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밸리디아 멀티팩터 투자 모델 평가 62%…저변동·모멘텀·배당수익 결합 전략에서 ‘관심’ 단계

밸리디아(Validea)가 22개 ‘구루(Guru)’ 투자 전략으로 분석한 결과, 인텔(Intel Corporation, 티커: INTC)‘멀티팩터 인베스터(Multi-Factor Investor)’ 모델에서 62%를 기록하며 해당 전략 내 최고 점수를 획득했다.

2025년 8월 2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 모델은 네덜란드 로베코(Robeco) 자산운용의 피임 판 블릿(Pim van Vliet) 박사가 제시한 ‘저변동성·고모멘텀·높은 네트페이아웃수익률(배당+자사주 매입)’ 결합 전략을 따르며, 역사적으로 시장 평균을 상회하는 성과를 보여 온 것으로 알려졌다.

밸리디아는 전 세계에서 활약해 온 워런 버핏·벤저민 그레이엄·피터 린치·마틴 츠바이크 등 22개 전설적 투자자의 정량 모델을 공개적으로 추적·운용한다. 해당 플랫폼이 제시한 ‘점수’는 각 전략이 요구하는 재무·시장 조건 부합 여부에 따라 0~100%로 산출되며, 일반적으로 80% 이상을 ‘투자 관심 대상’, 90% 이상을 ‘강한 매수 후보’로 간주한다.


① 세부 평가 내역

밸리디아가 공개한 테이블에 따르면 인텔은 시가총액(Market Cap) 항목에서 ‘PASS’를 받았으며, 표준편차(Standard Deviation) 또한 ‘PASS’로 확인됐다. 반면 12개월 모멘텀 지표(Twelve-Minus-One Momentum)네트 페이아웃 수익률(Net Payout Yield)은 ‘NEUTRAL(중립)’로 평가됐다. 이 네 가지 점수를 종합한 ‘FINAL RANK(최종 등급)’는 ‘FAIL’로 표기됐으나, 동 모델은 변수별 가중치를 달리 부여하기 때문에 총점 62%가 최종적으로 산출됐다.

‘12 Minus 1 모멘텀’은 최근 12개월 수익률에서 가장 최근 한 달을 제외한 값으로, 단기 과열·과매도를 배제하려는 기술적 지표다. ‘네트 페이아웃 수익률’(배당금 지급액 + 자사주 소각 규모 - 유상증자 금액) ÷ 시가총액으로 계산된다. 기술주 가운데 배당·자사주매입에 적극적인 기업이 흔치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인텔의 ‘중립’ 평가는 동종 반도체 업계에서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에 속한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② ‘저변동성 역설’과 판 블릿의 연구

높은 수익을 내려면 더 높은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전통적 자본시장론(CAPM)의 명제와 달리, 저변동성 주식이 장기적으로 높은 성과를 보였다는 사실은 ‘저변동성 역설(Low Volatility Paradox)’로 불린다. 판 블릿 박사는 자서전적 연구서 『High Returns from Low Risk』에서 이 현상을 데이터로 규명했다.

그는 세계 증시 90년치 데이터를 토대로 주식 변동성·배당·가격모멘텀 등을 결합하는 3인자 모델을 제안했다. 이 중 ‘멀티팩터 인베스터 모델(Conservative Formula)’이 밸리디아에 탑재되어 있으며, 동일 가중 방식으로 분기별 리밸런싱해 ▲볼라티리티 하위 30% ▲최근 1년(마이너스 1개월) 수익률 상위 50% ▲네트 페이아웃 수익률 상위 33% 종목을 선택한다.


③ 인텔의 현재 위치 — 대형 기술주 중 ‘보수적 베타’

인텔은 2025년 7월 말 기준 시가총액 약 1,650억 달러(약 217조 원)로, 반도체 업계에서 엔비디아(NVIDIA), 브로드컴(Broadcom)에 이어 3~4위를 오간다. 최근 AI·고성능 컴퓨팅 경쟁에서 TSMC 수탁생산 전략, 파운드리 재건 등으로 ‘재도약’ 과제를 안고 있지만, 반도체 경기 하강 국면에서도 연 배당수익률 1.4%와 분기당 자사주 소각을 꾸준히 유지하며 보수적 재무 정책을 지속하는 점이 판 블릿식 모델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표준편차가 낮다는 것은 주가 변동 폭이 시장 평균보다 안정적이라는 의미다. 실제로 인텔의 월별 주가 변동성(1년 로우볼) 지수는 글로벌 반도체 50지수 대비 –15% 수준으로, 동종 대형 반도체주 대비 방어적 성격이 두드러진다. 그러나 인텔의 1년 누적 주가 상승률은 11%에 그쳐, 12-Minus-1 모멘텀 지표에서 상위 구간 진입에 실패했다.


④ “62%는 관심 구간” — 실제 투자 판단의 한계

밸리디아 평점 62%는 해당 모델 관점에서 ‘관심 대상(Watchlist)’에 속하지만, 적극 매수(≥80%) 권고 단계에는 이르지 못한다. 전문가들은 저변동성 전략이 시장 조정기에 방어력을 발휘하지만 강세장에서 상대적 수익률이 둔화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평가한다. 특히 인텔의 경우 파운드리·차세대 패키징 설비에 대규모 설비투자(CapEx)를 집행 중이므로 중기 현금흐름이 변동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다만 밸리디아가 동시에 운영하는 다른 전략, 예컨대 벤저민 그레이엄식 ‘가치·안전마진’ 모델이나 워런 버핏식 ‘경제적 해자’ 모델에서도 인텔이 과거 평균 이상의 점수를 받은 전례가 있다는 사실은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즉, 다각적 팩터 분석에서 반복적으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이 장기 투자자에겐 심리적 안전판이 될 수 있다.


⑤ 용어·배경 설명

구루 전략(Guru Strategies) — 투자 대가들의 저서·학술 논문·인터뷰 등을 토대로 재무지표, 시장지표, 포트폴리오 구축 규칙을 체계화한 정량 모델을 의미한다.

멀티팩터(Multi-Factor) — 하나의 팩터(요인)가 아닌 두 개 이상 요인을 동시에 고려해 종목을 선별·비중 배분하는 접근법이다. 대표적 팩터로는 밸류(저PBR·저PER 등), 모멘텀, 퀄리티(부채비율·ROE), 사이즈(중소형 프리미엄), 저변동성 등이 있다.

저변동성 주식(Low Volatility Stocks) — 시장 혹은 섹터 평균보다 변동 폭이 낮은 종목을 말한다. 대개 ‘베타(β)가 1 미만’이거나, 3년·5년 표준편차 지표가 낮은 주식을 지칭한다.

네트 페이아웃 수익률(Net Payout Yield) — 배당수익률(Dividend Yield)과 자사주 매입(Buyback Yield)을 합친 후, 유상증자로 인한 희석(Dilution)을 차감해 산출하는 총주주현금보상률이다. 단순 배당수익률보다 기업의 실제 현금정책을 정교하게 반영한다.

12 Minus 1 Momentum — 최근 12개월 수익률에서 직전 1개월 성과를 제외한 값. 단기 과열 해소 효과가 있어, 모멘텀 신호의 노이즈를 줄인다는 장점이 있다.


⑥ 기자의 시각 — “인텔의 팩터 포지셔닝은 회복 국면”

주요 팩터 펀드 운용사들과 인터뷰를 진행해 보면 2024년 말부터 반도체 전반에 ‘에너지 효율형 AI칩’ 수요가 확산되면서 하드웨어 공급망 재정비가 가속화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인텔은 파운드리 서비스 재개, ‘리본피트’ 공정 등 야심찬 로드맵을 발표했으나, 여전히 공정 미세화 경쟁에서 TSMC·삼성전자에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변동성·현금배당 전략에서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한다는 점은, 현 주가가 성장성 프리미엄보다는 방어적 성격에 더 무게를 두고 형성됐다는 뜻이다. 투자자들은 ‘AI 슈퍼사이클’ 기대감으로 과열된 고밸류 주식과의 가격 차이를 감안해, 비싸지 않은 가격에 기술주 익스포저를 얻으려는 대안으로 인텔을 검토해 볼만하다.

결론적으로, 62%라는 점수는 매수·보유(Accumulate) 혹은 관망(Watch) 단계로 해석될 수 있으며, 향후 분기 실적과 설비투자 진행 속도가 모멘텀·현금흐름 지표를 개선한다면 80% 이상 ‘매력적’ 구간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