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중앙은행, 기준 레포금리 5.50%로 동결… 글로벌 무역 불확실성 주시

인도 준비은행(Reserve Bank of India·RBI)이 6인으로 구성된 통화정책위원회(MPC) 회의를 열어 기준 레포금리(repo rate)를 5.50%로 유지하기로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이는 시장 예상과 일치하는 결과로, 금융시장은 이미 6월의 ‘깜짝 50bp(0.50%p) 인하’ 이후 추가 대응을 가늠해 왔다.

2025년 8월 6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RBI는 정책 스탠스를 ‘중립(neutral)’으로 유지하면서 최근 단행된 금리 인하의 실물경제 파급 효과를 좀 더 관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책 결정 직후 루피화는 소폭 강세로 반응했으며, 국채 금리는 변동폭이 제한적이었다.


시장 컨센서스와 배경

로이터가 7월 18~24일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44명/57명의 경제학자가 이번 회의에서 금리 ‘동결’을 전망했다. 6월 50bp 인하가 전격적으로 이뤄진 만큼, 인플레이션이 아직 목표 범위에 머무는 상황에서 중앙은행이 추가 카드를 아끼리라는 분석이 우세했다.

레포금리는 상업은행이 단기 유동성이 필요할 때 중앙은행에 제공하는 국채 담보 대출 금리를 의미한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와 유사한 개념으로, 레포금리 인하 → 시중은행 대출금리 하락 → 소비·투자 촉진의 전통적 파급 경로를 가진다.


주요 발언 및 전문가 견해

“글로벌 무역 환경의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가운데, 인플레이션은 완만하나 성장 둔화 위험이 상존한다.” — 우파스나 바라즈(Upasna Bhardwaj), 코탁 마힌드라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바라즈 이코노미스트는 물가가 단기적으로는 안정적이지만 하반기부터 상승 압력이 재개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녀는 “향후 추가 인하의 문턱은 상당히 높아졌으며, 경기 모멘텀이 뚜렷이 약화될 때에야 마지막 완화가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성장 모멘텀을 살피면서 2025년 잔여 기간에 추가 완화를 예상한다.” — 라디카 라오(Radhika Rao), DBS은행 선임 이코노미스트

싱가포르 소재 DBS은행의 라오 박사는 이번 성명서가 시장이 기대했던 ‘완화적 톤(dovish)’ 대신 중립적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중국·미국 간 통상 갈등이 심화될 경우 인도가 받을 외부충격을 감안해 연내 혹은 2025년 초 추가 인하가 재개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무역·관세 변수로 리스크가 확대되면 RBI가 화력을 보존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 — 가리마 카푸르(Garima Kapoor), 엘라라증권 이코노미스트

카푸르 이코노미스트는 금리 동결을 ‘포탄을 아끼는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했다. 그녀는 관세(25% 가정)가 성장률에 0.20~0.25%p 하방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추정하면서, 환율·재정·통화 부양책의 상쇄 효과에 주목했다.

“향후 추가 인하 여력은 제한적이며, 관세가 성장에 실질적 타격을 줄 경우에만 가능하다.” — 삭시 굽타(Sakshi Gupta), HDFC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굽타 이코노미스트는 2025 회계연도 인도 GDP 성장률을 6.3%, 평균 소비자물가상승률을 2.8%로 전망했다. 그는 “레포금리 추가 인하 여부는 결국 성장이 얼마나 둔화되고, 루피화 약세·재정지출 확대가 얼마나 상쇄하느냐에 달렸다”고 덧붙였다.


전문 기자 시각과 시사점

이번 결정은 ‘선제적 완화→관망→데이터 확인→추가 대응’이라는 중앙은행의 전형적 행태를 재확인해 준다. 특히 최근 인도는 원자재 가격 상승, 선거 이후 재정지출 확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라는 세 갈래 변수를 동시에 마주한다. 정책 당국이 굳이 서두르지 않고 ‘정책 실탄’을 아끼는 이유다.

향후 주목할 변수는 두 가지다. 첫째, 식품·에너지 가격의 변동성과 몬순(우기) 상황이다. 인도 소비자물가에서 식품 비중이 40%에 달하기 때문에 기상이변은 물가와 실질소득 양 측면에 직격탄을 날릴 수 있다. 둘째, 미·중 통상 갈등 장기화로 관세 장벽이 높아질 경우, 인도의 수출 주력 품목인 IT 서비스·의약품·섬유 등이 간접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중장기적으로는 RBI의 통화정책과 정부의 산업·재정정책 간 엇박자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지출을 확대하면 국채 발행이 늘어나고, 이는 다시 금리 상승 압력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중앙은행이 ‘중립’ 기조를 강조한 배경에는 이러한 거시 정책 조율의 필요성이 깔려 있다.

일각에서는 루피화 가치 하락을 통제하기 위해 오히려 금리 인상을 재개할 가능성도 거론한다. 그러나 무역·자본자유화가 제한적이고 외환보유액이 안정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RBI가 성장 지표를 우선순위에 둘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금리 동결 기조가 이어질 공산이 크다.


용어 해설

레포(Repo) 거래는 중앙은행이 시중은행 보유 국채를 인수하며 단기 유동성을 공급하고, 정해진 금리로 되돌려받는 방식이다. 중앙은행이 레포금리를 내리면 은행은 더 낮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해 대출금리 인하→가계·기업 대출 확대가 연결된다.

반대로 역레포(Reverse Repo) 금리는 중앙은행이 시중자금을 흡수할 때 적용하는 금리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을 때 활용된다. 두 금리 간 스프레드(격차)는 ‘완화적 or 긴축적 환경’을 가늠하는 지표로 해석된다.


결론적으로, 이번 RBI 결정은 정책 유연성을 최대화하고 외생 변수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관망’으로 요약된다. 시장 참여자들은 10월 통화정책회의 전까지 발표될 소비자물가·공업생산·무역수지 지표를 면밀히 주시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