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항비만제 시장 지각변동: 노보 노디스크 ‘웨고비’·일라이 릴리 ‘마운자로’ 7월 판매량 두 배 급증

[하이데라바드·로이터]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의 주사형 항비만제 ‘웨고비(Wegovy)’와 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Eli Lilly)의 ‘마운자로(Mounjaro)’가 7월 인도 시장에서 전월 대비 두 배 이상 판매가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2025년 8월 7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파마랙(Pharmarack) 자료를 인용한 로이터 통신 분석 결과, 6월 현지 출시된 웨고비의 7월 판매량은 5,000개로 집계됐으며 이는 약 7,000만 루피(미화 79만8,230달러) 규모다.

마운자로 역시 같은 달 15만7,000개(약 4억7,000만 루피) 판매돼 6월 대비 두 배 늘었다.

Pharmarack의 상업 부문 수석부사장 시털 사팔레(Sheetal Sapale)는 “웨고비는 기존 경구용 당뇨 치료제 ‘라이벨서스(Rybelsus)’를 통해 확보해 둔 탄탄한 처방 기반이 있지만, 주사제 시장에서 마운자로와 같은 환자층에 도달하려면 보다 적극적인 프로모션이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마글루타이드와 티제파티드, 무엇이 다른가?

웨고비와 라이벨서스는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라는 동일 성분을 바탕으로 하며, GLP-1(인크레틴) 수용체 작용제로 혈당을 낮추고 식욕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반면, 마운자로의 주성분 티제파티드(tirzepatide)는 GLP-1뿐 아니라 GIP(포도당 의존성 인슐린 분비 폴리펩타이드) 수용체에도 작용해 이중 경로로 체중 감소 효과를 강화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인도 시장, 왜 주목받나

인도는 세계 최대 인구(약 14억 명)를 보유하고 있어 만성질환 및 비만 관련 치료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특히 세계보건기구(WHO)는 인도 성인 비만 유병률이 2010년 이후 꾸준히 상승했다고 경고해 왔다. 이러한 배경에서 웨고비·마운자로의 ‘블록버스터’ 성장세는 글로벌 제약사들의 전략 지역 확대 움직임을 가속화할 전망이다.

판매 데이터 세부 사항

• 웨고비(6월 출시): 7월 판매 5,000개, 매출 7,000만 루피(약 80만 달러)
• 마운자로(3월 출시): 7월 판매 15만7,000개, 매출 4억7,000만 루피(약 536만 달러)
• 마운자로는 3월 출시 이후 5개월 만에 15배 성장했다.
• 환율: 1달러 = 87.6790 인도 루피(보도 당시 기준)

시장 전문가 진단

인도 국립비만포럼(NOFI) 자문위원 프라빈 굽타 박사는 “GLP-1 계열 약물은 체중 감소뿐 아니라 심혈관계 위험 인자 개선에도 기여할 수 있어 처방이 확산될 공산이 크다”고 전망했다. 다만 고가인 주사제 특성상 보험 적용 범위, 장기 복용 시 부작용 감시 체계 등이 중요 과제로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환자 접근성·가격 변동

인도 제약 시장은 제네릭 의약품 비중이 크다. 현지 업계에서는 정부가 가격 규제(Price Cap)를 확대할 경우 향후 웨고비·마운자로의 소매가 인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2024년 초 인도 보건부는 ‘필수의약품 목록(NLEM)’ 업데이트 방안을 검토하며 항비만제 등 신약을 부분적으로 포함시키는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세계 시장과의 비교

미국·유럽 등 선진 시장에선 이미 공급 부족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는 지난해부터 ‘용량 제한 주문(Allocation)’을 통해 의사 당 처방량을 관리하고 있으며, 일라이 릴리도 생산 능력 확대를 위해 2024년 말까지 약 21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인도에서의 판매 급증은 이런 글로벌 흐름과 맥락을 같이하지만, 상대적으로 가격 민감도가 높은 인도 시장 특성상 향후 성장 곡선이 변동성을 보일 가능성도 크다.

향후 전망

전문가들은 두 약물이 단순 체중 감량을 넘어 당뇨·심혈관·지질 대사 등 다각적 치료 영역으로 확장될 경우 ‘라이프스타일 치료제’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에 따라 국내외 제약사들이 후속 GLP-1 계열 파이프라인을 경쟁적으로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 용어 설명
GLP-1 수용체 작용제: 식후 분비되는 인크레틴 호르몬으로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위 배출을 지연해 식욕을 감소시키는 기전을 갖는다.
GIP 수용체: 혈당 상승 시 인슐린 분비를 추가로 자극하는 호르몬 경로다. 티제파티드는 두 경로를 동시에 활성화해 체중 감량 및 혈당 조절 효과를 극대화한다.

한편 노보 노디스크는 2022년부터 인도에서 세마글루타이드 경구 제형 ‘라이벨서스’를 판매하며 처방 네트워크를 구축해 왔다. 일라이 릴리는 인도 발매 5개월 만인 마운자로의 누적 판매 75만 도즈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도 항비만제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제약·바이오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졌다”며 “규제·공급·가격 정책 등 변동 변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