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8년째 지연된 테슬라 ‘로드스터’ 연말 시연 예고

테슬라 로드스터, 또다시 ‘연말 공개’ 약속

전기차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차세대 스포츠카 가운데 하나로 꼽혀 온 테슬라의 ‘로드스터(Roadster)’가 다시 한 번 시장의 시선을 끌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2017년 이후 줄곧 “곧 출시”를 외쳐왔으나, 실제 양산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2025년 10월 31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머스크는 최근 인기 팟캐스터 조 로건(Joe Rogan)과의 대담 영상(11월 1일 유튜브 공개)에서 “새로운 로드스터를 올해 말 팬과 투자자들에게 선보이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는 구체적인 기술 사양이나 디자인 혁신에 대해서는 “공개 전에는 추가 정보를 줄 수 없다”며 말을 아꼈지만, ‘가장 기억에 남을 제품 공개가 될 것’이라는 점은 재차 강조했다. 머스크 특유의 과감한 ‘언팩(신제품 공개)’ 수사학이 또다시 동원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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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연(遲延)과 갈등의 8년

머스크는 2017년 11월, 테슬라 세미 트럭 행사장에서 2세대 로드스터를 전격 선보이며 “0→60마일(약 96km) 가속 1.9초, 최고 시속 400km 이상” 등의 파격적 수치를 제시했다. 그러나 첫 예약자들이 계약금을 넣은 지 7년이 흐른 현재까지 생산은 시작되지 않았다.

최근 이 지연 문제를 둘러싼 잡음이 다시 증폭됐다. Tesla Board Chair Robyn Denholm Interview 2025년 10월 30일,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오픈AI(OpenAI)의 CEO인 샘 올트먼(Sam Altman)은 SNS 플랫폼 X(구 트위터)에 “2018년 예약금을 환불받으려 했지만 메일이 반송됐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

7년 반은 너무 긴 기다림이다

”라고 적었다. 머스크와 올트먼은 2015년 공동으로 OpenAI를 설립했으나, 현재는 법정 공방까지 불사하는 ‘앙숙’ 관계다.

업계 전문 매체 인사이드EVs(InsideEVs)의 패트릭 조지(Patrick George) 편집장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로드스터는 수년째 MIA(Missing in Action·실종) 상태였다”며, 머스크가 다시 로드스터 이야기를 꺼낸 배경에 샘 올트먼의 공개 비판이 작용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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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Tech 리뷰어 마르케스 브라운리(Marques Brownlee) 역시 올해 초 ‘웨이브폼(Waveform) 팟캐스트’에서 “취소 절차가 복잡했다”고 경험담을 전한 바 있다.


‘가장 빠른 차’ 타이틀 경쟁

테슬라 로드스터가 지닌 상징성은 단순한 ‘고성능 전기 스포츠카’ 그 이상이다. 중국 BYD가 출시한 양왕(YangWang) U9 Xtreme이 최근 시속 436km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양산차’ 기록을 세우며 화제를 모았다. 이에 머스크는 로드스터로 ‘최고속 전기차’ 명성을 되찾겠다는 의지를 꾸준히 피력해 왔다.

자동차 업계 전문가들은 “초고성능 차량은 브랜드 이미지와 기술 과시효과가 큰 반면, 수익 기여도가 낮아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리기 쉽다”고 분석한다. 로드스터가 ‘소량·고가’ 모델인 만큼, 테슬라 엔지니어링 자원이 주력 양산 모델과 자율주행·로봇택시 등에 배분되면서 일정이 미뤄졌다는 해석이다.


주주총회 앞두고 던진 ‘달콤한 미끼’?

머스크가 로드스터 카드를 다시 꺼내 든 시점은 특히 미묘하다. 테슬라는 다음 주 주주총회에서 머스크 스톡옵션 패키지 승인 여부를 묻는 표결을 앞두고 있다. 해당 보상안은 시장가치·생산량·매출 등 일련의 목표 달성 시 머스크에게 1조 달러 상당의 주식을 부여, 지분율을 최대 25%로 끌어올릴 수 있도록 설계됐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고급 로드스터 공개는 투자 심리를 단기간 띄울 수 있는 카드”라면서도, “장기적 기업 가치와는 별개 문제”라는 신중론을 제시한다. 머스크 또한 로건과의 대담에서 주주총회 및 보상안 관련 질문에는 답변을 피했다.


전문가 시각: ‘언팩 쇼’ vs ‘실질 공급망’

김도현 울산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본지 통화에서 “테슬라는 배터리, 기가프레스, AI 칩 등 혁신 기술을 양산차에 빠르게 적용해 온 기업”이라며 “그러나 로드스터처럼 복합 소재와 극한 성능을 요구하는 프로젝트는 시험 장비·안전 인증·소량 생산체계를 새로 구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시장 기대가 큰 만큼 일정 지연은 브랜드에 양날의 검”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2019년 이후 테슬라 주가는 변동성이 커졌고, 고성능 EV 세그먼트에서 포르쉐·리막 등 경쟁자가 속속 등장했다.


알아두면 좋은 용어

* MIA: ‘Missing in Action’의 약자로, 군사 작전 중 실종된 상태를 뜻한다. 업계에서는 출시가 예고됐지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제품을 지칭하는 은어로 쓰인다.

* Unveil: 제품이나 프로젝트를 공개한다는 의미로, IT·자동차 업계에서는 신제품 발표회를 가리키는 용어로 자리잡았다.


향후 관전 포인트

머스크의 ‘연내 시연’ 약속이 지켜진다면 로드스터 프로토타입은 늦어도 12월 안에 등장해야 한다. 그러나 시연이 곧 양산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실제 고객 인도 시점, 파워트레인(동력계) 구체 사양, 가격 책정, 공급망 준비도 등의 변수가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주주총회 이후 테슬라의 ‘마스터 플랜’ 로드맵 업데이트에서 로드스터 일정이 공식 포함되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는 곧 연구개발(R&D)·설비투자(CAPEX) 배분 전략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결국 소비자·투자자 모두 머스크가 던진 ‘연말 데모카드’의 성패를 주시할 수밖에 없다. 7년을 더 기다릴 것인지, 올해 마지막 달력 장을 넘기기 전 희망을 확인할 것인지는 머스크의 다음 행보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