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라이 릴리(Eli Lilly)와 엔비디아(Nvidia)가 제약 업계 역사상 가장 강력하다는 평가를 받는 슈퍼컴퓨터와 AI 팩토리를 공동 구축하기로 했다. 양사는 해당 인프라를 통해 신약 탐색 및 개발 전 과정을 대폭 단축하고 비용을 절감한다는 목표다.
2025년 10월 28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파트너십은 인공지능(AI)의 잠재력을 활용해 환자에게 더 빠르게 치료제를 제공하려는 글로벌 제약·테크 업계의 최신 행보로 평가된다.
일라이 릴리의 최고정보·디지털책임자(CIDO) 디오구 하우는 인터뷰에서 인간에게 최초로 약물을 투여한 뒤 시장에 출시하기까지 평균 10년이 걸린다고 설명하며,
‘우리가 지금 구축하는 계산 능력으로 발견하게 될 성과는 2030년에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
이라고 말했다.
회사는 오는 12월까지 슈퍼컴퓨터와 AI 팩토리의 물리적 구축을 완료하고, 2026년 1월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하드웨어 스펙과 구조
릴리가 소유·운영하게 될 슈퍼컴퓨터는 1,000개 이상의 블랙웰 울트라(Blackwell Ultra) GPU*1로 구동되며, 초고속 통합 네트워크로 연결된다. 이 슈퍼컴퓨터는 대규모 AI 모델을 학습·배포하는 전용 컴퓨팅 인프라인 AI 팩토리를 실질적으로 구동한다.
릴리의 최고 AI 책임자 토마스 푹스는 이를 ‘생물학자를 위한 거대한 현미경’에 비유하며,
‘우리가 이전에는 상상도 못 했던 규모로 실험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고 강조했다.
일반 독자를 위한 용어 설명
GPU는 그래픽 처리 장치로, 동시에 많은 연산을 처리할 수 있어 대규모 AI 학습에 필수적인 반도체다. 블랙웰 울트라는 엔비디아가 2025년 발표한 최신 GPU 계열로, 전 세대 대비 처리 속도와 에너지 효율이 대폭 향상됐다.
또한 AI 팩토리란 대량의 데이터를 분석해 신약 후보 물질을 찾고, 약효·독성 예측 모델을 학습·배포하는 일련의 데이터·컴퓨팅 파이프라인을 의미한다.
이러한 대규모 연산 능력을 통해 과학자들은 수백만 건의 실험 데이터를 AI 모델로 학습시켜 후보 물질 검증 범위와 정밀도를 획기적으로 확대할 수 있다. 하우 책임자는 ‘인간 연구진만으로는 결코 찾을 수 없던 새로운 분자를 발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그러나 AI 기반 신약 개발은 아직 초기 단계다. 현재까지 AI로 설계돼 시판된 의약품은 없지만, AI가 발견한 후보 물질이 임상시험에 진입하는 사례와 업계 간 투자·제휴가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이 변화를 시사한다.
릴리 TuneLab 플랫폼
릴리는 이미 9월 TuneLab이라는 AI·머신러닝 플랫폼을 출시해 바이오텍 스타트업이 자사 모델에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이 플랫폼에는 릴리가 수년간 축적한 10억 달러 상당의 독점 데이터를 바탕으로 학습된 여러 AI 모델이 탑재돼 있다.
엔비디아 헬스케어 부문 부사장 킴벌리 파월은
‘스타트업들이 초기 자금을 태워가며 2~3년을 소요할 단계를 건너뛰게 돕는 것이 강력한 가치’
라고 언급하며, 파트너십 참여에 대한 만족감을 표했다.
페더레이티드 러닝은 무엇인가?
Federated Learning(연합 학습)은 각 기관이 데이터를 직접 공유하지 않고도 공동으로 AI 모델을 학습시키는 기술이다. TuneLab은 이 방식을 적용해 스타트업이 릴리 모델을 활용하면서도 데이터 프라이버시를 유지하도록 설계됐다.
릴리는 향후 슈퍼컴퓨터를 활용해 임상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질병 진행 과정을 고해상도 영상으로 확인하는 첨단 의료 이미징 기술을 통해 새로운 바이오마커를 발굴할 계획이다. 이는 개인 맞춤 치료를 위한 핵심 기반으로 꼽힌다.
파월 부사장은
‘정밀의학의 약속을 실현하려면 AI 인프라가 필수’
라며, 릴리와의 협력을 ‘진정한 이륙(Take-off)의 시점’이라고 표현했다.
전문가 시각
기자는 AI·반도체 기술이 제약 R&D(Research & Development) 파이프라인을 근본적으로 재편할 것으로 본다. 연산 비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알고리즘 효율이 개선되면, 향후 5~10년 내 AI 설계 신약이 상업화되는 첫 사례가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규제 환경과 임상시험 설계, 윤리적 검증 절차가 병행되지 않으면 기술적 진보가 곧바로 환자 혜택으로 이어지지 못할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릴리와 엔비디아의 협력은 제약 산업 내 AI 경쟁의 새로운 기준치를 제시하며, 연구·생산·협업 방식을 동시다발적으로 변화시킬 잠재력을 지녔다.
*1: GPU는 그래픽 처리 장치(Graphic Processing Unit)의 약어로, 병렬 계산에 특화된 프로세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