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설탕 가격이 다시 한번 하락세를 나타냈다. 10월 만기 뉴욕 ICE 원당(세계 원당 #11) 선물은 전 거래일 대비 -0.56% 하락한 -0.09센트를 기록했고, 같은 만기의 런던 ICE 백설탕(#5) 선물도 -0.65% 떨어져 -3.20달러를 반납했다.
2025년 9월 11일, 나스닥닷컴에 게재된 Barchart 보도에 따르면, 인도 설탕·바이오에너지 제조업협회(IMSA)가 2025/26 시즌(10월 시작)에 200만 톤(MMT) 규모의 설탕 수출 허가를 인도 정부에 요청했다. 세계 2위 설탕 생산국인 인도가 본격적으로 수출 물량을 늘리려 한다는 소식이 투자 심리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이번 주 초 뉴욕 원당 선물가는 4년 3개월 만의 근월물 최저치까지 떨어졌으며, 런던 백설탕 선물도 2주 반 만의 저점을 기록했다. 그 배경에는 브라질 중남부(Center-South) 지역 공급 증가 전망이 자리하고 있다. 8월 29일 브라질 사탕수수산업협회(UNICA)는 8월 상반월 중남부 설탕 생산량이 전년 대비 +16% 증가한 361만 5,000톤이라고 발표했다. 같은 기간 설탕 비중도 지난해 49.15%에서 55.00%로 높아졌다. 다만 2025/26 누적 생산량은 -4.7%% 줄어든 2,288만 6,000톤이다.
시장조사업체 코브릭 애널리틱스(Covrig Analytics)는 브라질 제당소가 사탕수수의 더 큰 비중을 설탕 생산에 투입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건조한 기후 탓에 수확기의 사탕수수가 당분 함유량(폴도) 면에서 높아, 에탄올보다 설탕 생산에 유리하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공급 불안 요인이던 국제 설탕 기근 전망도 완화되는 분위기다. 8월 9일 국제설탕기구(ISO)는 2025/26 시즌 세계 설탕 수급이 23만 1,000톤 부족할 것으로 예측했으나, 이는 전 시즌 488만 톤 적자에서 크게 개선된 수치다. ISO는 2025/26 세계 생산량을 전년 대비 +3.3% 늘어난 1억 8,060만 톤, 소비량을 +0.3% 오른 1억 8,080만 톤으로 전망했다.
브라질 정부 산하 작황 예측기관 코나브(Conab)도 8월 19일 2025/26 브라질 설탕 생산 전망치를 4,450만 톤으로 -3.1% 하향 조정했다. 그러나 지난해(2024/25)에는 가뭄과 폭염에도 4,411만 톤(전년 대비 -3.4%)을 기록해 여전히 높은 생산력을 유지하고 있다.
공급 과잉에 대한 장기 전망은 여전하다. 6월 30일 상품 트레이더 자르니코우(Czarnikow)는 2025/26 시즌 글로벌 설탕 잉여분을 750만 톤으로 제시하며, 8년 만에 최대 흑자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농무부(USDA)도 5월 22일 반기 보고서에서 세계 설탕 생산이 사상 최고치인 1억 8,931만 8,000톤(+4.7%)에 이를 것으로 관측했다.
인도 기상청(IMD)은 9월 10일 기준 누적 몬순 강수량이 826.2mm, 평년 대비 +8%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풍부한 강수 덕분에 사탕수수 작황이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강하고, 이는 인도 정부가 수출을 허용할 명분이 된다.
인도 협동조합 설탕공장 연합(NFCSF)은 6월 2일 2025/26 인도 설탕 생산이 전년 대비 +19% 늘어난 3,490만 톤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2024/25 시즌 17.5% 급감해 5년 만의 최저치(2,620만 톤)를 기록한 이후 대규모 회복세다.
세계 3위 생산국인 태국도 공급 확대 대열에 합류했다. 태국 사탕수수·설탕위원회(OSCB)는 5월 2일 2024/25 태국 설탕 생산량이 +14% 늘어난 1,000만 톤이라고 밝혔다. USDA 해외농업국(FAS)은 2025/26 시즌 태국 생산량을 +2% 증가한 1,030만 톤으로 추산했다.
용어 해설
① 원당 #11: 뉴욕 ICE에서 거래되는 원당(정제 전 설탕) 112,000파운드(약 50.8톤) 선물 계약. 세계 기초 지표가격으로 활용된다.
② 백설탕 #5: 런던 ICE에서 거래되는 정제설탕 50톤 선물 계약. 가공·수입업체가 가격 변동 위험을 헤지할 때 이용한다.
③ MMT: Million Metric Tons(백만 미터톤) 단위.
④ ISO·UNICA·Conab: 각각 국제설탕기구, 브라질 사탕수수산업협회, 브라질 농업공사 산하 작황예측기관을 뜻한다.
전문가 시각에서 보면, 인도와 브라질 두 거대 생산국이 공급 측면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구도다. 특히 인도 정부의 수출 허가는 정치적·경제적 변수에 따라 유동적이지만, 이미 200만 톤이라는 구체적 수치가 언급된 이상 시장 심리에 미리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가격 반등 여지가 크지 않으며, 뉴욕 ICE 선물 18~19센트, 런던 ICE 선물 530~540달러 선이 기술적·심리적 지지선으로 거론된다.
다만 지속적인 기후 변수, 예컨대 엘니뇨·라니냐 전환과 같은 이상 기상은 사탕수수 수확량에 즉각적인 영향을 준다. 최근 동남아시아 일부 지역에서 관측되는 국지적 폭우와 홍수 가능성, 남미 북부의 건조 기후 재심화 등은 가격 변동성을 다시 키울 요인이다.
결론적으로 중장기적 공급 과다 시나리오가 우위에 있지만, 기후·정책 리스크가 상존해 하반기 내내 스팟 가격의 단기 급등·급락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시장 참여자들은 각국 정책 및 기후 데이터를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가격 헤지 전략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