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Elon Musk)가 이끄는 스페이스X(SpaceX)의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Starlink)가 미국 시간으로 15일 새벽, 예고 없는 광범위한 접속 장애를 일으키며 수만 명의 이용자들이 인터넷에 접속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번 사건은 스타링크가 제공해 온 ‘접속성·속도·저지연성’이라는 장점을 단숨에 뒤흔들며, 위성 기반 인터넷 서비스의 취약점을 여실히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25년 9월 15일, 로이터통신(Reuters)의 보도에 따르면, 스타링크 공식 웹사이트에는 “Starlink is currently experiencing a service outage. Our team is investigating(현재 스타링크가 서비스 장애를 겪고 있습니다. 내부 팀이 원인을 조사 중입니다)”라는 짧은 공지가 게재됐다. 해당 공지에는 구체적인 장애 원인이나 복구 예상 시점이 전혀 포함되지 않아 이용자들의 불안을 키웠다. 특히 스타링크 사용자 커뮤니티와 기술 포럼에는 “새벽 1시 30분부터 접속이 완전히 끊겼다”, “라우터는 정상인데 인터넷 트래픽이 0bps로 떨어졌다” 등 실시간 피해 사례가 잇따라 올라왔다.
장애 규모를 수치로 확인한 곳은 정보기술(IT) 이상 징후 모니터링 사이트 ‘다운디텍터(Downdetector)’였다. 같은 날 오전 12시 35분(미국 동부표준시·ET, 0435 GMT) 기준 미국 내에서만 43,000명 이상이 장애를 신고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운디텍터는 접속된 IP를 기반으로 실시간 장애 현황을 시각화하는데, 지도상 대부분 주(州)가 붉은색으로 표시돼 스타링크 서비스가 사실상 전국적으로 마비된 것을 알 수 있었다.
스타링크란 무엇인가? — 저궤도(LEO) 위성의 특성과 한계※LEO(Low-Earth Orbit)는 고도 2,000km 이하의 저궤도를 의미한다 스타링크는 지상에서 수백 km 상공을 도는 소형 위성 수천 기를 그물망처럼 띄워 지구 전역에 고속·저지연 인터넷을 공급하는 서비스다. 광섬유 매설이 어려운 오지, 산악지대, 사막, 해상 그리고 분쟁 지역 등에서 ‘마지막 접속(Last Mile)’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혁신적인 기술로 평가받는다. 지구 정지궤도(36,000km) 위성 대비 지연 시간이 획기적으로 짧아 온라인 게임, 화상회의, 원격 의료 등 실시간 응답성이 요구되는 서비스에도 적합하다.
그러나 고도 자체가 낮다는 점은 장점인 동시에 위험 요소가 된다. 지상과 가까워 전파 경로가 짧아지지만, 더 많은 위성을 띄워야 하고 끊임없이 궤도 유지·충돌 회피를 위한 제어가 필요하다. 태양 플라스마 폭풍, 지자기 교란, 위성 간 간섭, 지상국(地上局) 네트워크 장애 등 수많은 변수도 상존한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장애는 위성 간 레이저 링크나 지상 백홀(Backhaul) 네트워크 어느 한 축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하지만, 스페이스X 측 공식 확인은 아직 없다.
서비스 장애가 던진 함의 이번 사고는 스타링크가 재난·군사·언론 통신과 같이 ‘망(網) 단절이 치명적인 환경’에서 쓰이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우크라이나, 중동 등 분쟁지뿐 아니라 남극 연구 기지, 해양 시추선, 원거리 항공노선 등에서도 스타링크 단말기가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위성 한두 기가 아니라 네트워크 전체가 동시에 먹통이 된다는 것은 서비스 전체 설계·운용 프로토콜에 구조적 리스크가 숨어 있음을 방증한다”고 지적한다.
실제 현장 반응도 냉담하다. 알래스카 외딴 마을의 한 이용자는 SNS에 “육로·해저케이블이 없는 지역에서 스타링크가 끊기면 대안이 없다”고 토로했다. 미국 내 전력 감시 센터 관계자는 “원격발전소 모니터링에 스타링크를 쓰는데, 경보 시스템까지 같이 끊겨 안전성에 구멍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는 스타링크가 ‘단일 장애점(Single Point of Failure)’이 될 수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Starlink is currently experiencing a service outage. Our team is investigating.”
— Starlink 공식 공지문
스페이스X의 침묵 장애 발생 12시간이 지났음에도 스페이스X는 로이터통신과 기타 주요 매체의 공식 질의에 답변하지 않았다. 고객지원 트위터 계정조차 관련 트윗을 올리지 않으면서 ‘투명성 부족’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정보기술법 전문 변호사들은 “스타링크 단말기는 선불금, 월 이용료 등 일정 수준의 소비자 보호 규정이 적용되므로, 서비스 불능 시간이 장기화될 경우 집단 소송이 제기될 소지가 있다”고 전망했다.
위성 인터넷 시장의 경쟁 구도 현재 저궤도 위성 인터넷 사업은 아마존의 ‘프로젝트 카이퍼(Project Kuiper)’, 영국 원웹(OneWeb) 등이 후발 주자로 뛰어들며 본격적인 춘추전국시대를 맞고 있다. 이번 사태는 스타링크가 앞서 확보한 ‘1등 사업자 프리미엄’을 잠식할 수 있는 변곡점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리포트에 따르면 스타링크는 단말기 초도 비용과 월 구독료를 지속적으로 인하해 왔으나, 신뢰성 문제까지 겹치면 고객 이탈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해당 리포트는 기사에 인용되지 않았음을 밝힌다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 우선 스페이스X가 장애 원인을 얼마나 상세히 공개하느냐, 복구 시간표를 정확히 제시하느냐가 관건이다. 또한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나 유럽우주국(ESA) 등 규제 기관에서 예방 조치 요구나 보고 의무 강화를 지시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마지막으로, 이번 장애가 저궤도 위성망 특유의 ‘확률적 위험’을 증폭시켜 보험·재보험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까지 확인된 사실은 43,000여 명의 미국 이용자들이 직·간접 피해를 보았다는 점과, 스페이스X가 구체적 설명 없이 “조사 중”이라는 입장만 내놓았다는 두 가지뿐이다. 그럼에도 이번 사건은 ‘하드웨어·소프트웨어·우주환경’이 얽힌 복합적 리스크를 전 세계에 상기시켰고, 위성 기반 인터넷 의존도가 점차 높아지는 현 상황에서 “안정성=생명선”이라는 교훈을 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