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인도양 외곽 영토인 크리스마스섬이 구글 데이터 허브 유치 계획을 공식화하면서, 현지 전력 공급 여력이 당장 부족하지는 않지만 재생에너지 전환을 가속할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섬 최대 고용주와 알파벳(Alphabet)의 구글은 현지 주민의 전력 수요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시설을 운영할 수 있다고 밝혔다.
2025년 11월 18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구글은 인도네시아 남쪽 350km(약 220마일)에 위치한 소규모 섬인 크리스마스섬에 새로운 데이터 허브를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구글은 동시에 크리스마스섬과 몰디브, 오만을 잇는 해저 케이블 시스템을 구축하고, 인도양 지역 인터넷 인프라의 회복탄력성을 강화하기 위해 두 곳의 신규 데이터 허브도 추가로 세울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계획은 현지 전력 공급이 주민 생활과 인산염(phosphate) 광산, 그리고 데이터 센터 수요를 동시에 충족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를 불러왔다. 그러나 크리스마스섬의 인산염 채굴사인 포스페이트 리소시스(Phosphate Resources)의 CEO 니컬러스 갠(Nicholas Gan)은 현재로서는 공급이 충분하다고 밝혔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The power grid can supply both Google’s requirements and our requirements comfortably”
이 회사는 섬 인구 1,600명 중 절반을 고용하고 있으며, 디젤을 수입해 발전기를 돌려 광산에 전력을 공급하는 동시에 호주 국방군의 전력 수요도 충족하고 있다. 디젤 발전은 연료 수입과 물류비에 따른 비용 변동성이 크다는 점에서 재생에너지 대비 비용 경쟁력이 낮을 수 있다는 점이 일반적으로 지적된다참고: 일반적 산업 특성 설명.
다만 갠 CEO는 난민 수용을 위한 구금센터나 폐쇄된 리조트가 재개될 경우 전력 여유가 빠듯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구글의 입지가 디젤 수입 대비 더 저렴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명분을 강화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향후 태양광·풍력 등 지속가능 전원과 저장장치(ESS) 검토를 촉진할 수 있는 신호로 해석된다.
호주 기반시설부(Australia’s infrastructure department)는 크리스마스섬 주민과 사업체의 전력 공급에 영향이 없도록 구글과 에너지 요구 사항을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기업 간 협의는 도서 지역의 전력망 안정성과 디지털 인프라 확충 간 균형을 맞추기 위한 필수 절차로 평가된다.
BOOM-BUST 사이클과 전략적 입지
로이터의 이전 보도에 따르면, 크리스마스섬에서 동쪽으로 뻗어 나갈 구글의 추가 해저 케이블 2개는 호주의 주요 군사기지 인근에 상륙할 예정이다. 군사 전문가들은 크리스마스섬의 이러한 시설이 중국 잠수함 활동을 감시하는 인공지능(AI) 드론 운용에 유용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즉, 디지털 관측·감시 역량과 통신 회복력을 강화하는 전략적 거점으로서 섬의 의미가 부각되고 있다.
구글은 크리스마스섬 데이터 허브가 자사 다른 데이터 센터들보다 규모가 작다고 밝히면서, 현지 사용자들과 디지털 인프라를 공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구글 성명은 다음과 같은 취지를 밝혔다.
“The power required for a connectivity hub can still be a lot for some smaller locations, and where it is, Google is exploring using its power demand to accelerate local investment in sustainable energy generation”
섬의 경제 미래 워킹그룹 구성원인 갠 CEO는, 본토(호주)에서 1,600km 떨어진 크리스마스섬은 역사적으로 경기 호황과 급락이 반복되는(boom-bust) 사이클을 겪어왔다며, 채굴 산업의 “마지막 국면”을 맞고 있는 상황에서 구글 프로젝트가 새로운 경제 활동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약 23년 전, 호주와 러시아는 크리스마스섬에 상업용 우주발사장 건설을 추진했으나, 인도네시아의 우려가 제기되며 끝내 개장하지 못했다고 호주 의회 기록은 전한다. 이는 섬의 지정학적 민감성과 사업 추진 리스크를 상기시키는 사례다.
1993년 개장한 카지노는 자카르타에서 전세기를 타고 온 하이롤러들을 끌어모았으나, 아시아 경제 침체 여파로 5년 뒤 폐업했다는 기록도 있다. 이후 섬은 장기간 난민 선박 유입과 관련된 구금센터 운영이 주요 산업으로 자리했으나, 호주 이민 정책 변화로 2023년에 크게 비워졌다.
용어 해설 및 맥락
데이터 허브는 데이터 센터와 유사하지만, 특히 네트워크 연결성과 트래픽 분산 기능에 무게를 두는 거점 시설을 뜻한다. 반면 전통적 의미의 대규모 데이터 센터는 연산·저장 자원이 더 크다. 크리스마스섬 사례처럼 커넥티비티 허브(connectivity hub)는 지역 사용자와 인프라를 공유하며 지연(latency)을 줄이고, 인근 해저 케이블의 중계·분기 역할을 수행한다.
해저 케이블은 대륙 간 데이터를 초고속으로 전송하는 국제 통신의 핵심 인프라다. 전 세계 인터넷 트래픽의 절대다수는 위성이 아닌 해저 광케이블을 통해 이뤄진다. 말디브·오만과의 연결은 인도양 축의 다변화된 경로를 제공해 장애 발생 시에도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높일 수 있다.
디젤 발전은 설치가 간편하고 즉시성은 높지만, 연료 조달비와 운송비가 크고, 가격 변동과 배출 부담이 따른다. 이에 비해 재생에너지(예: 태양광·풍력)는 섬 지역에서 장기 균등화 발전비용(LCOE)을 낮출 여지가 크며, 배터리 저장장치와 결합할 경우 기저 전원 역할을 보완할 수 있다일반적 에너지 경제학 관점.
전문가 시각: 왜 이번 유치는 중요한가
본 건은 구글이 인도양 데이터 회복력을 강화하려는 구상과, 크리스마스섬 경제의 전환 필요성이 맞물린 사례다. 광산 중심의 단일 산업 구조에서 디지털 인프라로 외연을 넓히면, 섬은 경기 변동에 강한 수익원을 일부 확보할 수 있다. 동시에 전력 수요의 가시성이 높아지면, 민관 합작으로 재생에너지와 저장에 대한 투자 명분이 커진다. 이는 디젤 의존도를 낮추고 지역 전력망의 안정도를 개선할 수 있는 구조적 계기가 될 수 있다. 다만 구금센터나 리조트 재가동 같은 수요 급증 시나리오에서는 망 증설·관리가 병행되어야 한다는 점이 핵심 과제로 남는다.
또한 군사적 관점에서 언급된 바와 같이, AI 드론 운용과 해양 감시의 기반이 되는 대역폭과 지연 시간의 개선은 국가 안보 영역의 활용도를 높인다. 이는 곧 민간 디지털 인프라가 전략 통신망과 상호 보완 관계를 맺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요컨대, 크리스마스섬 데이터 허브는 경제 다각화, 에너지 전환, 통신 회복탄력성, 전략 안보까지 포괄하는 다층적 의미를 지닌 프로젝트로 평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