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우려 속 미 달러, 상승 돌파 가능성에 무게

뉴욕, 5월 27일(로이터) – 오랫동안 좁은 범위에서 움직여 온 미국 달러가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다시 가열되는 인플레이션과 싸우는 데 초점을 옮기면서 상방 돌파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2026년 5월 27일,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달러는 지난해 상반기 약 11% 급락한 뒤 이후에는 좁은 거래 범위에 갇혀 왔으며, 더 큰 하락을 예상하는 투자자와 의미 있는 반등을 기대하는 투자자 모두를 실망시켜 왔다. 투자자들이 달러 방향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달러가 세계 금융 시스템에서 차지하는 핵심적 역할 때문이다.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 미국 수출기업은 해외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본국으로 환산할 때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고, 미국 투자자들은 해외 자산 투자에서 기초 자산 수익률에 더해 환율 효과까지 누릴 수 있다. 반대로 미국 통화가 강세를 보이면 수입품은 달러 기준으로 더 저렴해질 수 있지만, 다른 나라 자산에 투자했을 때 달러로 환산한 수익은 줄어들게 된다. 쉽게 말해, 달러 강세는 미국 소비자에게는 수입물가를 낮출 수 있지만, 미국의 수출 경쟁력에는 부담이 될 수 있는 구조다.

맥쿼리그룹의 티에리 비즈먼 글로벌 외환·금리 전략가는

“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연준이 긴축 신호를 보낸다면 달러가 더 강해질 수 있다”

“약간의 돌파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고 말했다.

달러지수(Dollar Index)는 미국 달러의 가치를 유로, 엔화 등 6개 주요 통화 바스켓과 비교해 측정하는 지표다. 이 지수는 2월 27일 이후 약 1.5% 상승했다. 이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습이 벌어지기 전날로, 이후 지정학적 긴장과 에너지 가격 불안이 달러를 지지하는 요인으로 작용한 셈이다. 달러지수는 최근 99.13에서 거래됐으며, 약 1년 동안 이어진 5포인트 범위의 상단을 형성해 온 101선 바로 아래에 머물렀다.

투자자들은 미국 국채 시장에서의 매도세가 금리를 끌어올리면서 달러의 기대수익률도 높아졌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전쟁으로 유가가 상승하면서 인플레이션이 다시 자극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졌다. 채권 가격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국채가 팔릴수록 금리는 오르고, 금리가 오를수록 달러의 매력도 함께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최근 들어서는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둘러싼 타결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물가 불안이 다소 완화됐고, 이에 따라 미국 국채 금리도 최근 몇 거래일 동안 일부 되돌림을 보였다. 그럼에도 금리는 충돌 이전 수준보다 여전히 높은 상태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모기지 금리와 전반적인 차입 비용의 기준으로 활용되는 대표적인 지표로, 이란 전쟁이 본격화된 2월 말 이후 약 50bp(베이시스포인트) 상승했다. 통화정책 기대를 가장 민감하게 반영하고 외환시장에서 특히 주목받는 2년물 국채 금리는 같은 기간 거의 70bp 올랐다. 금리가 더 높아지면 달러 자산의 상대적 매력이 커지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달러가 추가 상승할 여지가 있다고 본다.

유럽과 아시아의 채권 금리도 함께 상승하고 있지만, 달러는 글로벌 원유와 천연가스 거래에 사용되는 결제 통화라는 점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미국 경제가 에너지 충격에도 예상보다 견조한 흐름을 유지한 점도 달러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이 같은 배경은 특히 유로화 대비 달러의 상대적 강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UBS의 G10 외환 리서치 책임자인 샤하브 잘리누스는

“유로존이나 일본에 비해 달러 우위의 스프레드가 확대될 수 있다는 데이터를 확인하는 한, 달러의 자연스러운 경로는 계속 상승하는 것”

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스프레드는 국가 간 금리 차이를 뜻하며, 일반적으로 금리 격차가 달러에 유리하게 벌어지면 자금은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달러 자산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있다.

장기적으로는 미국의 재정적자와 높은 밸류에이션 등 구조적 우려를 이유로 달러 약세를 보는 투자자들도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그 태도를 누그러뜨리고 있다. 네버거 버먼의 글로벌 통화 헤드 우고 란치오니는

“평균적으로는 달러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었지만, 전술적으로는 중립에 더 가까워졌다”

고 말했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달러를 다시 흔드는 이유

채권 금리가 오르는 핵심 동력 중 하나는 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기대의 확대다. 물가가 오르면 채권과 같은 고정수익 자산의 매력이 줄어들고, 투자자들은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게 된다. 이는 다시 달러의 상대적 매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영국 투자운용사 러퍼 인베스트먼츠의 미국 담당 투자 전문가 올리버 세일은

“위기가 끝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실제 데이터에 반영되고 있다는 증거까지 나오면서 초기 충격을 그냥 넘겨짚고 지나가기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고 말했다. 최근 발표된 자료들은 물가 압력이 시장이 기대했던 것만큼 빠르게 완화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줬다.

특히 시장에서 산출되는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치, 이른바 브레이크이븐(break-evens)은 기준이 되는 10년물 국채에서 이달 초 2.508%까지 올라 3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한 뒤 최근에는 2.4% 수준에 머물고 있다. 브레이크이븐은 명목 국채와 물가연동국채 간 수익률 차이를 통해 시장이 예상하는 인플레이션 수준을 가늠하는 지표로, 투자자들의 물가 불안이 아직 완전히 가라앉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올리버 세일은

“지난 몇 주 동안 우리는 전술적으로 달러 비중을 아주 조금 늘렸다”

며 다만 장기적으로는 달러 강세에 여전히 회의적이라고 덧붙였다.


연준의 다음 행보와 6월 FOMC

새 연준 의장 케빈 워시가 금리 인하로의 전환을 이끌 것이라는 예상이 한때 우세했지만, 인플레이션 기대가 높아지면서 그 가능성은 낮아진 상황이다. 맥쿼리의 비즈먼은

“현재의 내 기준 시나리오는 연준이 앞으로 몇 주 안에 보다 매파적(hawkish)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

이라고 말했다. 매파적이라는 표현은 물가 억제를 우선시해 금리 인하에 신중하거나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태도를 뜻한다.

다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는 6월 16~17일로 예정돼 있다. 시장은 이 회의에서 연준이 인플레이션 경계심을 얼마나 강하게 드러낼지, 그리고 향후 금리 경로에 어떤 신호를 줄지 주시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가장 큰 변수로 꼽는 것은 여전히 이란 전쟁이다. 분쟁이 장기적 해결 국면에 접어들면 인플레이션 기대가 완화되고 안전자산 선호도 약해지면서 달러에는 가장 큰 도전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투자자들이 달러 하락에 베팅하는 데 신중한 모습이다. UBS의 잘리누스는

“지정학적 측면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우리의 보기에는 저금리 통화인 엔화와 유로화 대비 달러가 더 강해지는 쪽이 가장 저항이 적은 경로”

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