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BOJ) 내부에서 정책금리 인상 재개 시점에 관한 논의가 가열되고 있다. 7월 금융정책결정회의 ‘의견 요지’에 따르면 일부 정책위원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예상보다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며, 연말 이전에도 추가 인상이 필요할 수 있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2025년 8월 8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 요지는 7월 30~31일 회의에서 논의된 발언들을 정리한 것으로, “연내 금리 재인상 가능성”이라는 문구가 처음으로 명시돼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 같은 회의에서 일본은행은 정책금리를 현행 0.50%로 동결했지만, 물가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고 경기 판단을 3개월 전보다 다소 완화된 표현으로 수정했다.
회의록에 따르면, 한 위원은 “향후 2~3개월 동안 미국 관세(타리프) 여파를 추가로 점검한 뒤,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판단되면 올해 말에도 ‘관망(Wait-and-See)’ 기조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위원은 “정책금리가 여전히 중립금리 수준보다 낮으므로 인상 가능성이 있을 때 반드시 조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기가 늦어지면 급격한 긴축으로 경제에 큰 충격을 줄 수도 있다. ※중립금리: 경기 과열·둔화를 일으키지 않는 이론적 금리 수준”
라는 발언도 포함돼 있어, ‘적시에 인상’을 주장하는 매파적 목소리가 적지 않음을 보여준다.
반면 다수 위원은 미국의 대중(對中)·대일(對日) 관세가 글로벌 공급망에 미칠 불확실성을 우려하며, “관세 충격이 장기화하면 국내 기업 심리와 수출이 동시에 위축될 수 있다”는 신중론을 폈다. 그러나 일본이 지난달 미국과 체결한 양자 간 무역협정에 대해 한 위원은 “‘커다란 진전(great progress)’”이라고 평가, BOJ의 물가·성장 전망 실현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스왑금리·시장 전망
시장 참가자들도 점진적 추가 긴축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이달 초 로이터 여론조사에서 경제학자의 과반은 연내 0.75% 인상을 예상했다. 금리파생상품인 이자율스왑(IRS) 시장에서도 10월 인상 가능성을 54%, 12월 가능성을 71%로 반영하고 있다.
※스왑금리: 고정금리와 변동금리를 교환하는 파생계약에서 형성되는 이자율로, 중앙은행의 정책 기대를 가늠하는 대표적 지표
물가 리스크 재부각
BOJ는 분기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식료품 가격 상승이 다른 품목으로 확산될 위험을 처음으로 명문화했다. 이는 ‘단발성’으로 평가했던 식료품발 물가 상승이 임금·서비스 가격으로 전이될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셈이다. 일부 위원은 “물가 상방 리스크를 더 중시할 단계”라며, 연내 인상 근거를 사전에 정당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전문가 시각
국내외 경제전문가들은 “BOJ의 정책 보폭이 미 연준(Fed)·유럽중앙은행(ECB)과 달리 여전히 ‘느린 정상화’ 국면”이라고 평가한다. 그 배경에는 10년 넘게 지속된 초저금리·수익률곡선통제(YCC) 정책이 자리 잡고 있다. 만약 이번에도 인상 타이밍을 놓친다면, 엔화 약세 고착화와 수입 물가 급등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결국 연내 인상 여부는 미국 경제의 관세 충격 흡수력, 국내 물가의 기조적 개선, 그리고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투자자들은 10월, 늦어도 12월 정책회의를 ‘분수령’으로 주목하고 있다.
용어 설명
• BOJ: Bank of Japan, 일본의 중앙은행.
• 중립금리: 경제성장률과 물가에 중립적인 이론적 금리.
• 이자율스왑(IRS): 고정금리와 변동금리를 맞바꾸는 계약으로, 시장의 미래 금리 기대를 반영.
• 관세(타리프): 수입품에 부과되는 세금으로 무역장벽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