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최고경영자(CEO) 립부 탄(Lip-Bu Tan)이 2025년 4월 2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연례 제조 기술 컨퍼런스’ 무대에 올라 연설하고 있다.
2025년 8월 20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Intel)이 지분 희석(dilution)을 감수한 할인 발행 방식으로 추가 자본을 확보하기 위해 소프트뱅크 외의 다른 대형 금융 투자자들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은 CNBC의 베테랑 기자 데이비드 파버(David Faber)에게 “인텔이 전략적·재무적 투자자 풀을 넓혀 추가 자금을 유치하려 한다”고 전했다. 이는 소프트뱅크가 18일(현지시간) 20억 달러를 투입하기로 한 직후 나온 움직임이다.
주가 변동도 즉각 반영됐다. 인텔 주가는 19일 화요일 장중 6% 이상 급락하며 전일 상승분을 반납했다. 앞서 소프트뱅크 투자 소식과 트럼프 행정부의 ‘지원 방안 검토’ 보도로 강세를 보였으나, 할인 증자 가능성이 부각되자 매물이 쏟아졌다.
같은 날 하워드 루트닉(Howard Lutnick) 미 상무장관은 CNBC 인터뷰를 통해 “정부가 CHIPS Act(미국 반도체 지원법) 자금을 집행하는 대가로 인텔 지분을 받아야 한다”고 발언했다. 그는 “결국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만큼 정부가 주주로서 권리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버 기자는 ‘스콰크 온 더 스트리트(Squawk on the Street)’ 방송에서 “인텔은 고객사가 실질적으로 원하는 첨단 공정을 구축하려면 막대한 시설 투자가 필요하다”면서 “CHIPS Act 지원금이 사실상 무상지원이지만 주식으로 전환되면 희석 효과가 커서 인텔에는 오히려 부담”이라고 분석했다.
CHIPS Act 이해 돕기※
CHIPS Act는 미국이 자국 내 반도체 생산을 강화하기 위해 2022년 제정한 법으로, 설비 투자·연구개발 보조금과 세액 공제를 제공한다. 다만 정부가 일정 지분을 확보하거나 경영 정보를 요구하는 ‘조건부 인센티브’ 조항이 있어 기업 경영권·재무구조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번 협상에서 거론되는 지분 유입(equity infusion)은 ‘투자자가 새 주식을 인수해 회사에 현금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할인 발행은 통상 시장가 대비 낮은 가격에 발행해 투자자를 유치하지만, 기존 주주 지분율은 줄어든다. 이는 대규모 희석(dilution) 리스크를 동반한다.
CNBC는 인텔이 소프트뱅크 외에도 연기금·국부펀드 등과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아직 구체적인 규모, 투자 조건,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복수의 소식통은 말했다.
경영 정상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인텔은 수년간 매출 감소·점유율 하락을 겪으며 위기에 봉착했다. 특히 인공지능(AI) 고성능 반도체 시장에서 엔비디아, AMD 등에 밀렸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파운드리(반도체 수탁 생산) 사업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으나, 아직 대형 고객사를 확보하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자체 공정 전환·기술 격차 해소에만 100억 달러 이상이 소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대규모 설비 투자 비용과 연구개발비(R&D)까지 더하면 인텔의 현금흐름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리더십 교체도 진행됐다. 인텔은 3월 립부 탄을 CEO로 영입해 ‘체질 개선’을 추진 중이다. 그는 반도체 설계·투자 분야 베테랑으로, 캐드언스·왈덴인터내셔널을 이끈 경험이 있다. 반면 전임 CEO 팻 겔싱어(Pat Gelsinger)는 2024년 12월 해임됐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주 전 “탄 CEO가 매우 이해상충적
”이라며 사퇴를 요구했다. 이후 탄 CEO가 백악관을 방문해 자신의 배경·전략을 설명하자 대통령의 강경 기조는 다소 완화됐다.
이번 사안과 관련해 CNBC는 하워드 루트닉 상무장관과의 15분 분량 영상 인터뷰를 공개했다. 루트닉 장관은 “정부·기업 간 윈윈(win-win) 해법이 필요하다”면서도 “국가 안보와 공급망 안정성을 위해 정부 지분 참여가 불가피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알아두면 좋은 용어Glossary
• Equity Infusion : 기업이 주식을 새로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행위.
• Dilution : 신규 주식 발행으로 기존 주주의 지분율과 주당 가치가 희석되는 현상.
• Foundry : 반도체를 설계가 아닌 제조 위탁 방식으로 생산하는 공장 및 사업 모델.
• SoftBank : 일본 도쿄 소재 글로벌 투자회사로, 기술·통신 분야 대형 투자를 주도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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