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Elon Musk)가 개발한 인공지능(AI) 기반 백과사전 ‘그록키피디아(Grokipedia)’가 27일(현지시간) 베타 버전으로 공개됐다. 서비스는 첫날 수 시간 동안 접속 장애를 겪었으나, 이후 복구돼 다시 온라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2025년 10월 28일, CNBC 뉴스 보도에 따르면 머스크가 이끄는 AI 연구 기업 xAI는 자사 대형언어모델(LLM) ‘그록(Grok)’을 기반으로 한 새 온라인 백과사전을 내놓았다. 머스크는 이를 “편향이 덜한 위키피디아의 대안”으로 홍보하며, “현재 공개된 0.1 버전보다 10배 개선된 1.0 버전을 곧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록키피디아 초기 화면은 어두운 배경에 검색창이 배치된 간결한 디자인이다. 페이지 하단에는 885,279개의 문서를 보유하고 있다고 명시돼 있는데, 이는 위키피디아 영어판의 700만 개 이상 문서와 비교하면 상당히 적은 규모다. 위키피디아가 자원봉사자 공동체의 집단 편집으로 구축되는 반면, 그록키피디아 콘텐츠는 전적으로 AI가 생성한다는 점도 다른 특징이다.
서비스 초기 장애 및 이용 현황
출시 직후 그록키피디아 도메인(grokipedia.com)은 Wayback Machine 기록에 따르면 수 시간 동안 접속 불능 상태였다. 이는 트래픽 급증에 따른 서버 과부하 때문으로 추정된다. 현재는 정상적으로 접속 가능하지만, 콘텐츠 품질에 대한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안티-워크(anti-woke)’ 노선 강조
머스크는 자신의 SNS 플랫폼 X(구 트위터)를 통해 그록키피디아가 “반(反)각성(anti-woke)·무편향”임을 거듭 강조했다. 여기서 ‘워크(woke)’란 사회적 소수자·진보 의제를 민감하게 의식하는 태도를 뜻하는 속어로, 미국 정치권에선 종종 지나친 정치적 올바름(PC)을 비판할 때 사용된다. 머스크는 앞서 위키피디아를 ‘워크’하다고 비난하며, 뉴욕타임스·NPR 등 언론사를 과도하게 인용한다고 지적해 왔다.
또한 머스크는 독일 극우정당 AfD(독일을 위한 대안)에 호의적인 발언을 한 전력이 있어, 그가 주장하는 ‘무편향’ 성격에 대해 의문이 제기된다. 다만 그는 “현재 버전이라도 위키피디아보다 낫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위키미디어재단(WMF) 반응
위키피디아를 운영하는 비영리기관 위키미디어재단(Wikimedia Foundation) 대변인은 CNBC에 “그록키피디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과거에도 위키피디아 대체 시도가 있었으나, 우리 사명과 운영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위키피디아 지식은 언제나 인간의 산물이다. 개방적 협업과 합의를 통해 다수의 배경을 반영한 중립적 기록을 축적한다. 이런 인간 집단지성은 AI 기업이 콘텐츠 생성을 위해 의존하는 자원이며, 그록키피디아 역시 위키피디아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 위키미디어재단 성명 중
대변인은 또 “위키피디아는 투명한 정책, 자원봉사 편집자들의 엄격한 검증, 지속적 개선 문화가 강점”이라며 편향성 논란에 반박했다.
공동 설립자들의 엇갈린 시각
위키피디아 공동 창립자 지미 웨일스(Jimmy Wales)는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현재 AI 언어모델의 정교함으로는 정확도를 담보하기 어렵다”며 그록키피디아에 큰 기대를 걸지 않는다고 밝혔다.
반면 2002년 위키피디아를 떠난 공동 창립자 래리 생어(Larry Sanger)는 과거 위키피디아 대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해 왔다. 그는 그록키피디아 출시 직후 X에 장문의 글을 올려 자신의 인물 문서 오류를 지적했지만, ‘새로운 시도 자체는 고무적’이라며 일부 긍정적 반응도 보였다.
LLM 기반 백과사전의 과제
LLM(Large Language Model)은 대규모 텍스트 학습을 통해 인간과 유사한 응답을 생성하지만, 사실 오류(hallucination) 문제와 출처 투명성 한계가 지적된다. 기술적 맥락을 고려하면, 그록키피디아 역시 같은 한계를 안고 출발한 셈이다.
현재 그록키피디아는 질문에 답하면서도 위키피디아 문서를 빈번히 인용한다. 이는 머스크가 비판해 온 ‘위키피디아 의존성’을 스스로 벗어나지 못했다는 방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 시각 및 전망
IT 업계에서는 “AI 생성 백과사전은 업데이트 속도와 자동화 비용 측면에서 장점이 있지만, 검증 체계가 수반되지 않으면 신뢰 확보가 어렵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머스크가 예고한 ‘10배 개선’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데이터 거버넌스와 편집 프로세스 투명화가 필수적이라는 관측이다.
또한 미 대선에서 AI·암호화폐 정책 담당 특보로 거론되는 데이비드 삭스(David Sacks)의 제안을 바탕으로 탄생한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향후 정치·규제 환경과의 교차작용도 변수로 꼽힌다.
결론적으로, 머스크의 ‘안티-워크 AI’ 전략은 그의 다른 사업(테슬라·스페이스X·X)과 시너지를 노리지만, 동시에 콘텐츠 정확성·편향성·법적 책임이라는 복합 과제를 안고 있다. 향후 버전 1.0 공개 시 실제 품질이 개선될지, 위키피디아와 공존 또는 경쟁 구도가 어떻게 전개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