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라이 릴리(Eli Lilly)는 자사가 개발 중인 차세대 비만 치료제 레타트루타이드(retatrutide)가 후기(3상) 임상시험에서 강력한 체중 감소 효과를 보였고 무릎 골관절증(osteoarthritis)으로 인한 통증을 유의하게 줄였다고 2025년 12월 11일 발표했다.
2025년 12월 11일, CNBC의 보도에 따르면, 일라이 릴리는 해당 약물이 주 1회 주사 방식으로 투여되는 시험에서 최고 용량을 투여받은 환자들이 68주 시점에서 전체 참여자(치료를 중단한 경우도 포함)를 대상으로 분석했을 때 평균 체중의 23.7%를 감량했다고 밝혔다. 치료를 중단하지 않고 계속 복용한 환자만을 별도로 분석한 이른바 ‘완주자 분석’에서는 최고 용량군이 평균 28.7%의 체중 감소를 기록했다.
해당 시험은 TRIUMPH-4로 명명된 후기 임상시험으로, 체중 감소뿐만 아니라 무릎 골관절증으로 인한 통증 완화도 주요 평가 항목 중 하나였다. 일라이 릴리는 통증 평가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설문지 기준으로 전체 환자 분석에서 평균 최대 62.6%까지 통증이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또한, 약물을 투여받은 환자 가운데 8명 중 1명 이상은(>12.5%) 임상시험 종료 시점에 무릎 통증이 완전히 사라진 상태였다고 보고했다.
Kenneth Custer 일라이의 심·대사 건강 부문 대표는 성명에서 “레타트루타이드는 심각한 체중 감량 수요가 있는 환자와 무릎 골관절증 등 특정 합병증을 동반한 환자들에게 중요한 치료 옵션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안전성 프로파일과 관련해선 유의할 점도 있다. 최고 용량을 복용한 환자들 가운데 약 18%가 부작용을 이유로 치료를 중단했으며, 위약(플라시보)군의 중단 비율은 4%였다. 회사 측은 이러한 중단 비율이 환자들의 최초 체질량지수(BMI)와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고 일부 중단은 ‘지나치게 체중이 감소했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작용 빈도는 최고 용량군에서 오심(메스꺼움) 43%, 설사 33%, 구토 20.9% 등으로 보고됐다.
레타트루타이드는 기존의 주사제와 작용 기전이 다르다. 일반적으로 승인된 체중 감량 주사제는 하나 또는 두 가지 식욕 조절 호르몬을 모방하는데 반해, 레타트루타이드는 GLP-1, GIP, 글루카곤 세 가지 호르몬 작용을 동시에 모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약물은 ‘트리플 G(triple G)’라는 별칭으로도 불리며, 세 가지 신호를 동시에 표적함으로써 다른 치료제보다 식욕 억제와 식사 만족감 측면에서 보다 강한 효과를 나타낼 가능성이 제기된다.
참고로 일라이 릴리의 기존 체중 감량 주사제인 Zepbound의 유효 성분인 티르제파타이드(tirzepatide)는 GLP-1과 GIP 두 가지 호르몬을 모방한다. 경쟁사인 덴마크 제약사 Novo Nordisk(노보 노디스크)의 비만 치료제 Wegovy는 GLP-1만을 표적한다. 고용량의 티르제파타이드는 후기 임상에서 평균 최대 22.5% 체중 감소를 보인 바 있다.
TRIUMPH-4 시험은 체중 감소만을 단독 목표로 삼지 않았으므로, 체중 감소를 주 목표로 설계된 다른 연구들에서는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일라이 릴리는 2026년 말까지 레타트루타이드에 대해 추가로 7개의 3상(Phase 3) 시험 결과를 보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임상용어 및 작용기전 설명
GLP-1(Glucagon-like peptide-1): 식사 후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위 배출을 지연시키며 식욕을 억제하는 호르몬이다. GLP-1 수용체 작용제는 당뇨와 비만 치료에 널리 사용된다.
GIP(Glucose-dependent insulinotropic polypeptide): 췌장의 인슐린 분비를 자극하는 장유래 호르몬으로, GLP-1과 함께 작용할 때 체중 조절과 혈당 개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글루카곤(glucagon): 간에서 포도당 생성(항저혈당)과 에너지 대사를 조절하는 호르몬으로, 일부 약물은 글루카곤 작용을 함께 표적하여 대사율을 높일 수 있다.
시장·경쟁 구도와 경제적 함의
일라이 릴리는 레타트루타이드를 자사의 비만 포트폴리오에서 Zepbound와 개발 중인 경구제 약물의 이후 핵심 축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비만 및 당뇨 치료제 시장 규모가 2030년대에 약 1,000억 달러(약 1000억 달러) 수준에 이를 수 있다고 추정한다. 이번 TRIUMPH-4의 긍정적 결과는 일라이가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거나 확대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경쟁사 노보 노디스크는 중국 제약사 United Laboratories International로부터 초기 실험 약물의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2025년 3월에 최대 20억 달러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해당 약물 또한 세 가지 접근법을 이용하는 점에서 레타트루타이드와 잠재적 경쟁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보이나, 개발 단계가 더 초기이기 때문에 실제 시장 진입까지는 수년이 소요될 전망이다.
경제적 영향 측면에서 이 약물의 상업화는 여러 방면에서 파급력을 가질 수 있다. 제약사가 제시하는 임상적 유효성과 안전성, 보험 적용 가능성, 치료 비용 및 환자·의사의 수용성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해 가격 책정과 시장 침투율을 결정할 것이다. 특히 보험급여(보험 적용) 여부와 환자 본인부담 수준은 치료제의 광범위한 보급에 결정적이다. 또한 부작용으로 인한 중단율과 환자의 장기 순응도(adherence)는 실제 임상 사용에서 효과를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레타트루타이드가 상용화될 경우에는 초기의 높은 효능 데이터에도 불구하고 부작용 관리와 환자 선택이 중요한 관리 과제로 남게 된다. 의료현장과 보험당국은 추가 3상 결과와 장기 안전성 데이터를 근거로 비용 대비 효과(cost-effectiveness)를 평가하게 될 것이다.
전망 및 남은 과제
레타트루타이드의 TRIUMPH-4 성과는 체중 감량제 경쟁 구도에서 일라이 릴리에게 전략적 우위를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향후 시장에서의 성공은 추가 3상 결과, 안전성·내약성 프로파일, 규제 승인 과정, 보험 적용 여부, 그리고 경쟁사들의 대응 전략에 달려 있다. 특히 환자군의 다양성(연령, 기저질환, 초기 BMI 등)과 장기 추적 결과가 불확실성을 좌우할 것이다.
요약하자면, 일라이 릴리의 레타트루타이드는 후기 임상에서 유의한 체중 감량과 무릎 통증 개선을 보였으나, 높은 유효성에 상응하는 부작용 및 치료 중단 문제를 안고 있어 추가 데이터와 장기 안전성 검증이 향후 시장 판도를 좌우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