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CEO 립부 탄, 트럼프 사임 압박·오해 해명 직원 서신으로 대응

인텔(Intel)의 새 수장 립부 탄(Lip-Bu Tan) 최고경영자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공개 사임 요구와 각종 ‘미정보(misinformation)’ 논란에 정면 대응했다.

2025년 8월 8일, CNBC뉴스 보도에 따르면 탄 CEO는 같은 날 사내 메모를 배포해 “40년이 넘는 업계 경력 동안 나는 언제나 가장 높은 수준의 법적·윤리적 기준을 준수해 왔다”고 강조하며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일축했다.

그는 이어 “회사는 현재 백악관과 협력해 상황을 해결하고 있으며, 미국의 국가·경제 안보 강화를 위한 대통령의 의지를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탄 CEO는 인텔 이사회 또한 자사의 ‘전환 계획(transformation plan)’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있음을 명확히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인텔 CEO 사임을 요구하는 모습


트럼프의 공개 압박
전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Truth Social)’ 계정을 통해 “탄은 즉각 사임하라!”는 글을 올리며 그를 “매우 이해충돌 상태에 있는(highly CONFLICTED) 인물”이라 규정했다. 해당 게시물 직후 인텔 주가가 3% 하락하는 등 시장도 즉각 반응했다.

트럼프의 요구는 공화당 소속 톰 코튼(Tom Cotton) 상원의원이 제기한 서한과 시점을 같이했다.

“인텔은 미국 납세자의 자금을 책임감 있게 관리하고 모든 보안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 그러나 탄 CEO의 여러 이력은 그 같은 의무 이행에 의문을 제기한다.”

코튼 의원은 중국 기업들과의 연관성, 과거 케이던스 디자인 시스템즈(Cadence Design Systems)불법 대중(對中) 수출 사건 등을 구체적으로 거론하며 탄 CEO의 해명을 요구했다.

탄 CEO는 케이던스에서 10여 년 이상 근무하며 CEO를 역임한 바 있다. 코튼 의원은 인텔이 중국 공산당과 연계된 반도체 업체 지분을 탄 CEO로 하여금 매각하도록 했는지도 함께 질의했다.


이사회·취임 배경
탄 CEO는 2025년 3월 파트 겔싱어(Pat Gelsinger) 전 CEO의 해임 이후 인텔 수장에 올랐다. 겔싱어 전 CEO는 제조 경쟁력 회복을 목표로 대규모 투자를 추진했으나 실적 부진으로 2024년 12월 이사회에서 해임됐다.

시장조사기관 번스타인(Bernstein)의 애널리스트 스테이시 라스곤(Stacy Rasgon)은 투자 메모에서 “우리는 탄 CEO가 실제로 이해충돌 상태에 있다고 보지 않는다”면서도 “현 행정부와의 관계 속에서 그의 중국 관련 경력이 좋지 않은 인상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라스곤은 또 “다른 IT CEO들과 달리 탄은 트럼프와 개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지 못했다”며, 최근 인텔이 일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프로젝트를 축소한 결정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불만을 키웠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알아두면 좋은 용어

트루스 소셜(Truth Social) —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설립한 자체 SNS 플랫폼으로, 기존 트위터 계정 정지 이후 주 지지층 결집을 목적으로 2021년 개설됐다.

케이던스 디자인 시스템즈(Cadence Design Systems) — 반도체 설계 자동화(EDA) 소프트웨어 분야의 선두 기업으로, 설계 툴을 통해 전 세계 칩 제조사와 협력하고 있다. 2020년대 초 미국 정부의 수출 통제 조치를 위반해 중국으로 자사 소프트웨어를 불법 수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파운드리 사업은 칩 설계를 외부 고객으로부터 받아 위탁 생산해 주는 모델을 의미하며, 인텔은 TSMC·삼성전자와 달리 전통적으로 자체 CPU 생산에 집중해 왔다.


전문가 시각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대형 반도체 기업 최고경영자의 국적·인맥·투자 내역까지 국가안보 관점에서 면밀히 들여다보는 것이 글로벌 표준이 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탄 CEO가 ‘미·중 균형 외교’를 어떻게 수행하느냐가 향후 인텔의 정부 지원, 고객 수주, 인수·합병 전략 전반에 직결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특히 상무부·국방부와의 협업이 필수인 첨단 공정 투자 계획에서 정·관계와의 신뢰 구축은 기술 로드맵만큼이나 중요하다.

또한 현재 인텔은 고객사 다변화·공정 미세화·코스트 절감이라는 세 갈래 과제를 안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거센 압박은 정치적 변수로 작용할 뿐 아니라, 실제 정책·지원 방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에 따라 인텔 내부는 물론 투자자들도 이번 사태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탄 CEO는 서신 말미에서 “우리는 한 팀(one team)이며, 투명성과 책임감을 토대로 미래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직원들을 독려했다. 그의 메시지가 실적 반등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그리고 트럼프와의 갈등이 어느 수준에서 수습될지는 당분간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최대 관전 포인트로 남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