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뉴스】 일본은행(BOJBank of Japan)이 19일 통화정책회의를 마치고 기준금리를 현행 연 0.50%로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동시에 중앙은행이 보유해 온 위험자산을 단계적으로 처분하겠다는 방침을 공개하면서 시장은 이를 ‘매파적(hawkish)’ 조치로 해석했다.
2025년 9월 19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일본은행은 이틀간의 정례회의를 마치고 정책금리를 동결하는 한편 상장지수펀드(ETF)를 연간 3,300억 엔 규모로, 부동산투자신탁(REIT)을 연간 50억 엔(미화 약 3,395만 달러) 규모로 시장에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팬데믹 기간에 도입된 초대형 자산매입 프로그램의 잔여 조치들을 정리하는 단계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번 결정에서는 9명의 정책위원 중 다카타 하지메와 다무라 나오키 위원 두 명이 기준금리를 현행 0.50%에서 0.75%로 즉각 인상하자는 소수 의견을 제시했으나 다수의견에 밀려 부결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반대표는 내부적으로 매파적 기류가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요 용어·개념 설명
• ETF (Exchange Traded Fund) : 주식처럼 거래소에 상장돼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는 펀드 상품으로, 특정 지수·자산군을 추종한다. 중앙은행이 ETF를 매수·보유한 뒤 공개 시장에서 매각하는 방식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사례다.
• REIT (Real Estate Investment Trust) :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상업용·주거용 부동산에 투자하고 임대수익·매각차익을 배당하는 간접투자 기구다. 일본은행은 2010년대 초부터 경기부양을 위해 J-REIT도 매입해 왔다.
시장 반응 및 전문가 견해
히로후미 스즈키 SMBC 니코증권 수석 외환전략가는 “ETF 매각 착수와 두 명의 반대표는 모두 예상 밖”이라며 “정책 정상화가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10월 LDP(자민당) 총재 선거 등 정치 이벤트가 남아 있으나, 일본은행은 그와 무관하게 금리 인상 카드를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차루 차나나 삭소뱅크(Saxo) 투자전략 책임자는 “다카타·다무라 위원의 반대는 이사회 내 매파 압력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 준다”면서 “ETF·J-REIT 매각 로드맵은 자산매입 의존을 줄이려는 구조적 전환”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 주식시장(TOPIX·니케이)에 단기 역풍이 될 수 있지만, 은행주에는 수익성 개선이란 순풍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벤 베넷 L&G자산운용 아시아 투자전략 대표는 “연준(Fed)이 이번 주 금리를 인하한 것과 대조적으로 일본은행은 매파적 스탠스를 강화했다”며 “엔화 강세 요인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고이케 마사토 SOMPO 인스티튜트 플러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ETF·REIT 매각 규모 자체는 크지 않아 중장기적으로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면서도 “ETF 처리 방향을 명시했다는 점이 정책 전환의 중요한 분기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연말까지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일본은행이 열어 둔 셈”이라고 덧붙였다.
환율·금융시장 파장
공식 발표 직후 달러/엔 환율은 147.29엔에서 빠르게 146엔대 중반으로 내려앉으며 엔화 가치가 상승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미국 연준이 완화 기조로 돌아선 상황에서 BOJ만 홀로 긴축 신호를 보냈다”며 통화정책 디커플링(decoupling)에 주목했다.
채권시장에서는 일본 10년물 국채금리가 한때 5bp(0.05%포인트) 가량 상승했고, 주식시장에서는 주력 지수인 니케이225가 오전 장중 1% 하락했다가 낙폭을 일부 만회했다. 은행·보험 등 금융주는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였다.
정책 배경과 전망
일본은행은 2013년 이후 ‘양적·질적 금융완화(QQE)’를 통해 대규모 국채 및 ETF를 매입하며 장기간 초저금리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 물가상승률이 목표 2%를 상회하고, 임금 인상 움직임도 확대되면서 정책 정상화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시장 참가자들은 다음 정책회의가 열리는 10월 말 또는 12월 중 추가 금리 인상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다만, 총재직을 포함한 BOJ 수뇌부가 정치 일정·글로벌 경기 둔화, 보호무역 변수(‘트럼프 관세’ 등)를 두루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속도 조절 가능성도 적지 않다.
기자 해설 · 시사점
이번 결정은 일본은행이 “장기 부양책 종료”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시장에 던졌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ETF·REIT 매각은 실제 금리 인상보다 시장 심리에 더 즉각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일본 주식시장이 그동안 중앙은행의 ‘매수 안전망’ 덕분에 고평가돼 있었다고 지적해 왔다.
반대로 은행·보험 등 금융업에는 금리 상승과 장단기 금리차 확대가 순이자마진(NIM)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어 긍정적일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따라서 섹터 로테이션(sector rotation)이 본격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론적으로, 일본은행의 행보는 한동안 ‘세계 최후의 비둘기(ultra-dovish)’로 불리던 중앙은행이 서서히 긴축 대열에 합류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엔화 환율, 일본 국채금리, 그리고 니케이 지수의 변동성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