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중국 긴장 완화와 대조적으로 미국-인도 관계가 급랭하고 있다. 최근 미·중 정상회담 이후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가 일부 인하된 반면, 인도에 대한 미국의 관세율은 중국보다 높아졌다는 점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지난 20여 년간 축적된 미·인도 전략적 파트너십이 실질적으로 훼손됐다고 평가한다다.
2025년 11월 3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최근 동북아 순방에서 미·중 정상 간 긴장완화 조치가 도출된 것과 달리, 워싱턴-뉴델리 간 현안은 관세, 이민, 안보 레토릭을 둘러싼 갈등으로 심화됐다. 특히 인도는 미국의 50% 관세 대상이 됐고, 러시아산 원유 구매에 따른 2차 관세 25%까지 더해져 실효 압박이 커졌다. 반면 중국에 대해서는 일부 관세가 낮아져 중국의 평균 관세 부담이 인도보다 낮은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
아트만 트리베디(Atman Trivedi) DGA-알브라이트스톤브리지그룹(DGA-Albright Stonebridge Group) 파트너 겸 남아시아 프랙티스 리드는 양국 간 신뢰가 “회복에 수년이 걸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정상 간 ‘케미스트리’ 부재가 현재의 냉각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그 파급효과를 “과소평가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다.
관세와 이민 규제의 동시 압박도 관계 악화를 부채질했다. 미국은 인도에 대해 50%의 포괄 관세를 부과했을 뿐만 아니라, 러시아산 원유 거래와 연계된 2차 제재성 관세 25%까지 적용했다. 아울러 미국에서 첨단 기술 인력 유입을 담당하는 H-1B 비자에 신청 수수료 10만 달러를 부과하는 방침이 발표되며, 인도 정보기술(IT)·디지털 서비스 기업과 인재에게 직접적인 비용 충격이 가중됐다. 이러한 조치들은 뉴델리 측이 “불공정하고, 정당화될 수 없으며, 합리적이지 않다”고 반발하게 만든 핵심 요인이다.
레이먼드 비커리 주니어(Raymond Vickery Jr.)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 겸 ‘인도 및 신흥 아시아 경제’ 의장: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 대통령들만큼 중국 균형추로서의 인도를 중시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빌 클린턴 행정부부터 트럼프 1기까지 이어진 ‘민주주의 인도 vs. 권위주의 중국’이라는 가치 기반 접근이, 이제는 전략적 이타주의에서 거래적 접근(transactionalism)으로 이동했다.”
반면 미·중 관계는 봉합 기미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토요일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에 “중국 시진핑 주석과의 G2미·중 양대국 회담은 양국 모두에 훌륭한 자리였고, 이는 ‘영원한 평화와 성공’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X(옛 트위터)에 양국이 ‘군 대 군(軍對軍) 채널’을 개설해 우발적 충돌을 방지(deconflict)하고 긴장을 완화(deescalate)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지난 목요일 한국에서 열린 고위급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통상 휴전에 합의했다. 미국은 중국산에 부과된 펜타닐 관련 관세를 20%에서 10%로 인하해, 중국산 제품에 대한 전체 관세율을 약 47% 수준으로 낮췄다. 이로써 중국이 부담하는 관세율이 인도보다 낮아지는 역전이 발생했다.
인도에 대해서는 8월에 이미 50% 관세가 발표됐고, 러시아산 원유 관련 2차 관세 25%가 추가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인도 무역 관계를 “완전히 일방적인 재앙”이라고 표현했다. 이에 대해 인도 정부는 해당 조치를 “불공정·부당·비합리적”이라고 규정했다.
트리베디는 정상 외교의 부조화가 양국 관계의 하방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도자 레벨에서의 연결고리가 당장은 보이지 않으며, 이 단절이 미·인도 관계에 미칠 파장은 상상 이상”이라고 강조했다다.
트럼프 대통령은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서 기업인들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 인도와 파키스탄에 각각 25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해 양국 간 적대행위 중단을 압박했다고 말했다. 이는 4월 인도령 카슈미르에서 발생한 무장세력의 공격으로 민간인 26명이 사망하고, 인도가 파키스탄을 지목해 정밀 타격에 나선 뒤 4일간의 무력 충돌이 발생한 맥락과 맞물린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알렉산드라 헤르만(Southeast Asia Research 책임자)은 “올해 미·인도 전략관계의 균열은 관세 때문만이 아니다”라며, 워싱턴의 파키스탄 관련 태도와 파키스탄 군부와의 관계 개선 기류 또한 뉴델리의 불신을 키웠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제 인도가 “두 경제 초강대국 사이의 입지를 새로 규정해야 하는 도전”에 직면했다고 덧붙였다다.
헤르만: “인도는 미국 수요 접근성 확대의 이익을 얻을 수 있으나, 무역정책 불확실성과 공급망 이전 비용 때문에 중국 의존도가 단기간에 크게 낮아질 가능성은 작다.”
안보 협력은 예외적으로 진전했다. 금요일 미국과 인도는 10년 기한의 ‘미-인도 주요 방위 파트너십 프레임워크’에 서명했다.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X에서 양국이 ‘조정, 정보공유, 기술 협력’을 강화한다고 밝혔고, 인도의 라지나트 싱 국방장관은 양국 파트너십이 “자유롭고 개방적이며 규범에 기반한 인도-태평양”에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핵심 용어 설명과 맥락
– H-1B 비자: 미국 기업이 해외 전문 인력을 고용할 때 사용하는 전문직 취업비자다. 10만 달러의 신청 수수료는 인도 IT·스타트업 인력의 미국 진출 비용을 급격히 증대시키며, 미국 내 인도계 기술 인력의 채용·이동성을 위축시킬 수 있다.
– 2차 관세(secondary duties): 제재 대상국(여기서는 러시아)과의 거래에 얽힌 제3국에 대한 벌칙성 관세를 뜻한다.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를 구매할 경우, 미국이 추가 관세 25%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 G2: 미국·중국 양강 체제를 일컫는 비공식 표현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G2 회담” 언급은 양국 간 전략적 조율이 재가동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 군 대 군(軍對軍) 채널: 상호 오판과 우발적 충돌을 사전 차단하기 위한 직통 소통망이다. ‘디컨플릭트(deconflict)’와 ‘디이스컬레이트(deescalate)’는 각각 충돌 방지와 긴장 완화를 의미한다.
– 거래적 접근(transactionalism): 안보·가치보다 즉각적인 교환과 실익을 중시하는 대외정책 성향이다. 이는 장기 파트너십을 중시하는 전략적 이타주의와 대비된다.
정책 변화의 파장과 전망
첫째, 무역·투자 측면에서 인도 기업(특히 제조·IT·의약품·정유)은 50% 관세와 H-1B 비용 급등이라는 이중 부담으로 가격경쟁력과 인재 확보력이 약화될 수 있다. 이는 미국 시장 접근성을 낮추고, 대체 시장 다변화를 촉진할 여지를 만든다.
둘째, 공급망 차원에서 미 정부가 중국에 대해 일부 관세를 낮춘 반면 인도에는 고율을 유지함에 따라, 인도로의 리쇼어링·프렌드쇼어링 흐름이 속도 조절될 가능성이 있다. 단, 미 정부의 대중 기술 수출통제·투자 심사 기조가 유지되는 한, 중국 대체 생산기지로서 인도의 전략적 매력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셋째, 안보 분야에서는 역설적으로 협력이 진전되고 있다. 10년 방위 프레임워크 체결과 군 대 군 채널 구축은, 무역 갈등과 분리된 안보 협력의 지속성을 시사한다. 이는 인도-태평양에서 ‘자유롭고 개방된 질서’를 유지하려는 공동 이해가 여전히 존재함을 보여준다.
넷째, 지정학적으로 ‘중간지대 인도’의 선택지가 늘고 있다. 전문가들이 경고하듯, 미국이 거래적 접근을 고수하면, 인도가 러시아·글로벌 사우스, 심지어 중국과의 연계를 상대적으로 강화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미·인도 전략 이해를 약화시키고, 쿼드(QUAD)·공급망 협력의 응집력을 떨어뜨릴 위험이 있다.
마지막으로, 국내정치 변수도 작동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인도 야권 지도자 라훌 간디의 공세에 활용되고 있다. 그는 비하르 집회에서 모디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을 두려워한다고 비판했다. 양국 모두에서 대외정책의 국내정치화가 진전될 경우, 정책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은 추가로 흔들릴 수 있다.
결론
요약하면, 중국에 비해 인도에 더 높은 미국 관세라는 이례적 역전은 트럼프 행정부의 거래적 외교 선호와 우선순위 재조정을 드러낸다. 관세 50%, H-1B 수수료 10만 달러, 러시아산 원유 2차 관세 25%는 뉴델리에 구조적 부담을 준다. 동시에 미·중 통상 휴전과 군 대 군 채널은 긴장 완화 신호로 해석된다. 그럼에도 미-인도 10년 방위 프레임워크는 안보 협력이 지속될 여지를 남긴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듯, 미국이 순수 거래에 치우칠수록 인도는 대안 축으로 이동할 유인이 커진다. 이는 결국 양국의 전략적 이익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 미세조정과 신뢰 재건이 시급하다.
비커리 주니어: “트럼프 정책은 인도를 러시아·글로벌 사우스·심지어 중국으로 더 밀어낼 것이며, 이는 미국과 인도 어느 쪽에도 이익이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