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파운드리 사업 갈림길]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이 차세대 14A 제조 공정에서 대형 외부 고객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첨단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을 접을 수도 있다고 투자자에게 경고했다.
2025년 7월 25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인텔은 2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분기 보고서를 제출하며 구조조정 계획과 부진한 3분기 전망을 공개했다.
이번 발표에서 신임 최고경영자(CEO) 립부 탄(Lip-Bu Tan)은 “엔지니어들이 외부 고객과 긴밀히 협력해 14A 공정을 제로베이스에서 준비하고 있다”며, 실제 투자 집행은 확정된 고객 주문이 있을 때만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14A 공정이 가져올 중대한 분기점
인텔은 보고서에서 “상당한 규모의 고객을 유치하지 못하면 14A 및 이후 세대 기술 개발을 취소 또는 일시 중단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이는
“고객이 필요로 하는 것을, 필요한 시점에, 일관된 실행력으로 제공하겠다”
는 탄 CEO의 발언과 직결된다.
만약 철수가 결정될 경우, 인텔은 현재 양산 준비 단계인 18A 공정과 그 변형 기술만 2030년까지 운용하고, 이후 첨단 제조 역량을 타이완 TSMC 등 외부 업체에 의존하게 된다. 이는 인텔이 수십 년간 수호자라 자부해온 ‘무어의 법칙(Moore’s Law)’ 전통에 커다란 균열을 의미한다.
미국 내 유일한 첨단 칩 제조사, 그러나 경쟁은 거세다
인텔은 미국 내에서 유일하게 CPU와 GPU 등 고성능 컴퓨팅 반도체를 자체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이다. 그럼에도 경영 판단 미스와 AI 시장 선점 실패가 이어지며 오랜 라이벌 AMD에 시장 점유율을 내줬다.
전임 CEO 팻 겔싱어(Patrick Gelsinger)는 파운드리 확장을 위해 막대한 자본을 투입했지만, 수익성은 뒷걸음질쳤다. 탄 CEO는 취임 후 모든 칩 설계·투자안을 직접 재검토하며 “우리는 과거의 실수를 빨리 학습해 더 나은 결과를 도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영진 발언 및 투자자 위험요인
탄 CEO는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18A 때는 외부 고객이 개발 초기부터 관여하지 못해 시행착오가 컸다”며 “이번 14A는 ‘고객 공동 설계’를 통해 이미 성공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14A 라인을 중단하면 인텔이 보유한 1,000억 달러(약 130조 원) 규모의 제조 장비 중 상당 부분이 ‘중대한 자산손상’(impairment)으로 처리될 수 있다고 회사는 밝혔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TSMC에 대한 의존도가 커져 AMD처럼 TSMC와 오래 협력해 온 경쟁사 대비 협상력·원가 경쟁력이 떨어질 가능성도 제기됐다.
용어 풀이 및 배경 설명*
* 파운드리(Foundry): 반도체 설계 기업(팹리스)이 설계한 칩을 위탁받아 생산해 주는 공장 또는 그 사업모델을 뜻한다. TSMC(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mpany)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으로, 애플·AMD·엔비디아 등의 핵심 칩을 생산한다.
14A·18A 공정: 인텔이 사용하는 차세대 공정 명칭으로, 숫자가 작을수록 회로 선폭이 미세해지고 성능과 전력 효율이 높아진다. 14A는 18A보다 한 세대 앞선 기술로, 2026~2027년 상용화가 목표로 거론되어 왔다.
전문가 관점 및 전망
기자 해설: 인텔의 이번 결정은 단순한 공정 전환 문제가 아니라, 미국 반도체 자립 전략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인텔이 첨단 제조를 포기하면, 미 정부의 각종 반도체 육성 정책(CHIPS Act 등)이 가진 전략적 의미가 약화될 수 있다.
또한, 고객 맞춤형 공동 설계로 전환한다는 선언은 인텔이 그동안 고수해 온 ‘내부 개발·내부 생산’ 패러다임의 대전환이라 볼 수 있다. 고객 확보에 실패할 경우, 인텔의 경쟁 우위였던 생산-설계 통합 구조가 사실상 무너질 위험이 있다.
반대로 성공적으로 고객을 유치한다면, 인텔은 파운드리 사업에서 삼성전자·TSMC 양강 구도에 균열을 내고 ‘미국 내 생산’이라는 지정학적 가치를 무기로 삼아 반등할 여지가 있다. 결국 14A 고객 유치 여부가 인텔 향후 10년을 결정짓는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