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제조 조직 재편 속 부사장 3인 동시 은퇴…차기 공정 전략 ‘14A·18A’에 무게

샌프란시스코발—미국 반도체 제조사 인텔(Intel)이 대규모 조직 개편에 돌입하며, 기술개발 그룹과 설계·플랫폼 조직을 이끌던 카이자드 미스트리, 라이언 러셀, 게리 패턴부사장 3명이 일괄 은퇴한다.

2025년 8월 1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인텔은 지난 7월 30일(현지시간) 사내 공지를 통해 세 명의 부사장 은퇴 사실과 함께 제조·기술개발 조직 규모 축소 방침을 공표했다. 이는 3월 취임한 리프-부 탄(Lip-Bu Tan) 최고경영자(CEO)가 추진 중인 ‘제조 혁신 로드맵’의 일환이다.

인텔 내부 문건과 복수의 관계자 설명에 따르면, 이번 개편은 제조 공정 설계(Technology Development) 부문의 역할과 인력을 대폭 축소하고, 제조 용량 계획(Capacity Planning) 팀 일부를 없애는 것이 핵심이다. 회사 측은 엔지니어링 인력의 구조조정도 병행한다는 방침이나, 구체적인 감원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다.

현재 제조 조직은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출신의 나가 찬드라세카라난 부사장이 총괄한다.

찬드라세카라난 부사장은 작년 7월 패트 겔싱어 전 CEO의 영입으로 합류했으며, 올해 3월부터 기술개발과 제조를 동시에 지휘하고 있다. 그는 이미 전 세계 거점을 대상으로 한 1차 인력 감축을 실행한 바 있다.

리프-부 탄 CEO는 2분기 실적 발표 자리에서 연말까지 전체 인력을 22% 줄여 7만5,000명 수준으로 만들겠다고 천명했다. 또한 투자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엄격한 제조 투자 원칙’을 도입하겠다고 강조했다.

차세대 공정 ‘14A·18A’의 운명

탄 CEO는 메모에서 “14A 공정대형 외부 고객 확보 여부가 개발 지속의 선결 조건”이라고 못 박았다. 실제로 그는 “확정된 주문이 없다면 14A를 중단 또는 종료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18A 공정사내 제품에 한정해 사용될 때만 합리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 7월, 탄 CEO가 ‘외부 고객 대상 18A 제공’을 접고 14A 집중 전략을 검토 중이라고 단독 보도한 바 있다.

현재 인텔은 18A 공정을 적용한 PC용 차세대 칩 ‘팬서 레이크(Panther Lake)’를 올해 안에 대량 생산할 계획이다.

배경 설명: 14A·18A 공정이란?

14A와 18A는 나노미터(nm) 단위를 넘어서 Ångström(옹스트롬, 1Å=0.1nm) 스케일로 정의되는 인텔 차세대 공정 노드다. 숫자가 작을수록 회로선폭이 얇아지며, 전력 효율성능이 동시에 향상된다. 다만 공정 난도가 급격히 높아져 장비 투자수율 관리가 핵심 과제로 떠오른다.

업계 파장 및 전망

인텔의 과감한 감원과 공정 전략 변화는 TSMC·삼성전자 등 경쟁 파운드리와의 격차를 좁히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대형 고객 확보 없이는 14A의 상업화가 난관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반면 18A내부 제품 중심으로 범위를 축소함으로써 수익성 방어에 방점을 찍는 행보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리프-부 탄 CEO벤처캐피털 업계에서 쌓은 투자 선별 노하우를 반도체 제조에 적용, 비용 대비 효과를 극대화하려 한다”고 분석한다. 또한 “인력 구조조정이 R&D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기자 관전평

인텔은 지난 수년간 공정 지연생산 차질로 시장 점유율을 잃어왔다. 이번 대대적 구조조정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실행력을 확보하려는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다만 외부 고객 의존도가 높은 파운드리 사업에서 고객 확보→투자→수율 개선이라는 선순환 고리가 깨질 경우, 14A 및 18A 모두 투자 회수가 지연될 위험이 크다. 결국 탄 CEO의 ‘투자 절제’가 혁신 지연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선택과 집중을 통한 재도약의 발판이 될지는 내년 하반기 실적이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