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설탕 선물 시장이 인도발(發) 공급 확대 가능성을 의식하며 하락세를 이어갔다. 12일(현지시간) 뉴욕 ICE 원당 10월물(#11) 종가는 전일 대비 -0.03센트(-0.19%) 내린 파운드당 15.86센트를, 런던 ICE 백설탕 10월물(#5)은 -3달러(-0.61%) 하락한 톤당 493.20달러에 마감했다.
2025년 9월 12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인도 설탕·바이오에너지 제조업협회(Indian Sugar and Bio-energy Manufacturers Association·ISBMA)는 2025/26(2025년 10월~2026년 9월) 시즌에 200만t(MMT)의 설탕 수출 허가를 인도 정부에 공식 요청했다고 밝혔다. 세계 2위 설탕 생산국인 인도의 추가 물량 공급 가능성은 가격을 압박하는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
다만 브라질 헤알화(USD/BRL)가 달러 대비 15개월 만의 고점으로 뛰면서 브라질 업체들의 수출 유인이 다소 약화돼 낙폭은 제한됐다. 일반적으로 헤알화가 강세를 보이면 브라질 수출업체가 달러 표시 수익을 보존하기 위해 물량 출하를 늦추는 경향이 있다.
■ 브라질 생산 동향과 환율 효과
주초 뉴욕 원당 근월물은 4년 3개월래 최저치까지 밀렸다. 이는 브라질의 풍부한 공급 전망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8월 29일 브라질 설탕산업협회인 유니카(Unica)는 8월 상반월 센터사우스(Center-South) 지역 설탕 생산량이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한 361만5,000t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같은 기간 사탕수수 분쇄물 가운데 설탕 비중도 55.00%로 전년 49.15%보다 높아졌다.
그러나 2025/26 시즌 누계(8월 중순 기준) 생산량은 -4.7% 감소한 2,288만6,000t으로 집계돼 증가세가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브라질 컨설팅업체 코브릭 애널리틱스(Covrig Analytics)는 “건조한 기후로 사탕수수 당도가 높아지면서 에탄올보다 설탕 생산을 우선하는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 ISO·USDA의 장기 수급 전망
국제설탕기구(ISO)는 8월 29일 보고서에서 2025/26시즌 6년 연속 공급 부족을 예고했다. 다만 부족 규모는 -23만1,000t으로 전년 -488만t보다 크게 축소될 것으로 봤다. 같은 기간 전 세계 설탕 생산은 1억8,060만t(+3.3%), 소비는 1억8,080만t(+0.3%)으로 각각 추정했다.
“향후 2~3년간 다소간의 적자 구조가 지속되겠지만, 생산 회복 속도가 빨라 가격 상승 탄력은 제한적일 수 있다.”
— ISO 주간 보고서 중
미국 농무부(USDA) 역시 5월 반기 보고서에서 2025/26 글로벌 생산을 사상 최대 1억8,931만8,000t으로, 기말 재고는 4,118만8,000t(+7.5%)으로 전망했다. 특히 브라질 4,470만t(+2.3%), 인도 3,530만t(+25%), 태국 1,030만t(+2%) 등 주요 3개국의 생산 확대가 주목된다.
■ 인도·태국의 공급 변수
인도 기상청(IMD)은 9월 10일까지 누적 몬순 강수량이 826.2㎜로 평년 대비 8% 많다고 발표했다. 양호한 강수 덕분에 인도 협동조합 설탕공장연합(NFCSF)은 6월 2일 “2025/26 생산이 전년 대비 19% 증가한 3,490만t까지 회복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전년도 가뭄 여파로 2,620만t(-17.5%)로 급감했던 것에 대한 기저 효과도 반영한다.
태국 사탕수수·설탕위원회(Office of the Cane and Sugar Board)는 5월 2일 2024/25 생산량이 10만t(+14%) 증가한 1,000만t이라고 밝혔다. 세계 3위 생산국이자 2위 수출국인 태국의 회복세도 가격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한다.
■ 용어 돋보기
· 원당 #11: 뉴욕 ICE에서 거래되는 원당(무정제 설탕) 선물로, 세계 표준 가격 지표로 활용된다.
· 백설탕 #5: 런던 ICE에서 거래되는 정제 설탕 선물 계약.
· 센터사우스: 브라질 남중부 지역으로, 전 세계 설탕·에탄올 생산의 약 90%를 차지하는 핵심 산지.
· 헤알화 효과: 브라질 통화가치가 강세일 때 달러 기준 수익이 감소해 수출이 둔화되는 현상.
■ 기자의 시각
견조한 생산 회복 전망에도 불구하고 수급 균형선은 여전히 박빙이다. ISO 전망대로라면 2025/26시즌에도 공급 부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다. 다만 재고 확대와 인도의 수출 재개 여부가 단기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특히 미국·유럽 등 주요 소비국의 경기 방향과 브라질 헤알화 추이가 가격의 단기 방향성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라면 환율·기후·수출 정책 등 거시 변수에 주목하며 리스크 관리에 나서는 전략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