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 선물 가격이 인도발(發) 수급 변수로 약세를 보였다. 16일(현지시간) 뉴욕 ICE 원당(#11) 10월물은 전장보다 -0.10센트(-0.62%) 하락한 16.06센트/파운드에 마감됐고, 런던 ICE 백설탕(#5) 12월물 역시 -0.10달러(-0.02%) 떨어진 550.80달러/톤에 거래를 마쳤다.
2025년 9월 16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설탕 트레이더 Sucden은 “인도가 2025/26년도에 400만 톤(MMT)의 가당용 원당을 에탄올 생산으로 전환하더라도 잉여 물량을 감소시키기에 충분치 않아, 최대 400만 톤의 설탕이 수출 시장으로 흘러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당초 시장은 200만 톤 수준을 예상했으나, 이보다 두 배 많은 물량이 해외로 풀릴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가격 압력이 확대됐다.
설탕 가격 낙폭은 제한적이었다. 이날 브라질 레알화(USD/BRL 환율)는 달러 대비 15개월 만의 고점을 기록했는데, 레알 강세는 브라질 생산자들의 수출 유인을 약화시켜 추가 하락을 일부 상쇄했다.
펀드 포지션과 단기 급등 가능성
시카고상품거래소(CFTC)의 커미트먼트 오브 트레이더스(COT) 보고서에 따르면 9월 9일 기준 투자펀드의 뉴욕 원당 순매도 잔고는 전주 대비 32,849계약 증가한 182,608계약으로 약 6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과도한 숏(Short) 포지션이 쇼트커버링 랠리로 이어질 경우 단기 급등을 촉발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커미트먼트 오브 트레이더스(COT) 보고서는 월·주 단위로 발표되며, 대형 투기세력·헤지펀드의 선물/옵션 순포지션을 보여준다. 포지션이 한쪽으로 과도하게 쏠릴수록 향후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브라질·인도·태국 공급 전망
8월 29일 브라질 사탕수수산업협회(Unica)는 브라질 중남부 지역의 8월 상반월 설탕 생산량이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한 361만5,000톤이라고 발표했다. 같은 기간 설탕 비중은 55%로 전년 49.15%에서 상승했다. 다만 2025/26연도 누적 생산량은 -4.7% 감소한 2,288만6,000톤에 그쳤다.
브라질 정부농업공사(Conab)는 8월 19일 2025/26년 전국 설탕 생산 전망치를 4,450만 톤으로 3.1% 하향 조정했다. 2024/25년도 생산량은 -3.4% 감소한 4,411만8,000톤이었다. 가뭄과 고온이 주요 요인으로 지목됐다.
인도 사탕·바이오에너지 제조협회(ISMA)는 2025/26 시즌(10월 시작)에 200만 톤 수출 허용을 정부에 요청했다. 인도 기상청(IMD)은 9월 10일 기준 누적 몬순 강수량이 826.2㎜로 ‘평년 대비 8%↑’라고 밝혔다. 풍부한 비는 작황 호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가격에 추가 부담이 되고 있다.
태국 사탕수수위원회(OCSC)는 2024/25년 설탕 생산량이 전년 대비 14% 증가한 1,000만 톤이라고 5월 2일 발표했다. 세계 3위 생산국이자 2위 수출국인 태국의 회복세 역시 약세 요인이다.
국제기구·기관별 수급 전망
국제설탕기구(ISO)는 8월 29일, 2025/26연도 글로벌 설탕 수급이 23만1,000톤 적자이며 6년 연속 공급 부족이 이어질 것이라고 발표했다. 다만 전년(488만 톤) 대비 적자 폭은 크게 축소될 것으로 봤다.
미국 농무부(USDA)는 5월 22일 반기 보고서에서 2025/26년 세계 설탕 생산이 사상 최대 1억8,931만8,000톤(+4.7%), 소비가 1억7,792만1,000톤(+1.4%)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따라 기말 재고는 4,118만8,000톤으로 7.5% 증가할 전망이다.
커머셜 트레이더 Czarnikow는 6월 30일 2025/26년 세계 설탕 시장이 8년 만에 최대 규모인 750만 톤 흑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공급과잉 전망은 가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단위·용어 설명
MMT는 ‘Million Metric Ton’의 약자로 백만 미터톤(100만 톤)을 의미한다. 글로벌 농산물·원자재 시장에서 대형 생산·소비 지표를 표시할 때 주로 사용한다.
원당 11번(Raw Sugar No.11)은 뉴욕 ICE에서 거래되는 국제 기준 원당 선물로, 전 세계 설탕 가격의 벤치마크 역할을 한다. 백설탕 5번(White Sugar No.5)은 런던 ICE에 상장된 정제설탕 선물이다.
브라질·인도·태국은 세계 설탕 수급의 60% 이상을 차지해, 각국의 기상 상황·정부 정책·환율 변화가 국제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시장 전망 및 시사점
현재 시장은 인도의 예상 밖 대규모 수출 가능성과 브라질의 생산 증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레알화 강세 및 펀드 순숏 과잉이 단기 반등 동력으로 남아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공급 확대 압력이 더 크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업계 전문가들은 “환율, 기후, 정책 변수의 변동성에 따라 급격한 가격 스윙이 빈번할 것”이라며 리스크 관리를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