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 기준금리 동결…인플레이션 전망 상향에 시장 ‘주목’

일본은행(BOJ)이 2일간의 통화정책회의를 마친 31일, 기준금리를 현행 연 0.5%로 유지하기로 만장일치 결정했다. 이는 시장 예상에 부합한 조치지만, 같은 날 발표된 분기별 전망보고서에서 핵심 소비자물가(CPI) 상승률 전망치를 대폭 끌어올리면서 향후 정책 정상화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2025년 7월 31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일본은행은 2025회계연도(2025년 4월~2026년 3월)의 코어 CPI 예상치를 종전 2.2%에서 2.7%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미국과의 무역 관세 협상 타결 이후 글로벌 교역 불확실성이 다소 완화됐다는 판단이 반영된 결과다.

이번 결정 직후 일본 국채금리는 단기물에서 소폭 상승했으나 장기물은 비교적 안정세를 유지해 ‘약세적 플래트닝(bear-flattener)’ 국면이 이어졌다.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미 달러화 대비 일시적으로 강세를 보이며 1달러=143엔선 근처까지 진입했으나, 시장 참가자들은 우에다 가즈오 총재의 기자회견에서 추가 매파(통화긴축 선호) 신호가 나올지 주목하고 있다.


◎ 용어 설명1
코어 CPI: 식료품 및 에너지 가격 등 변동성이 큰 품목을 제외해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보여주는 물가지수다.
JGB(Japanese Government Bond): 일본 정부가 발행하는 국채를 말한다.
약세적 플래트닝: 단기금리가 상승하고 장기금리가 상대적으로 안정되면서 수익률 곡선이 평평해지는 현상을 뜻한다.


시장 전문가 코멘트

쇼키 오모리 미즈호증권 채권전략 헤드는 ‘시장은 제한적으로 반응했으며, 초점은 우에다 총재 발언이 얼마나 매파적일지에 쏠린다’고 밝혔다. 그는 ‘단기물 금리는 오르더라도 장기물은 비교적 차분할 것’이라며 ‘여름철 국내채권시장은 수급에 의해 좌우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사이스케 사카이 미즈호리서치앤테크놀로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관세가 BOJ의 금리 인상 계획에 큰 걸림돌이었으나, 합의 이후 경기 침체 가능성이 줄었다’며 ‘다음 인상 시점을 2026년 1월로 보지만, 엔화 약세가 심화될 경우 10월로 앞당겨질 수 있다’고 관측했다.

샤루 차나나 삭소 은행 수석투자전략가는 ‘성장·물가 전망 상향은 추가 정상화를 뒷받침한다’며 ‘9월 회의가 사실상 라이브 이벤트가 됐다’고 설명했다.

스즈키 히로후미 SMBC 수석 외환전략가는 ‘2025년뿐 아니라 2027년 물가 전망이 2.0%로 제시된 점이 중요하다’며 ‘9~10월 금리 인상을 정당화하는 결과’라고 평가했다.

프라샨트 뉴나하 TD증권 아태지역 금리전략가는 ‘인플레이션 위험 균형이 하방에서 중립으로 바뀐 만큼, 10월 인상을 위해선 추가 상향 조정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데이비드 차오 인베스코 글로벌시장전략가는 ‘물가 전망 상향이 금리 인상 기대를 높여 엔화가 반등했다’며 ‘10월 조기 인상 가능성이 커졌다’고 전했다.

이나도메 가쓰토시 스미토모미쓰이신탁운용 수석전략가는 ‘전반적으로 매파적이지만 예상 범위’라면서도 ‘가격 위험 균형을 중립으로 평가한 것이 기조 변화의 신호’라고 말했다.

구운 고 ANZ 아시아리서치 대표는 ‘전망치 상향은 예고된 수순’이라며 ‘무역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된 만큼 BOJ가 10월에 움직일지 주목된다’고 덧붙였다.

고이케 마사토 손포인스티튜트플러스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최종 금리를 0.5%로 봐 왔으나, 관세 합의로 올해 인상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크리스토퍼 웡 OCBC 외환전략가는 ‘물가 전망 상향이 정상화 기대를 유지시킨다’며 ‘우에다 총재 기자회견에서 단서가 나올지 주시한다’고 말했다.

사사키 도루 후쿠오카파이낸셜그룹 수석전략가는 ‘2026년 CPI 전망치 상승폭은 완만해 여전히 신중하지만, BOJ는 언제든 금리를 올릴 여지는 있다’며 ‘미국과의 관세 해석 차이가 불확실성으로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 시장 파장 및 전망
엔/달러 환율은 보도 직후 143엔 선 중반에서 142엔대로 일시 하락했다가, 미국 경기 지표 발표를 앞두고 다시 143엔 부근에서 등락을 이어갔다. 일본 국채 2년물 금리는 0.03%포인트 오른 반면, 30년물은 변동폭이 미미해 수익률 곡선의 플래트닝을 재확인시켰다.
시장 참여자들은 9월 또는 10월 회의를 ‘라이브 미팅’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향후 엔화 흐름은 미국 경제 지표미 국채금리에 크게 의존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행이 물가 위험 균형을 ‘대체로 균형적’으로 제시한 것은 2014년 이후 처음으로,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완화됐음을 시사한다. 다만 우에다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세계 교역 둔화와 지정학적 리스크가 남아 있다’며 신중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시장 일각에서는 올해 안에 기준금리가 0.75%까지 인상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지만, 다수 전문가는 ‘궁극적인 단기 정책금리 상단은 0.5~0.75%’로 제한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일본 기업이익 개선세와 임금 인상 흐름이 이어질 경우, 일본은행은 ‘임금-물가 선순환’이 안착했다는 판단 아래 단계적 정상화에 나설 여지를 확보하게 된다.

결국 9월과 10월 통화정책회의가 향후 매파·비둘기 스탠스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엔화 변동성 확대가 이어질 경우, 수출주와 소재·부품주 중심의 일본 주식시장은 단기적으로 수급 쏠림 현상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