁(REIT) 보유잔량 처리 방안을 검토할 시점”이라며 강한 시그널을 보냈다.
히미노 부총재는 2002~2010년 BOJ가 은행 보유 주식을 떠안은 뒤 20년에 걸쳐 점진 매각한 경험을 토대로, 동일한 방식을 적용하겠다고도 밝혔다. 이는 BOJ가 정부 산하기관으로의 이관과 같은 대안보다는 직접 시장 매도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소식통들은 설명했다.
실제로 BOJ는 은행 주식 매각 프로그램을 올해 7월 종료했다. 한 소식통은 “주식 정리 작업이 끝난 만큼, 이제 ETF 매각으로 넘어갈 발판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그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미묘하게 바뀌는 것이 사전 정지작업일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 쟁점: 시기와 정치 변수
일본 주식시장 닛케이225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현 상황은 BOJ에 유리한 ‘가격 환경’을 제공한다. 그러나 총리 공백이 길어지면 새로운 내각의 경제·재정 노선이 불확실해져, 중앙은행이 대규모 자산 매각을 발표하기에는 정치적 리스크가 높다.
“BOJ가 서두를 이유는 없다. 하지만 언젠가는 해내야 할 과제다.” — 내부 소식통
가장 큰 야당인 입헌민주당(CDP)은 BOJ가 보유한 ETF 배당금을 육아·보육 예산으로 활용하자는 구상을 공개적으로 제시한 바 있다. 그런 상황에서 BOJ가 시기를 잘못 잡아 매각 계획을 발표할 경우, 정치권이 자금 활용 등을 둘러싸고 압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시장 참여자들은 다음 주 예정된 BOJ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즉각적인 매각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다만 우에다 총재가 9월 19일 기자회견에서 관련 언급을 내놓을 수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현재 환율은 달러당 147.47엔(기사 작성 시점 기준)이다.
◆ 전문가 시각 및 향후 전망
전문가들은 BOJ가 13년간 억류해온 ETF를 시장에 풀어낼 때 ‘점진·투명·예고’의 3원칙을 따를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국채 보유 축소(일명 양적긴축(QT))와 병행해 시장충격을 최소화하려는 목적이다.
또한 일본 금융당국은 금융기관의 레버리지 비율과 증권사 마진 콜 위험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 ETF 매각 속도가 빨라지면 증시에 유동성 경색이 나타날 수 있고, 이는 역으로 BOJ가 목표하는 통화정책 정상화에 장애가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BOJ가 연간 1조~2조 엔 수준으로 ‘슬로우 스탠스’ 매각을 택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렇게 되면 전량을 소화하는 데 15~20년이 소요될 수 있다.
일본은행 출신 한 경제학자는 “매각 가격 책정과 호가 방식(블록딜·시간외매매 등)이 시장 신뢰도를 좌우한다”며 “첫 단계는 파일럿 매각으로 시장 반응을 점검하는 전략이 합리적”이라고 언급했다.
이처럼 BOJ의 ETF 보유 축소는 일본 금융시장뿐 아니라 글로벌 투자자에게도 주목 대상이다. 글로벌 ETF 시장 규모가 약 11조 달러라는 점을 감안할 때, BOJ의 매각 여부는 유동성·가격·스프레드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종합적으로, 우에다 총재가 집권 2년 차에 접어들면서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정책 과제는 대차대조표 축소라는 구체 사업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그 첫 리트머스 시험지가 바로 ETF 매각이며, 이는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 중앙은행의 탈초완화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