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전자담배·가열담배 제품 금지 유지…필립모리스 로비 일축

인도 정부가 2019년 도입한 전자담배 규제를 완화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이번 결정은 가열담배(heat-not-burn) 제품을 포함한 전자담배 전반에 대한 금지 조치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의미로, 가열담배를 주요 사업 기회로 삼아온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Philip Morris International, PMI)의 오랜 민관(民官) 로비 활동에 큰 제동이 걸렸다.

2026년 2월 11일,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인도 보건부는 로이터의 관련 질의에 대해 “인도 정부는 이 금지를 철회하거나 수정하거나 완화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보건부는 또한 “인도는 근거 중심의 담배 규제 및 금연 조치를 고수한다”고 밝혔으며, 전자담배 관련 법이 명시적으로 가열담배 기기를 금지하고 있어 해당 상황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사실과 배경

인도는 연간 1,000억 개 이상의 담배가 판매되는 시장으로, 판매량 기준 세계 7위에 해당한다. 담배로 인한 사망자는 연간 10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도는 2019년 전자담배를 포함한 가열담배 제품을 금지하는 법을 도입하며 시장을 봉쇄했다.

PMI의 전략과 로비

세계에서 가장 가치가 높은 담배기업인 필립모리스는 자사의 가열담배 기기 IQOS를 인도에 상륙시키려는 계획을 지난 수년간 추진해 왔다. PMI는 IQOS가 전통적 흡연보다 건강상 위험이 적다고 주장하며 인도를 핵심 성장시장으로 보고 있었다.

로이터가 검토한 2021년에서 2025년 사이의 회사 내부 서한에는 필립모리스가 인도 고위 관료들과 의회 보건 위원회에 가열담배 기기의 과학적 근거를 검토하고 연구할 것을 요청하며 금지 예외를 요구한 정황이 담겨 있다. 2023년 서한에서는 당시 최고전략책임자(Chief Strategy Officer)였던 안쿠르 모디(Ankur Modi)가 담배 관련 피해를 줄이는 방안으로 대체제품을 통한 접근을 고려해달라고 요청하며 이를 “HIV/AIDS의 위해감소(harm reduction) 정책에 견줄 수 있다”고 적었다.

또한 PMI 경영진은 1월 다보스에서 여러 주(州) 정부 관리들과 만나 IQOS와 같은 제품을 통해 담배 산업에서의 장기적 가치를 창출하는 방안을 논의했다는 사진과 자료가 LinkedIn 등에 게시돼 있다. 회사 측은 전 세계 정부들과 정기적으로 소통한다고 밝혔지만, 보건부의 공식 입장은 이들 교섭이 규제 정책을 바꾸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공식 반응과 추가 진술

보건부: “인도 정부는 이 금지를 철회하거나 수정하거나 완화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 인도는 근거 중심의 담배 규제 및 금연 조치를 고수한다.”

PMI 경영진(자체 인터뷰 중 일부 발언): 인도 시장에서 흡연 대체제품이 허용되지 않는 것은 비논리적(illogical)이라고 주장했다.

필립모리스는 11월 건강부 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PMI는 인도의 미래에 깊게 투자하고 있다“고 밝히며 인도 의학연구위원회(Indian Council of Medical Research, ICMR)에 가열담배 관련 과학적 데이터의 검토를 요청한 바 있다. 그러나 국영 연구기관인 ICMR는 로이터에 “가열담배 제품에 대해 고려하거나 연구를 수행하고 있지 않다”고 단언했다.

시장 규모와 판매 실적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79개 시장에서 약 1510억 개의 IQOS 가열담배 유닛이 판매됐다. 필립모리스는 가열담배 글로벌 시장에서 약 76%의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고 회사 측은 밝히고 있다. 또한 유로모니터(Euromonitor) 추정치에 따르면 필립모리스의 인도 담배시장 점유율은 2019년 1.75%에서 2024년 7.6%로 상승했다.

경쟁사인 브리티시 아메리칸 토바코(British American Tobacco, BAT)는 인도의 주요 기업인 ITC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ITC는 인도 담배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규제·건강 당국의 관점

일부 규제 기관은 가열담배에 대해 제한적 긍정 견해를 내놓기도 했다. 예컨대 미국 식품의약국(U.S. FDA)은 흡연자가 기존 담배 대신 IQOS를 사용할 경우 공중보건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반면 세계보건기구(WHO)는 가열담배가 잠재적 위험을 제기한다며 경고하고 있다. 인도의 2019년 금지는 쥴(Juul) 등의 전자담배 제조업체와 필립모리스의 관련 제품들을 모두 시장에서 배제했다.

로비의 구체적 양상

로이터가 입수한 서한들에 따르면 필립모리스는 4년에 걸친 캠페인을 통해 인도 보건부 및 의회 보건위원회에 가열담배 허용을 위한 과학적 근거 검토를 지속적으로 요청했다. 회사는 자사 과학자와 전직 미 FDA 관계자 등 전문가들을 초청해 글로벌 데이터와 경험을 공유하겠다는 방안도 제시했다. 또한 링크드인에 올라온 사진에는 필립모리스 경영진들이 1월 다보스에서 여러 주 정부 관계자와 면담한 장면이 포함돼 있다.

전문적 분석: 경제·산업적 파급 효과

인도가 가열담배를 허용했을 경우 예상되는 경제적·산업적 영향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우선, PMI에게는 IQOS의 인도 진출이 글로벌 성장의 다음 단계로 작용할 수 있었다. 제퍼리스의 애널리스트 안드레이 안돈-이오니타(Andrei Andon-Ionita)는 IQOS 출시가 PMI에게 시장 점유율 확대의 기회를 제공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PMI의 인도 내 담배시장 점유율은 2019년 이후 빠르게 상승했다.

둘째, 현 규제 유지로 인해 국내 담배기업들(예: ITC)과 BAT와 같은 기존 플레이어의 지배력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가열담배 허용 시 가격구조가 변하고 신제품에 대한 프리미엄이 형성되면서 전통적 제품 대비 소비자 전환이 일어날 수 있으나, 금지 유지로 이러한 전환이 발생하지 않으므로 기존 브랜드 충성도가 계속 작동할 것이다.

셋째, 투자자 관점에서는 규제 불확실성 완화가 단기적으로 주가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만약 규제가 완화됐다면 PMI 등 가열담배 기업 주가에는 기대감이 반영돼 상승 요인이 되었겠지만, 금지 유지로 인해 해당 기대는 소멸하고 대신 국내 업체의 안정적 수익이 재평가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소비자 수요의 변화와 세수(稅收) 구조 변화, 그리고 공공보건 비용 측면에서도 장기적 영향이 존재한다.

용어 설명

가열담배(heat-not-burn)는 담뱃잎을 태우지 않고 가열해 니코틴 등 성분을 포함한 에어로졸을 발생시키는 기기류를 말한다. 전통적 연초담배와 달리 연소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부 유해물질이 줄어들 수 있다는 주장이 있으나, 완전한 무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전자담배(e-cigarette)는 니코틴 용액을 증기로 변환해 흡입하는 기기이며, 제조 방식과 사용 물질에 따라 건강 영향이 다를 수 있다.


결론 및 향후 관전 포인트

인도 보건부의 이번 입장은 국제 담배업계 전략의 중요한 분기점이다. PMI가 전 세계적 확장을 위한 핵심 시장으로 여겼던 인도가 문을 닫은 상황에서 기업은 대체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향후 관전 포인트는 다음과 같다. 첫째, PMI가 인도에서의 사업 구조를 어떻게 조정할지, 둘째, 국내외 경쟁사들이 새로운 제품 포트폴리오나 가격 전략으로 대응할지, 셋째, 인도의 금연·보건 정책이 추가 규제(예: 세율, 광고 제한 등)로 이어질지 여부다.

로이터는 이번 결정을 최초로 보도했으며, 보건부와 ICMR의 공식 입장을 통해 가열담배에 대한 인도의 규제 기조가 당분간 유지될 것임을 확인했다. 향후 관련 기업들의 주가와 산업 지형도의 변화는 규제 변화 가능성, 소비자 수요 및 글로벌 가열담배 시장의 성숙도에 의해 좌우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