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설탕선물이 3거래일 연속 약세를 이어가며 뉴욕 ICE 원당(10월물)과 런던 ICE 백설탕(10월물) 모두 단기 저점을 재차 경신했다.
2025년 7월 24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이날 뉴욕 ICE 원당 #11 10월물(SBV25)은 전일 대비 0.12%(-0.02센트) 떨어진 파운드(lb)당 16.06센트 부근에서 거래됐고, 런던 ICE 백설탕 #5 10월물(SWV25)은 0.11%(-0.50달러) 하락한 톤당 460.50달러를 기록했다.
가격 하락의 직접적 요인으로는 인도가 차기(2025/26) 시즌부터 설탕 수출을 재개할 수 있다는 관측이 부각됐다.
블룸버그는 “올해 몬순(우기) 강수량이 평년보다 6% 많아 bumper crop(풍작)이 예상됨에 따라, 인도 정부가 10월 시작되는 새 시즌에 민간 제당소의 수출을 허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인도는 세계 2위 설탕 생산국이자 주요 수출국이어서, 공급 확대 가능성만으로도 선물 가격에는 즉각적인 하락 압력이 가중됐다.
브라질 – 최대 생산국의 건조한 날씨 효과
세계 1위 생산국 브라질에서도 생산 증가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조사기관 Datagro는 “건조한 날씨 덕분에 브라질 남부·중서부(Center-South) 지역 제당소가 사탕수수 수확과 분쇄를 가속화하고 있으며, 이달 상반기에 가용 수수의 54%를 설탕 생산에 투입해 약 320만 톤이 추가 공급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브라질 산업협회 Unica가 지난주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25/26 시즌 6월까지 누적 설탕 생산은 전년 대비 14.3% 감소한 1,224만 9,000톤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시장 컨센서스는 7~8월 기상 여건이 개선될 경우 곧바로 증산으로 전환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인도 – 생산 급반등 전망
인도협동조합제당연맹(NFCSF)은 6월 2일 보고서에서 2025/26년도 생산량을 전년 대비 19% 증가한 3,500만 톤으로 전망했다. 이는 인도제당협회(ISMA)가 추산한 2024/25 시즌 5년 만의 최저치(2,620만 톤)에서 17.5% 급감한 이후 반등하는 규모다. ISMA는 7월 7일 “작년 10월~올해 5월 15일 누적 생산이 2,574만 톤으로 y/y 17% 감소했다”고 밝히며 기상이변·심화된 가뭄 영향을 설명한 바 있다.
가격 흐름 및 수급 전망
원당 가격은 지난 3개월 동안 약세를 지속해 7월 초 4년 3개월 만의 저점까지 밀렸다. 런던 백설탕 역시 거의 4년 만의 저점을 기록했다. 6월 30일 거래업체 Czarnikow는 2025/26 시즌 글로벌 잉여(surplus)를 750만 톤으로 제시해 8년래 최대 공급 과잉을 경고했다.
또 미 농무부(USDA)가 5월 22일 발표한 반기 보고서에서는 2025/26년 전 세계 생산이 전년 대비 4.7% 늘어 1억 8,931만 8,000톤(사상 최고), 소비는 1.4% 늘어 1억 7,792만 1,000톤이 될 것으로 예상됐고, 기말 재고는 7.5% 증가한 4,118만 8,000톤으로 전망됐다.
수요 측 호재도 존재한다. 지난주 뉴욕·런던 선물은 일시적 반등을 보였는데, 이는 중국의 6월 설탕 수입이 전년 대비 1,435% 폭증한 42만 톤으로 집계된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코카콜라와 협의해 미국 내 판매 제품에 고과당 옥수수 시럽 대신 정제설탕(케인슈거)을 사용하기로 합의했다”며, 이에 따라 미국 설탕 소비가 4.4% 증가한 1,150만 톤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태국 – 공급 확대 변수
세계 3위 생산국이자 2위 수출국인 태국도 5월 2일 사탕수수·설탕위원회 발표에서 2024/25 생산량이 전년 대비 14% 증가한 1,000만 톤으로 집계됐다. USDA 산하기관 FAS는 2025/26 시즌 태국 생산이 2% 늘어 1,030만 톤에 이를 것으로 관측했다.
ISO 정책 변화
국제설탕기구(ISO)는 5월 15일 보고서에서 2024/25 글로벌 공급 부족 규모를 547만 톤(9년 만의 최대)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전년(2023/24) 공급 과잉 131만 톤에서 흑자에서 적자로 급전환한 수치다.
전문가 해설: #11·#5 계약이란?
국제 원당·백설탕 선물시장에서 가장 많이 거래되는 구분이 #11과 #5 계약이다. #11은 뉴욕 ICE에서 거래되는 가공 전 원당(raw sugar) 선물로, 파운드(lb) 단위 가격이 표준이다. 반면 #5는 런던 ICE에서 거래되는 정제백설탕(white sugar) 선물로, 미터톤(metric ton) 단위로 호가된다. 두 계약은 글로벌 설탕 수급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이자, 생산국·소비국의 헷지(위험회피) 수단으로 활용된다.
또한 Unica(브라질 사탕수수산업연합), Conab(브라질 농업공급공사) 등 기관은 브라질 현지 생산 데이터의 신뢰도 높은 원천으로 평가된다. 이 밖에도 Czarnikow·Datagro처럼 특정 품목에 특화된 민간 리서치업체가 발표하는 지표가 가격 변동의 선행지표 역할을 한다.
기자 분석 및 전망
단기적으로는 인도·브라질·태국발 공급 확대로 2025/26 시즌 글로벌 잉여 가능성이 크다. 원당 15센트·백설탕 440달러 선은 기술적·심리적 지지선이나, 실제 수출 허가가 확정될 경우 1~2센트 추가 하락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브라질 남동부의 엘니뇨 잔존 가능성, 인도 마하라슈트라·우타르프라데시 주의 홍수·가뭄 리스크, 국제원유 가격 회복에 따른 에탄올 전환 확대 등이 복합 작용하면, 연말 이후 재차 타이트(tight)한 국면으로 전환될 여지도 남아 있다.
※ 1본 기사에서 언급된 선물·통계 수치는 2025년 7월 24일 기준. 저자 본인은 해당 상품의 포지션을 보유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