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AI 스타트업 삼바노바 인수 검토…과거 인수실패 전례 주목된다

인텔이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인 삼바노바 시스템즈(SambaNova Systems)의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수가 인텔의 AI 전략 전환을 가속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과 함께, 과거 인수 사례에서 보여준 한계 때문에 회의적 시각도 존재한다고 분석한다.

2025년 12월 16일, 블룸버그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반도체 대기업인 인텔(Intel, NASDAQ: INTC)이 한때 기업가치(밸류)에 50억 달러로 평가받았던 AI 스타트업 삼바노바 시스템즈(SambaNova Systems)를 인수하기 위해 협상 중이라고 전해졌다. 보도는 인수 가격이 당초 평가액보다 크게 낮은 약 16억 달러 수준이라고 구체적으로 전했다.

Intel flag

주목

삼바노바는 AI 추론(인퍼런스)에 최적화된 하드웨어·소프트웨어 통합 솔루션을 개발하는 기업이다. 회사는 자체 설계한 맞춤형 AI 칩인 RDU(재구성형 데이터플로우 유닛, Reconfigurable Dataflow Unit)과 이를 기반으로 한 랙(rack) 단위 통합 제품인 SambaRack을 주력 제품으로 판매하고 있으며, 자사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한 클라우드 AI 플랫폼도 운영하고 있다.

핵심 배경과 과거 인수 사례

인텔이 삼바노바를 인수하면 이번이 AI 관련 대형 인수의 연속이 된다. 인텔은 2019년에 약 20억 달러를 들여 AI 칩 기업 하바나 랩스(Habana Labs)를 인수한 바 있다. 당시 하바나의 핵심 제품은 AI 학습(training)을 위한 가우디(Gaudi) 프로세서였으며, 일부 대형 클라우드 사업자(hyperscalers)에 샘플링되고 있던 상황이었다.

인텔은 하바나 인수 후 Gaudi 2Gaudi 3를 출시했으나, 성과는 제한적이었다. 성능과 전력 효율 면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판매 실적은 부진했고, 업계에서는 엔비디아(Nvidia)의 GPU와 CUDA 소프트웨어 생태계에 밀린 점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엔비디아의 CUDA는 거의 두 차례에 걸친 긴 시간 동안 가속 컴퓨팅 분야의 사실상 표준이 되었고, 탄탄한 소프트웨어 생태계가 GPU 채택을 촉진했다.

주목

또 다른 문제로는 인텔 내부의 AI 칩 전략이 분산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인텔은 하바나의 Gaudi 라인과 함께 데이터센터용 GPU(당시 프로젝트명 Falcon Shores)를 병행 개발했으나, 두 갈래 전략 모두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인텔은 Falcon Shores를 중단했고, 이후 등장할 후속 제품인 Jaguar Shores의 향방도 불확실해졌다.

삼바노바 인수가 갖는 의미

삼바노바 인수는 이전 사례와 달리 다른 점도 존재한다. 우선 삼바노바는 이미 인텔 캐피털(Intel Capital)의 포트폴리오 기업이며, 인텔의 CEO인 립부 탄(Lip-Bu Tan)이 삼바노바의 이사회 의장직을 맡고 있다는 사실이 공개되어 있다. 이처럼 기존에 인텔과 연결된 이해관계가 있어 인수 통합 과정에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삼바노바는 AI 학습(Training)이 아닌 주로 추론(Inference) 시장에 초점을 맞췄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제 AI 학습 분야에서는 엔비디아가 거의 독점적인 지위를 확보한 것으로 보고 있지만, 추론 시장은 상대적으로 경쟁이 치열하고 성능뿐 아니라 전력 효율과 비용이 동일하게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맞춤형 칩과 랙 단위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삼바노바는 이러한 추론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다.

실제 삼바노바는 10월에 자국 주권형 AI 추론 클라우드(sovereign AI inference clouds)를 위해 호주, 유럽, 영국에서 세 건의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으며, 11월에는 프랑스의 클라우드 사업자 OVHcloud의 AI Endpoints 솔루션에 GPU 기반 시스템과 함께 삼바노바 시스템이 채택되었다고 공표한 바 있다. 이는 삼바노바의 랙-스케일(rack-scale) 접근 방식이 데이터센터 고객에게 수용될 여지가 있음을 보여준다.

용어 설명 및 기술적 배경

AI 추론(Inference)은 학습이 완료된 AI 모델을 실제 서비스에 적용해 입력에 대한 예측·응답을 생성하는 과정을 뜻한다. 학습이 대규모 데이터와 막대한 연산을 요구하는 반면, 추론은 지연시간(latency), 전력효율, 비용이 더 중요한 요소이다. RDUs(재구성형 데이터플로우 유닛)는 삼바노바가 설계한 맞춤형 연산 장치로, 특정 AI 추론 워크로드에 대해 높은 효율성과 유연성을 제공하도록 설계되었다. 랙-스케일(rack-scale) 솔루션은 단일 칩이 아닌 하드웨어, 네트워킹, 소프트웨어를 통합해 랙 단위로 데이터센터에 바로 배치할 수 있는 완제품 형태를 의미한다. 또한 하이퍼스케일러(hyperscalers)는 대규모 클라우드 사업자(예: AWS, 구글 클라우드,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등)를 가리키며, 이들은 대량의 연산 장비를 구매하고 표준을 형성하는 주체다. 마지막으로 CUDA는 엔비디아가 제공하는 병렬 컴퓨팅 플랫폼·API로, GPU 가속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규정한 핵심 요소다.

전망 및 영향 분석

인텔이 삼바노바를 인수한다면 단기적으로는 인텔의 랙-스케일 전략 전개를 가속화할 수 있다. 삼바노바의 완제품형 시스템과 고객 도입 사례는 인텔이 자체적으로 구축하기 어려웠던 소프트웨어·시스템 통합 역량을 보완할 수 있다. 특히 데이터센터 사업자들이 추론 워크로드에 대해 전력효율과 운영비용 절감을 원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맞춤형 칩과 랙 통합 솔루션을 가진 삼바노바는 상업적 기회를 창출할 여지가 있다.

다만 리스크 역시 분명하다. 인텔의 하바나 인수 사례에서 보듯이, 기술 자체의 성능과 효율성이 고객 확보로 곧바로 연결되지 않을 수 있다. 주된 이유는 소프트웨어 생태계의 성숙도, 고객의 표준화된 개발환경(CUDA 등)에 대한 의존도, 그리고 데이터센터 운영자들의 보수적 도입 행태 등이다. 또한 인수 가격이 당초 평가액 50억 달러 대비 약 16억 달러로 크게 낮아진 점은 삼바노바의 자금 상황이나 시장 기대치 변화를 반영할 가능성이 있어, 인수 후 통합 과정에서 추가 비용·투자가 필요할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인텔의 AI 인프라 위치에 실질적 변화를 줄 수 있다. 성공적으로 통합해 고객 확장을 이룬다면 인텔은 AI 추론 시장에서 입지를 확보할 수 있고, 데이터센터용 시스템 공급자로서의 역할을 강화할 수 있다. 반대로 통합 실패나 생태계 적응 실패가 발생하면 과거 하바나 사례처럼 대규모 투자가 기대만큼의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을 위험이 있다.

투자자 및 시장에 주는 시사점

투자자 관점에서 이번 인수설은 인텔이 AI 사업 구조를 재편하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다만 인수 성사 여부와 조건, 그리고 이후 통합 계획이 불확실하므로 단기적 주가 변동성은 커질 수 있다. AI 추론 시장의 경쟁구도, 엔비디아와의 소프트웨어 생태계 격차, 고객 확보 전략이 향후 주가 및 사업 성패를 좌우할 주요 변수로 남아 있다.


기타 공개 정보

원문 기사에는 일부 투자 관련 공시가 포함되어 있다. 해당 기사 작성자 Timothy Green는 인텔 관련 포지션을 보유하고 있으며, Motley Fool은 인텔 및 엔비디아에 대한 포지션을 보유·권고하고 있다는 공시가 명시되어 있다.

기사 작성일: 2025년 12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