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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중앙은행(RBI)이 5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연 5.5%로 동결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對)인도 관세 인상 가능성을 거듭 언급하며 무역 긴장을 고조시키는 가운데 나온 결정이다.
2025년 8월 6일, C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결정은 로이터가 사전에 실시한 경제학자 설문과 일치한다. RBI는 지난 6월 회의에서 50bp(0.5%포인트)라는 ‘깜짝 인하’를 단행해 기준금리를 5.5%로 끌어내린 바 있다.
당시 산자이 말호트라총재는 “이미 공격적인 인하를 단행한 만큼 통화정책이 성장세를 추가로 뒷받침할 여력이 제한적”이라며, 정책 기조를 ‘완화적(accommodative)’에서 ‘중립적(neutral)’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통화정책위원회(MPC)는 앞으로 유입되는 지표와 경제 전망을 면밀히 평가해 향후 행보를 결정할 것”
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BofA(뱅크오브아메리카) 애널리스트들은 7월 28일 자 메모에서 “RBI가 시장에 내놓은 ‘펀치볼’을 거둬들였다”고 표현했다. 이들은 중앙은행이 당분간 관망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거시경제 환경에 ‘중대한 변화’가 생기면 추가 부양책을 꺼낼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BofA는 2025년 4분기 추가 인하 가능성을 열어 두었다. 다만 이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이 더 명확해질 때에 한정된다고 강조했다.
물가 흐름도 완화적이다.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2.1%로, 6년 만의 최저치다. 통상 물가가 목표 범위(4% 내외) 아래로 내려가면 중앙은행은 금리 인하 여력이 커진다.
경기 지표는 대체로 탄탄하다. 3월로 끝난 2024‧25 회계연도 4분기 GDP는 전년 동기 대비 7.4% 성장해 로이터 전망치(6.7%)를 웃돌았다. 회계연도 전체 성장률은 6.5%로 정부 추정과 부합한다.
하지만 무역·외교 리스크가 변수다. 인도는 러시아산 원유와 무기를 대량 구매해 왔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4일 “관세 인상 및 ‘미확정 패널티’를 부과할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관세 충격 → 수입물가 상승 → 인플레이션 압력이라는 ‘나쁜 시나리오’를 경계하고 있다. RBI가 금리를 묶어 둔 것도 대외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용어풀이
중립적(neutral) 통화정책은 물가 안정과 성장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겠다는 의미로, 금리 인하(완화)·인상(긴축)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기조를 말한다.
50bp(베이시스포인트)는 0.5%포인트에 해당한다. 중앙은행이 ‘빅 컷(big cut)’ 또는 ‘빅 스텝(big step)’이라 불리는 대폭 조정을 단행할 때 주로 사용되는 표현이다.
분석 및 전망
첫째, 2.1%까지 떨어진 물가 상승률은 RBI가 추후 추가 완화를 검토할 핑계가 된다. 둘째, 트럼프 정부의 관세 카드가 현실화하면 물가·성장 모두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해, 동결 기조가 길어질 수 있다. 셋째, 7.4% 성장률이 ‘피크’인지, 구조적 모멘텀인지는 9월 이후 발표될 산업생산·수출 지표가 가를 전망이다.
따라서 시장은 ‘RBI의 10월 회의’를 다음 체크포인트로 지목하고 있다. 경기 둔화 신호가 뚜렷해질 경우 25bp 추가 인하 가능성이 다시 부각될 것이며, 반대로 물가 반등·관세 충격 본격화 시 동결 또는 긴축 쪽으로 무게가 옮겨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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