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델리에서 발표된 인도 연례 예산안은 제조업 강화를 위한 새로운 베팅을 담았지만, 나렌드라 모디 정부의 개혁 조치는 예상에 못 미쳤다. 파생상품에 대한 거래세 인상 등 일부 정책은 시장에 충격을 주며 단기 변동성을 키웠다.
2026년 2월 1일,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예산안은 글로벌 경제 질서의 변화 속에서 인도의 성장 가속과 재정 건전성 유지 사이에서 균형을 모색하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보도는 Nikunj Ohri, Sarita Chaganti Singh, Shivangi Acharya의 취재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재무장관 니르말라 시타라만(Nirmala Sitharaman)은 예산 연설에서 제조업 육성을 국가 경제의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고, 아시아 3위 경제인 인도의 성장을 가속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정부는 다음 회계연도(2026-2027)까지 연방정부 부채비율을 GDP 대비 55.6%로 낮추고 재정적자를 4.3%로 축소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올해 기준치인 부채비율 56.1%와 재정적자 4.4%에서의 개선을 목표로 한 것이다.
예산안 발표 직후 주식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특별 거래 세션에서 지수는 약 1% 하락했으며, Nifty 50 지수의 자본시장 섹터 지수는 약 6% 급락했다. 이는 파생상품 거래에 대한 거래세인 증권거래세(Securities Transaction Tax, STT) 인상이 투자심리를 위축시켰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STT는 선물거래의 경우 0.02%에서 0.05%로, 옵션의 경우 0.01%에서 0.15%로 크게 상향 조정됐다.
“정부는 모험을 지양한 예산을 내놓았다”고 ANZ 뭄바이 소속 이코노미스트 Dhiraj Nim이 평가했다. 그는 “재정 건전화 속도가 기대보다 느려 채권시장을 긴장시키는 예산”이라며 STT 인상은 주식시장 참가자들에게 부정적 놀라움이었다고 지적했다.
인도 경제는 2026년 3월 31일로 끝나는 회계연도에 대해 GDP 성장률 7.4%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며, 세계 주요국 중에서 여전히 높은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 투자자들이 지난해 1월 이후 인도 주식을 총 220억 달러어치 매도했고 루피화는 사상 최저치로 급락하는 등 자본유출과 통화 약세 압력이 가중됐다. 보도는 달러-루피 환율 표준으로 $1 = 91.6710 루피를 인용했다.
제조업에 대한 구체적 전략
시타라만 장관은 제조업을 7대 핵심 분야에서 집중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제약, 반도체, 희토류 자석, 화학, 자본재, 섬유, 스포츠용품이 그 대상이다. 또한 정부는 과거 산업단지 200곳을 재검토하는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모디 정부는 현재 GDP에서 약 20% 미만인 제조업 비중을 25% 수준으로 끌어올려 매년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수백만 명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왔다.
모디 총리는 예산 연설 전 경제조사보고서 발표에서 “국가는 장기적 문제에서 벗어나 장기적 해결책으로 나아가고 있다. 장기적 해결책은 예측 가능성을 제공해 세계의 신뢰를 높인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25년을 ‘차세대 개혁’의 기간으로 규정하며 인도를 선진국으로 도약시키기 위한 전환기적 조치들이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금융 부문 규제를 재검토할 고위 위원회를 구성하고 기업채권시장 활성화 등의 조치를 통해 시장기반 자금조달을 장려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은행대출에 의존하는 기존 구조에서 벗어나 기업들이 장기 자금을 다변화하도록 유도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지출·차입·방위 예산
경제 성장을 견인하기 위해 정부는 새 회계연도 인프라 지출을 12.2조 루피(약 1,330.8억 달러)로 책정했다. 이는 전년의 11.2조 루피에서 증가한 수치다. 국방비는 전년 대비 약 6% 상향 조정됐다. 한편 정부는 채권시장에서 총 17.2조 루피를 차입할 계획이라고 발표했으며, 높은 정부 차입으로 채권수익률이 상승해 온 점이 시장의 부담 요인으로 지적된다.
무디언 자산운용사 Fident의 설립자 겸 최고투자책임자 Aishvarya Dadheech는 “전반적으로 불꽃이 없는 예산으로, 큰 호재도, 큰 악재도 아닌 성격”이라며 시장의 즉각적인 반응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용어 설명: 이해를 돕기 위한 배경
이번 기사에서 자주 등장하는 몇 가지 용어에 대해 설명한다. 증권거래세(Securities Transaction Tax, STT)는 주식·파생상품 거래에 부과되는 세금으로, 인상 시 파생상품 거래 비용이 상승해 거래량 감소와 변동성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Nifty 50은 인도의 대표적인 주가지수로, 주요 상장 기업 50개로 구성되어 시장 전반의 움직임을 보여준다. 재정적자는 정부의 지출이 수입보다 큰 정도를 의미하며, 부채비율(Debt-to-GDP)은 정부부채를 국내총생산으로 나눈 비율로 재정 건전성의 핵심 지표다.
시장·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한 분석
단기적으로는 이번 예산에서의 STT 인상과 차입계획으로 인해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파생상품에 대한 거래비용 인상은 헤지 수요를 둔화시키고, 그 결과로 주식시장 내 포지션 조정과 유동성 축소를 초래할 수 있다. 또한 정부의 차입액 17.2조 루피는 국채 공급을 늘려 채권수익률 상승 압력을 만들 가능성이 높아, 기업의 장·단기 차입 비용 상승과 민간투자 둔화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제조업에 대한 정책적 지원과 7개 전략 산업에 대한 집중 투자가 성공한다면 생산능력 확대와 수출 다변화에 기여해 성장의 질적 개선으로 연결될 수 있다. 특히 반도체·제약·자본재 등 캐파(생산능력) 확충이 가능한 분야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인도의 경쟁력을 제고할 잠재력이 있다. 다만 이러한 구조적 전환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토지·노동·세제 등 다방면의 제도개선과 안정적 자금조달이 병행되어야 한다.
환율 측면에서는 외국인 자금 유출과 높은 성장에 따른 수입 수요 확대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루피화의 추가 약세가 이어질 위험이 존재한다. 중앙은행과 정부의 정책 대응(예: 외환시장 개입, 금리정책, 자본유출 통제) 여부가 향후 환율 안정화의 관건이 될 것이다.
결론 및 전망
이번 예산안은 성장 가속과 재정 건전성 유지라는 두 축 사이에서 신중한 균형을 택한 것으로 평가된다. 제조업 육성이라는 중장기적 목표는 분명해졌지만, 즉시 시장을 안심시키기에는 부족한 개혁 속도와 일부 세제 정책의 역효과로 인해 단기적인 변동성은 불가피하다. 향후 정책의 초점은 실제 민간투자 유입, 채권시장 안정화, 환율 관리 등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며, 이러한 영역에서의 추가 조치들이 인도의 성장 경로와 금융시장 안정성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