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로이터 — 인도네시아의 주요 민간 경제 연구소들이 2분기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 대해 보다 상세한 해명을 요구하며 “최근 2년 내 가장 빠른 성장세”라는 정부 발표를 공개적으로 문제 삼았다.
2025년 8월 6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통계청(Badan Pusat Statistik·BPS)은 전날 공개한 자료에서 2024년 4∼6월 분기 GDP가 전년 동기 대비 5.12% 성장해 2023년 2분기 이후 가장 높은 속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번 수치는 로이터가 26명의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실시한 컨센서스(4.8%)를 크게 상회했으며, 가장 낙관적이던 예측치 4.9%도 넘어섰다. 1분기 성장률은 4.87%였다.
GDP란?
국내총생산(Gross Domestic Product)은 일정 기간 동안 한 나라 안에서 창출된 최종재와 서비스의 시장가치를 합산한 대표적 거시경제 지표다. 기업·가계·정부·순수출 등 네 가지 지출 항목으로 분류해 산출하며, 경제 활력과 정책 방향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로 활용된다.*
하지만 자카르타 소재 독립 연구기관들은 자동차 판매 감소·외국인직접투자(FDI) 둔화·제조업 PMI 위축·고용 축소 등 다수의 선행지표가 경기 둔화를 시사한다며 정부 수치에 의문을 제기했다. 민간 부문 리서치 데이터에 따르면 2분기 자동차 도매 판매량은 전년 대비 두 자릿수 감소했고, 외국인 투자 승인 규모도 1분기보다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통계청 “국제기준 준수”
이에 대해 아말리아 아디닝가르 위댜산티 통계청장은 기자회견에서 “BPS는 국제통계기구 지침을 엄격히 따르고 있다”라며 자료 신뢰성 논란을 일축했다.
“산출 과정은 투명하며, 왜곡 가능성은 없다”
라고 그는 강조했다.
반면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실은 “답변할 내용이 없다”며 로이터의 논평 요청을 거절했다. 에어랑가 하르타르토 인도네시아 경제조정장관도 같은 날 늦은 시간 기자들에게 “데이터를 조작했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민간 싱크탱크들의 반론
안드리 사트리오 누그로호 인도네시아개발경제금융연구소(Indef) 이코노미스트는 로이터에 “정확성과 투명성 결여는 치명적이다. 만약 계산 오류나 조작 정황이 존재한다면 정부 정책은 잘못된 기반 위에서 수립될 수밖에 없고, 투자자 신뢰도 추락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마 유디스티라 경제법연구센터(CELIOS) 소장은 “정부가 2029년까지 8% 성장 목표를 내세운 프라보워 대통령에게 유리하도록 경제 데이터를 정치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모하맛 파이살 경제개혁센터(CORE) 사무총장은 “이전 분기 데이터는 우리 기관 추계와 대체로 일치했다. 그러나 2분기 수치는 가계소비·투자 등 모든 선행지표와 현저히 괴리돼 있다”고 말했다.
국립 인도네시아대학교(UI) 경제사회연구소의 자헨 레즈키 연구원 역시 “상장기업 2분기 실적 보고서를 보면 매출이 줄었다. 이는 GDP 속보치가 제시한 가계 및 민간 부문 활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밝혔다.
또한 인도네시아 경영자총협회(APINDO) 공공정책위원장 수트리스노 이완토노는 “다수의 기업 현장에서 매출 부진과 구매력 약화를 호소하고 있다”며 “자료가 틀렸다고 단정할 순 없지만, 계산 방법에 편향이 있다면 파급 효과가 상당하다”고 우려했다.
배경 및 전망
인도네시아 경제는 니켈·팜오일 등 원자재 수출 호조를 바탕으로 최근 10년간 연평균 5% 내외 성장세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2023년 하반기부터 글로벌 금리 인상과 중국 경기 둔화로 대외 수요가 약해지면서 성장 탄력이 둔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이런 가운데 예상을 웃돈 2분기 수치는 시장에 깜짝 시그널을 던졌지만, 데이터 신뢰성 논란이 확산되면서 투자자들의 불확실성은 오히려 증대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 의견으로는, 향후 분기별 소매판매·전력 사용량·직접투자 집행액 등 실물 지표와의 교차 검증이 필요하며, 통계청이 원자료 공개 범위를 확대해 “검증 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제언이 많다. 또한 재정·통화 정책 조정 시에도 지표 간 괴리를 면밀히 고려하지 않을 경우 정책 실패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경고가 제기된다.
결론적으로, 인도네시아 정부와 통계 당국의 신뢰 회복은 해외 투자 수급뿐 아니라 내년 예산 편성과 인플레이션 관리에도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로이터는 “투명성 강화와 방법론 공개가 거버넌스 개선의 첫걸음”이라는 국제통화기금(IMF) 관계자의 평가를 인용하며, 향후 발표될 3분기 GDP 잠정치가 논란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