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경제가 2024년 2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5.12% 성장하며 시장 컨센서스를 상회했고, 이는 2023년 2분기 이후 가장 빠른 확장세다.
이번 성장은 투자와 가계 소비의 동시 호조가 견인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2025년 8월 5일, 인베스팅닷컴(Investing.com)의 보도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통계청(Badan Pusat Statistik·BPS)이 발표한 자료에서 4~6월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5.12%를 기록했으며, 이는 1분기(4.87%) 대비 가속화된 수치다.
시장 예상치 (블룸버그 컨센서스 4.80%)를 0.32%p 웃돌면서, 각종 경기 둔화 신호에도 불구하고 동남아 최대 경제가 여전히 회복 탄력을 유지하고 있음을 입증했다.
“견조한 투자 흐름과 탄탄한 내수 소비가 외부 역풍을 상쇄했다”는 BPS 관계자의 발언
도 같은 날 전해졌다.
■ 둔화 신호에도 불구, ‘깜짝 성장’ 이유
최근 인도네시아 경제에는 자동차 판매 감소, 소비자신뢰지수(CCI) 약화, 구매관리자지수(PMI) 50선 하회 등 경고등이 다수 켜져 있었다. PMI는 제조업 경기 확장·수축을 가늠하는 지표로 50 이상이면 확장, 50 미만이면 수축을 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GDP 성장률이 예상을 상회한 것은 ① 정부 주도의 인프라 투자 확대, ② 라마단·이드 알피트리(이슬람 최대 명절) 기간 소비 급증, ③ 전년대비 낮은 기저효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 인도네시아 중앙은행(Bank Indonesia·BI)의 통화정책 영향
BI는 2023년 9월 이후 정책금리를 네 차례 인하해 총 100bp(1%p) 낮춘 상태다. 낮아진 차입 비용이 기업 설비투자와 가계 대출 수요를 모두 끌어올리면서, 2분기 내수 모멘텀 강화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BI는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4.6%~5.4% 범위로 제시해왔는데, 금번 수치는 해당 밴드의 상단을 노크한 셈이다.
■ 하반기 변수: 추가 부양책 필요 여부
경제학자들은 “하반기에도 비슷한 속도를 유지하려면 정책적 뒷받침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한다. 미·중 무역갈등 재점화, 글로벌 원자재 가격 변동성, 미국 연준(Fed)의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 등이 인도네시아 수출·통화 방어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루피아화 약세가 수입물가와 외채 상환 부담을 높여 가계 구매력을 갉아먹을 경우, BI의 추가 금리 인하 여지도 제한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정부 재정·세제 인센티브, 사회보장성 지출 확대 등 재정정책 카드가 병행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 용어 해설 및 참고
GDP(국내총생산)는 일정 기간 동안 한 나라 안에서 새로 생산된 최종 재화·서비스의 시장가치를 합산한 지표로, 경제 규모 및 성장률을 파악하는 대표적 척도다. PMI(구매관리자지수)는 제조·서비스업체 구매 담당자를 대상으로 신규주문, 생산, 고용 등을 조사해 종합한 경기선행지표다. 50 이상이면 경기 확장, 50 미만이면 경기 위축으로 해석한다.
인도네시아는 니켈·팜유 등 원자재 수출 의존도가 높아 글로벌 가격 변동에 성장률이 민감하다. 또한 2억7,000만 명에 달하는 인구 구조상 내수 비중이 50% 이상으로, 가계 소비 흐름이 직접적인 성장 동력으로 작용한다.
■ 전문가 시각
싱가포르 소재 DBS뱅크 이코노미스트는 “성장률이 예상보다 높았지만, 자동차·주택 대출 연체율이 최근 상승하고 있어 금융시스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자카르타 소재 인도네시아경제개발연구소(IEEI)는 “정부가 연말까지 대규모 사회기반시설(SOC) 예산을 집행할 경우, 2024년 성장률 목표(5% 중반) 달성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재정 건전성 유지와 통화정책 독립성이 동반되지 못할 경우, 신흥국 자본 유출 압박이 커질 수 있다”
며 정책 조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향후 일정 및 체크포인트
9월 초 발표될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제조업 PMI가 하반기 경기 흐름을 가늠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물가가 안정되고 PMI가 50선을 회복한다면, BI의 완화적 스탠스가 재차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물가 급등과 PMI 부진이 동반될 경우, 정책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종합하면, 2분기 5%대 중반에 근접한 성장은 인도네시아 경제의 회복 탄력을 확인시켰지만, 글로벌 매크로 변수와 내수 심리의 동시 안정이 뒷받침돼야 지속 가능성이 담보될 것이다. 정부와 중앙은행의 정책 공조가 중요해지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