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로이터) – 일본은행(BOJ)이 31일(목) 열리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0.5%로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시장의 지배적이다. 동시에 엔화 가치 추가 하락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확대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차후 금리 인상 의지를 재확인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025년 10월 29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시장 참가자들은 BOJ가 “지속적인 완만한 금리 인상 기조”를 재차 강조하되, 당장 단행하기보다는 시기를 저울질할 것으로 내다본다. 이는 엔화 약세에 따라 수입물가가 상승하고, 그 여파가 소비자물가(CPI)에 전가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엔화 움직임이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미국 재무부의 스콧 베센트 장관이 “엔화 급락을 막기 위해 일본이 더 신속하게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촉구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발언이 BOJ의 공식 커뮤니케이션—즉 향후 금리 인상 속도와 시점—에 직·간접적으로 압박을 가할 것으로 분석한다.
경제 지표와 거시 환경
지금까지의 지표는 미국발 관세 충격에도 일본 경제가 비교적 견조함을 시사한다. 그러나 우에다 가즈오 총재는 “향후 몇 달간 충격이 심화될 수 있다”며 신중한 행보를 강조해 왔다. BOJ 정책위원회 내부에서는 ‘매파’와 ‘비둘기파’ 간 견해 차이가 뚜렷하다.
매파(Hawks): 물가 상승 압력이 충분히 확인된 만큼 조기에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입장.
비둘기파(Doves): 해외 경기 둔화와 관세 충격을 고려해 추가 데이터를 지켜본 뒤 행동해야 한다는 입장.
이처럼 상반된 견해 속에서도, 우에다 총재는 물가·임금 상승의 ‘선순환’이 굳어졌는지 확인한 뒤 행동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치 변수의 부상
통화정책에는 국내 정치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지난주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총리가 취임하면서 시장은 10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대폭 낮춰잡았다. 다카이치 총리는 완화적 통화정책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BOJ가 새 행정부와 정책적 조율을 할 시간이 충분치 않은 만큼, 이번 회의에서 금리 동결을 유지한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반면 다무라 나오키·다카타 하지메 위원은 지난 9월 회의 때와 마찬가지로 0.75% 인상 의견을 재차 제시하며 소수 의견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조나스 골터만 부책임자는 “일본이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근거는 분명하지만, 완화적 기조를 중시하는 다카이치 총리의 의중을 거스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시장 관심사: 향후 가이던스
만약 이번에 금리를 동결한다면, 투자자들은 우에다 총재의 기자회견에서 나올 ‘향후 인상 속도·시점’ 시그널에 집중할 전망이다. 노무라증권 이와시타 마리는 “시장 컨센서스가 이미 ‘내년 1월 이전 1회 인상’으로 기울어 있어, BOJ는 속도보다는 최종금리 수준에 관한 힌트를 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로이터가 40여 명의 경제학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는, 다수가 10월 또는 12월 회의에서 0.75%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2026년 3월 말까지는 거의 전원이 0.75% 달성을 전망했다.
인플레이션 전망과 분기별 경제·물가 보고서
BOJ는 이번 회의에서 분기별 성장·물가 전망도 업데이트한다. 로이터가 입수한 소식통에 따르면, 현 회계연도 성장률 전망을 상향 조정하면서도 ‘완만한 회복세’ 기조는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근원 물가 상승률이 2026~2027 회계연도 후반 2%에 수렴’이라는 기존 문구 수정 여부가 논의될 전망이다.
현재 소비자물가는 3년 넘게 2%를 상회하고 있다. 이는 엔화 약세와 에너지·원자재 가격 상승이 주요 배경이다. BOJ는 2025년 1월, 10년 만의 양적완화 종료 및 기준금리 0.5% 인상이라는 ‘정책 정상화’의 첫 발을 디뎠다.
용어·배경 설명
매파·비둘기파: 중앙은행 내부 혹은 시장 분석에서 금리 인상에 적극적인 입장을 ‘매파’, 신중하거나 완화적 스탠스를 ‘비둘기파’라고 부른다.
관세(Tariff): 수입품에 부과되는 세금으로, 보호무역 목적이나 장기 무역전쟁의 수단이 될 수 있다. 본문에서는 미·중과 일본·미국 간 무역 갈등으로 인한 대외 리스크를 지칭한다.
정책 금리 0.5%: BOJ가 시중은행 간 하루짜리 돈 거래(당좌계정 잔고) 금리를 0.5%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의미다.
기자 의견 및 전망
엔화 약세를 저지하기 위한 BOJ의 카드는 “점진적이지만 확고한 추가 인상”뿐이다. 다만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 이하에 머무는 상황에서, 단기간 내 1% 이상의 정책 금리 달성은 경기 둔화를 초래할 수 있다. 이에 따라 ‘2026년 말 1% 근접’이라는 속도 조절 시나리오가 실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또한 국제경제 환경—특히 미 연준(Fed)의 최종금리 경로와 미·중 무역 갈등—가 향후 BOJ 전략에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성장세가 꺾이면서도 물가는 고착화되는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엔화 방어와 내수 진작 간 균형점을 찾는 정교한 정책 운용이 요구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