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의 무역 합의에 미 투자자들은 기대… 디트로이트 3사, “역차별” 우려

디트로이트=로이터통신노라 에커트·데이비드 셰퍼드슨 기자 공동 보도다. 일본산 자동차에 부과되는 관세가 인하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미국 증시에서 제너럴모터스(GM), 포드, 스텔란티스 등 주요 완성차 업체의 주가가 일제히 급등했다. 투자자들은 이를 향후 추가적인 무역 협상의 ‘신호탄’으로 해석했지만, 정작 해당 기업들은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2025년 7월 23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날 일본과 체결한 새로운 무역 합의의 세부 내용을 공개했다. 이에 따라 일본산 승용차·SUV·픽업트럭에 적용되던 27.5%의 관세율이 15%로 대폭 낮아진다. 관세(關稅•tariff)란 국가 간 상품 이동 시 부과되는 세금으로, 수입품 가격을 높여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관세 인하 소식에 GM 주가는 9% 상승했고, 스텔란티스는 12% 급등했다. 전문가들은 “추가 협상에서 다른 무역 장벽까지 완화될 가능성”을 배경으로 꼽는다. 포드는 미국 현지 생산 비중이 높아 관세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지만, 이날 주가 역시 약 2% 올랐다.


■ 디트로이트 3사의 불만

GM, 포드, 스텔란티스 등 이른바 ‘디트로이트 3사’는 멕시코·캐나다 공장에서 들여오는 차량에 대해 최대 25%의 세금을 부담하고 있다. 무역 합의가 발효되면 멕시코·캐나다산 차량의 관세율(최고 25%)일본산 차량 관세율(15%)보다 높아지는 ‘역(逆)차별’이 발생한다. 업계 컨설턴트이자 GM 출신인 워런 브라운은 “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생산되는 디트로이트 3사의 전 차종이 불리해질 것

”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GM은 50%에 달하는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포함한 ‘관세 폭탄’으로 올해 11억 달러(약 1조 5,000억 원)의 순이익이 증발했다고 밝혔다. 포드의 짐 팔리 최고경영자(CEO)는 2월 “이번 조치는 수입 경쟁사에 ‘잭팟’”이라고 공개 비판한 바 있다.

American Automotive Policy Council(미국자동차정책협의회)도 성명을 통해 “북미산 자동차보다 일본산 자동차에 더 관대한 길을 열어줬다”고 반발했다. 일부 로비스트들은 “한국까지 유사한 합의를 체결하면 ‘제2의 멕시코’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 투자자들의 ‘기대 랠리’

시장 참여자들은 이번 합의를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신호로 받아들였다. 관세 부담이 낮아지면 토요타·스바루·마쓰다 등 일본 브랜드가 미국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게 된다. 토요타는 지난해 약 50만 대를 일본에서 수입해 판매했으며, 글로벌데이터(GlobalData)는 “일본 내 생산 비중이 높은 브랜드가 최대 수혜를 볼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동차 산업의 가치사슬은 부품 조달→조립→판매로 이어지며, 생산 거점 변경은 물류비·노동비·환율 등 다층적 변수를 수반한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주가 호재지만, 장기적으론 미국 내 제조 기반을 약화할 소지”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 용어·배경 설명

관세(Tariff): 특정 상품이 국경을 넘어 수입될 때 부과되는 세금이다. 보호무역 정책의 대표적 수단으로, 국내 산업을 보호하고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활용된다.

디트로이트 3사(Detroit Three):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 본사를 둔 GM, 포드, 스텔란티스를 통칭한다. 과거 빅3(Big Three)라고 불렸으나, 2021년 FCA와 PSA가 합병해 탄생한 스텔란티스가 포함되면서 ‘디트로이트 3’라는 표현이 자리 잡았다.

역차별: 동일한 시장에서 국적이나 생산지에 따라 세제·규제가 달라 불리한 처우를 받는 현상을 의미한다.


■ 일본·유럽 이어 한국도?

EU와 미국 또한 유럽산 자동차에 대해 15%의 동일 관세율을 적용하는 협상을 마무리 단계에 있다. 만일 한국이 유사 합의를 도출할 경우, “한국 생산 차량이 ‘가격 경쟁력 1위’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한 로비스트는 “

한국이 ‘새로운 멕시코’가 될 가능성

”을 점쳤다.

멕시코·캐나다 공장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자동차는 기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대체한 미·멕·캐 협정(USMCA)에 따라 특정 미국산 부품 비중을 충족하지 못하면 25% 관세가 부과된다. 이 규정이 종종 ‘숨은 장벽’이 되면서 북미 생산차가 오히려 불리해지는 역설이 발생한다.


■ 일본계·외국계 업체의 반응

외국 완성차 업체 이익단체 Autos Drive America는 “추가 공장 투자로 이어질 것”이라며 합의를 환영했다.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애프터마켓 부품업체 휠 그룹(Wheel Group)의 웨이드 가와사키 의장도 “일본 내 고객층 중 ‘미국산 제품’을 선호하는 이들이 있어 진입 장벽이 낮아진다”고 말했다.


■ 기자 관전평

무역 합의는 통상 ‘제로섬’이 아니다. 하지만 이번 사례는 일본·유럽산 자동차를 ‘일괄 15%’로 묶으면서 북미 역내 생산 구조에 급격한 가치 재조정을 일으킬 수 있다. 디트로이트 3사는 북미 고임금 구조와 환경·노동 규제를 감내한 대가로, 되레 불리한 관세를 맞게 됐다. 투자자 관점에서는 단기 주가 상승이 매력적이지만, 산업체 관점에서는 ‘생산지 이동’이라는 중장기 숙제를 안게 된 셈이다. 관세 인하 효과가 수요 증대로 이어질지, 혹은 국내 고용 위축을 초래할지는 향후 분기 실적과 시장 점유율 변화를 통해 검증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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