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경제성장률이 2025/26 회계연도 10~12월(3분기)에 연율 기준으로 7.8%를 기록하며 직전 분기(8.4%)보다 둔화됐다. 다만 민간 소비 강세에 힘입어 인도는 주요국 가운데 여전히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대규모 경제 지위를 유지했다.
2026년 3월 2일,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통계는 인도가 올해 시행한 새로운 통계 시계열에 따른 수치다. 국가통계국(National Statistics Office, NSO)은 새로운 시계열을 적용한 결과 2025/26 회계연도(2025년 4월~2026년 3월) 성장률이 7.6%로 추정된다고 2월 27일 발표했다. 이는 구(舊) 시계열에서 제시했던 7.4% 예상치보다 소폭 상향된 수치이다.
수석 경제 고문 V. Anantha Nageswaran은 발표 후 기자들에게 2026/27 회계연도 성장률 전망을 새 시계열 기준으로 7.0%~7.4%로 상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인도가 $4조(4 trillion 달러) 규모를 다음 회계연도에 무난히 돌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지난달 공개된 그의 연례 보고서가 제시한 2026/27년 전망치(6.8%~7.2%)보다 상향된 수치다.
대외여건과 관세 문제
올해 대부분 기간 동안 인도 경제는 관세(무역장벽) 불확실성의 영향을 받았다.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관세 부담에 대응하기 위해 나렌드라 모디 총리 정부는 국내 개혁을 가속화했다. 구체적으로 수백 개 품목에 대한 소비세 인하와 오랜 기간 지연되었던 노동법 개정을 추진했다.
이달 초 뉴델리는 미국과의 중간 합의를 통해 실효 관세를 18%로 낮추는 데 합의해 무역긴장을 완화했으나, 해당 합의는 아직 정식 서명으로 확정되지는 않았다. 한편, 미국 대법원의 명령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글로벌 관세’ 일괄 적용 조치가 일부 제약을 받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은 모든 국가에 대해 한시적으로 10% 관세를 부과하고 추후 15%로 인상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수요 측면: 민간소비와 투자, 정부지출 동향
민간 소비는 견조한 흐름을 이어갔다. 10~12월 분기 민간 소비는 전년동기대비 8.7% 증가해 직전 분기(8.0%)보다 가속화됐다. 반면 정부의 재정지출은 같은 기간 4.7% 증가에 그쳐 직전 분기의 6.6% 증가보다 둔화됐다. 민간투자(총고정자본형성)는 7.8%로 확대됐지만 역시 직전 분기의 8.4%보다 낮아졌다.
산업별로는 제조업이 전분기(13.2%)와 비슷한 수준인 13.3%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고, 금융서비스 및 관광·접객(hospitality) 분야도 강세를 유지했다. 반면 농업 생산은 전체 노동력의 40% 이상을 고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3분기 농업생산 성장률이 1.4%로 직전 분기의 2.3%에서 둔화됐다.
“서비스업과 제조업의 이중 상승이 이번 분기 성장세를 견인했다”고 싱가포르 소재 DBS은행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Radhika Rao가 평가했다. 그녀는 또한 이번 분기가 간접세 정비와 축제철 수요, 농촌 부문의 상대적 개선의 혜택을 본 점을 지적했다.
통화정책과 물가 전망
신용평가사 ICRA는 인도중앙은행(RBI)이 기준금리(레포금리)를 당분간 동결할 것으로 전망했다. ICRA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Aditi Nayar는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있지만 기준금리 동결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인도중앙은행은 이달 초 기준 레포금리를 유지했다.
레포금리(Repo rate)는 중앙은행이 상업은행에 단기 자금을 빌려줄 때 적용하는 금리로, 통화정책의 핵심 수단이다. 금리 동결은 단기적으로 기업·가계의 차입 비용을 안정시키지만,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질 경우 향후 긴축 가능성도 상존한다.
통계 체계 개편의 의미
인도는 올해 소비자물가지수(CPI) 개정에 이어 GDP 시계열을 전면 개편했다. 이번 개편은 경제구조 변화를 보다 정확히 반영하기 위한 것이다. 정부는 데이터 소스의 범위를 확대해 부가가치세·상품서비스세(GST) 신고자료, 법인 재무제표, 디지털 플랫폼 데이터 등을 포함시켜 경제활동의 포착 범위를 넓혔다.
핵심 변화는 보다 세분화된 가격 디플레이션(deflation·실질화) 방법을 도입한 것이다. 기존에는 주로 투입가격을 중심으로 디플레이션을 수행하고 도매물가지수(Wholesale Price Index, WPI)에 과도하게 의존해 왔다. 새 방식은 품목·부문별로 더 정확한 물가 보정을 적용해 실질성장을 보다 정밀하게 산출한다.
이같은 개편은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해 제기한 인도 국가계정 방법론의 문제점, 즉 구(舊) 기준연도(2011/12) 사용과 도매물가 편중 등으로 인해 평가에서 ‘C’ 등급을 부여한 지적을 해소하려는 취지다.
참고용어 설명:
GST(상품서비스세)는 재화와 서비스에 부과되는 간접세의 통합체계로, 사업자가 당국에 신고한 납부 및 매출 데이터를 통해 경제활동을 추정하는 데 사용된다. 도매물가지수(WPI)는 생산자 수준의 물가 흐름을 반영하며, 과거 인도 통계에서 물가 보정의 주요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기준연도(Base year)는 실질 GDP 산출을 위한 비교 시점으로, 오래된 기준연도는 경제구조 변화 반영을 저해할 수 있다.
향후 전망과 정책적 시사점
이번 통계 개편과 3분기 성장 동향을 종합적으로 보면 단기적으로 다음과 같은 영향이 예상된다. 첫째, 민간소비의 지속적 강세는 내수 중심의 성장구조를 확인시켜주며, 이는 국내 수요 기반의 기업 이익 개선과 고용 확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둘째, 정부지출 둔화와 민간투자 증감의 미세한 변화는 인프라·공공투자 확대의 속도 조절을 시사하므로 단기 경기 부양 수단의 무게중심이 민간 영역으로 옮겨가는 점을 시사한다.
셋째, 농업생산의 회복 지연은 농촌소득과 관련한 리스크 요인이다. 농업 부진은 농촌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어 축제철 효과가 약화될 경우 전체 소비 성장률에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넷째, 대외적으로는 관세·무역정책의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가운데 미국과의 임시합의와 같은 조치는 단기 수출압력을 완화할 수 있으나, 추가적인 무역정책 변화가 발생하면 수출·무역수지에 변동성이 커질 위험이 있다.
마지막으로 통계 개편으로 성장률이 소폭 상향 조정된 점은 시장의 신뢰성 제고로 이어질 수 있다. 보다 정밀한 디플레이션과 다양화된 자료원은 외국인 투자자·신용평가사 등에게 인도의 거시지표 신뢰도를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다만 통계 기준의 변화가 과거 수치와의 직접 비교를 어렵게 만들므로 시장 참가자들은 새로운 시계열에 대한 적응과 재해석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이 일시 상승할 수 있으나 중앙은행이 금리를 당분간 동결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금융시장과 외환시장은 비교적 안정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국제유가·곡물가격 등 외생변수의 급변 시 인플레이션과 대외수지에 대한 모니터링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사 작성: Nikunj Ohri, Manoj Kumar, Shubham Batra / 취재지: 뉴델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