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가 사상 최고치 부근에서 거래되는 가운데, 이번 주 발표될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상승장을 시험대에 올릴 전망이다.
2025년 8월 10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벤치마크 지수인 S&P 500 지수는 올해 들어 이미 8% 넘게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 경신을 눈앞에 두고 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이미 신기록을 세웠다. 이러한 랠리는 이달 초 부진한 고용지표 발표 후 일시적으로 조정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이어졌다.
그러나 Deutsche Bank와 Morgan Stanley 등 주요 월가 기관의 전략가들은 지난 4개월간 숨 가쁘게 이어져 온 상승세가 계절적 약세 구간(8~9월)에 진입하면서 단기 조정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실제로 ‘스톡 트레이더스 연감(Stock Trader’s Almanac)’에 따르면 지난 35년 동안 8월과 9월은 S&P 500이 평균 –0.6%, –0.8%를 기록한 유일한 음의 평균 수익률 구간이었다.
1. CPI 발표가 왜 중요한가
시장 변동성을 예고하는 핵심 촉매는 13일(현지시간) 발표될 7월 CPI다. 로이터가 집계한 이코노미스트 콘센서스는 전년 동월 대비 2.8% 상승을 예상한다. 만약 실제 수치가 예상치를 상회한다면,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하 베팅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CPI는 소비자가 지불하는 상품·서비스 가격의 변동률을 보여 주는 대표적 인플레이션 지표다. 투자자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이 실제 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는지 주목하고 있다. 지난 6월 CPI에서 일부 품목 가격이 관세 영향을 받는 정황이 포착된 이후, 7월 수치는 보다 직접적인 ‘관세발 인플레이션’ 여부를 판가름할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Morningstar Wealth의 도미닉 파팔라르도 수석 멀티에셋 전략가는 “시장에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우려가 누적돼 있다”며 “단기 조정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2. 밸류에이션 부담 커진 S&P 500
S&P 500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22배를 넘어 장기 평균치(15.8배)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LSEG 데이터스트림에 따르면 이는 최근 4년 중 가장 높은 밸류에이션 수준이다. PER은 주가를 주당순이익(EPS)으로 나눈 지표로, 수치가 높을수록 시장이 미래 이익 성장에 대해 큰 프리미엄을 부여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시장 참여자들은 높은 밸류에이션과 계절적 약세, 관세 불확실성이라는 ‘3중 위험 요인’을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 Morgan Stanley의 마이클 윌슨 주식 전략가는 보고서에서 “고용 지표 둔화와 관세발 인플레이션 우려가 결합되면 3분기 중 조정(correction)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그는 12개월 전망은 여전히 낙관적이라며 “조정 시 매수 기회를 모색할 것”이라 밝혔다.
3. 연준의 금리 정책과 시장 기대
Fed funds 선물 시장에서는 9월 FOMC에서 금리 인하가 단행될 확률을 90% 이상 반영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약해진 고용 시장을 부양하기 위해 연준이 통화완화에 나설 것이란 기대를 품고 있다. 올해 최소 두 차례 인하가 가격에 이미 반영돼 있다는 점은, CPI가 예상치를 웃돌 경우 ‘실망 매물’을 유발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Edward Jones의 안젤로 쿠르카파스 수석 전략가는 “만약 CPI가 시장 기대를 뛰어넘어 높게 나온다면 변동성이 급증할 수 있다”면서도 “예상 수준에 그친다면 연준이 정책 전환 국면에 들어섰다는 확신을 강화해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4. 관세 변수와 지정학 리스크
이미 단행된 관세 효과는 아직 경제 지표에 본격 반영되지 않았다는 시각도 있다. 이번 주 목요일부로 10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높아진 평균 수입 관세는 반도체 칩·의약품 등 핵심 산업에도 추가로 부과될 예정이다. 중국산 제품에 대한 ‘휴전 연장’ 여부가 13일 만료돼, 추가 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시장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수 있다.
Man Group의 매트 로우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관세 충격이 기업 실적과 경제 성장률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를 시장이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투자자들은 관세를 ‘비용이 크지 않은 이벤트’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5. 주요 용어 해설
S&P 500 – 미국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대형주 500개로 구성된 시가총액 가중지수로, 미국 주식시장의 대표적 벤치마크다.
나스닥 종합지수 – 기술주 비중이 높은 나스닥 시장 상장 전 종목을 대상으로 산출되는 지수다. 성장주 흐름을 가늠하는 척도로 활용된다.
CPI(Consumer Price Index) – 소비자가 구매한 상품 및 서비스 가격의 평균 변동률을 측정하는 물가지표다.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 시 핵심 참고 자료로 사용된다.
Fed funds futures – 연방기금금리(미국 기준금리)의 향후 움직임을 예측하기 위해 거래되는 파생상품이다. 시장의 금리 전망을 실시간으로 반영한다.
PER(Price Earnings Ratio) –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으로, 주식의 상대적 고평가·저평가 정도를 판단할 때 쓰인다.
6. 기자 해설: 향후 초점은 ‘실물 확인’
기술적 관점에서 보면, S&P 500은 4월 저점 대비 28% 급등하며 ‘과열권(Overbought)’에 진입했다. RSI(상대강도지수) 등 모멘텀 지표 역시 단기 과매수 신호를 보내고 있다. 본격적인 조정이 나타날 경우, 50일 이동평균선(현재 5,390P선)이 1차 지지선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펀더멘털 측면에서는 관세 충격이 3~4분기 기업 실적에 어떤 영향을 줄지, 그리고 연준이 물가와 고용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가 핵심 변수다. 결국 CPI·PPI 등 인플레이션 지표와 소매판매·주택지표 등 실물 경제 지표가 ‘금리 인하→실적 개선→추가 랠리’라는 선순환 고리를 형성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단기 변동성 확대를 염두에 두고, 밸류에이션 부담이 낮은 방어주나 관세 수혜가 예상되는 내수주로 분산 투자하는 전략이 유효해 보인다. 동시에 관세 정책이 완화되는 시점에는 수출 비중이 높은 반도체·산업재 업종이 빠르게 리바운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론적으로, 이번 주 CPI 발표는 ‘연준의 금리 경로’뿐 아니라 ‘관세발 인플레이션’ 현실화 여부까지 동시에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될 것이다. 예상치를 웃도는 물가 상승률이 확인되면 ‘매도 우위’ 장세로 전환될 수 있으며, 반대로 시장 우려를 하회한다면 최근 랠리에 추가 동력을 제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