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중앙은행, 소매 금융서비스 수수료 인하 요구…은행 비이자 수익 압박 전망

인도 준비은행(Reserve Bank of India, RBI)이 국내 시중은행에 체크카드 발급·이용 수수료, 연체료, 최저잔액 미달 수수료 등 소매 금융상품에 부과되는 각종 비용을 낮추도록 압박하고 있다. 이번 조치는 인도 금융권의 핵심 수익원 가운데 하나인 수수료 수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2025년 9월 19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RBI 고위 관계자들이 최근 몇 주 동안 주요 상업은행을 개별적으로 소집해 “소매 서비스 요율을 인하하라”는 지침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구체적인 상한선이나 의무 규정은 아직 명문화되지 않았다고 복수의 소식통은 전했다.

“수수료 구조가 저소득층과 금융 취약계층에 불균형적으로 부담을 지우고 있다”는 것이 중앙은행의 문제의식이라고 소식통들은 설명했다.

세계 최대 인구 국가로 부상한 인도의 금융 포용성 확대 정책과 맞물려, 은행권이 자발적으로 인하안을 내놓지 않을 경우 추가 규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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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협회도 발 빠른 대응*

블룸버그가 인용한 인도 은행협회(Indian Banks’ Association, IBA) 내부 문건에 따르면, 협회는 100개가 넘는 소매 상품 및 서비스의 수수료 체계를 일괄적으로 점검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여기에는 자동이체 실패 수수료,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초과 인출 수수료, 신용카드 연체료 등이 포함된다.

RBI의 이번 조치는 일회성이 아니라 중장기적 규제 기조 변화의 신호탄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RBI는 최근 수년 간 대출 전 가계에 유리한 금리비교 공시 확대, 디지털 결제 인프라 강화 등을 잇따라 추진해 왔다.


용어 설명·제도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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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BI는 인도의 통화정책을 담당하는 중앙은행으로, 물가 안정뿐 아니라 금융 시스템의 건전성을 총괄한다. 서비스 수수료(Service Charge)란 예금·결제·카드 서비스 등 금융상품 이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부가 비용을 의미한다. 인도에서는 저소득층 비중이 높아, 단순 연체료나 체크카드 발급비가 월 소득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특히 최저잔액 미달 수수료계좌당 월 50루피에서 150루피(약 800~2,400원) 수준이지만, 월 소득 1만 루피 미만 가계에는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한다. 현지 사회단체들은

“금융 접근성을 높이겠다면서 기본 계좌에도 숨겨진 요금을 부과하는 것은 모순”

이라고 비판해 왔다.


전문가 시각·향후 전망

시장 전문가들은 수수료 수입은 인도 상업은행 순이익의 15% 내외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규모가 큰 국영은행(State Bank of India 등)보다 민간·신생 은행의 실적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분석한다. 예컨대 결제 인프라 확대를 통해 카드 이용이 가파르게 늘어난 은행들은 체크·신용카드 수수료 인하의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RBI 내부에서는 “소매 금융시장 성장세는 유지하되, 과도한 수수료에 따른 소비자 불만을 해소해야 한다”는 기조가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향후 규제 범위를 은행권뿐 아니라 핀테크·결제 스타트업까지 확대할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아울러, 은행협회의 자체 검토 결과가 공개되는 시점(잠정 2025년 4분기)에는 구체적인 수수료 인하폭·적용 시기·소비자 환급 방안과 관련한 세부 일정이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규제 확정 전후로 인도 은행주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기자 해설]

이번 사안은 단순한 수수료 인하 권고가 아니라, “금융 포용”을 정책 우선순위로 올려놓은 인도 정부·중앙은행의 방향성을 상징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중앙은행이 비이자 부문까지 관리 범위를 넓히고 있다는 사실은, 향후 글로벌 신흥국 규제 트렌드를 가늠해볼 수 있는 시사점을 제공한다.

다만 소비자 보호와 금융사의 수익성 사이의 줄다리기가 현실적으로 불가피하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은행들은 새로운 수익모델 발굴 또는 디지털 효율화를 통해 비용 부담을 상쇄하려 하겠지만, 규제 강도·시장의 체감 효과·경쟁 구도에 따라 성공 여부가 갈릴 전망이다.

결국 RBI의 최종 가이드라인이 발표되는 시점은 인도 금융산업 재편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이해관계자들이 어떤 합의점을 도출할지, 그리고 그 과정이 신흥국의 공통 과제인 ‘포용적 성장과 금융안정의 균형’에 어떤 해답을 제시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