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 발(發)— 인도네시아 전역에서 지방세 인상에 항의하는 시위가 확산되는 가운데, 대통령 당선인 프라보워 수비안토가 제안한 지방예산 25% 삭감 방침이 논란의 정점에 섰다.
2025년 8월 22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프라보워 정부는 2026년 지방이전재원을 6,500조 루피아(약 400억 달러)로 줄이는 방안을 국회에 공식 제안했다. 이는 최근 10년 내 최소 규모로, 향후 6% 삭감이 예정된 2025년 예산 대비 추가적인 감액이다.
이번 조치는
“무료 급식(Free School Lunches)과 같은 대규모 복지 공약을 중앙정부 재원으로 일원화해 추진하겠다”
는 프라보워의 공약 이행이라는 명분 아래 추진된다. 1그러나 지방 행정 수장들은 “중앙집권화(re-centralisation)가 지방 자치·민주주의를 위협한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지방세 폭등, 거리로 나온 시민들
이미 여러 지역에서 세금 폭탄이 현실이 됐다. 중부 자바 빠띠군(Pati)에서는 토지세가 250% 인상되자 수천 명이 경찰과 충돌했고, 경찰차 한 대가 불에 탔다. 술라웨시 보네(Bone)에서도 토지·재산세 65% 인상 계획이 발표되자 수백 명이 시청 앞에 모였다.
인도네시아 군수·시장연합(ADKASI) 의장 부르사 자르누비는 “경제 혜택이 고르게 분배되지 않는 것이 근본 원인”이라며, 이달 말 프라보워와 직접 면담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예산 삭감 세부 내용과 잠재적 파장
스리 물야니 인드라와티 재무장관은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무료 급식·인프라 사업이 결과적으로 지방에도 도움이 된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급식사업 예산은 335조 루피아(약 205억 달러)로 거의 두 배로 증액되고, 식중독 발생·조리원 임금 체불까지 보고돼 여론은 싸늘하다.
라핫(Lahat)군수인 부르사는 “우리 군 예산의 90%가 중앙 이전금”이라며, 삭감 시 수조 루피아 규모의 관개시설·보건·교육 프로젝트가 중단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배경 설명: 분권화(Decentralisation)와 재중앙집권화(Re-centralisation)
1998년 수하르토 퇴진 이후 인도네시아는 분권화를 통해 방대한 도서국가 간 균형 발전을 도모해 왔다. 지방 정부가 천연자원 수익과 행정권을 직접 관리하면서 ▲지역 맞춤형 개발▲민주적 예산집행이 가능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최근 중앙정부가 자원 세수권·예산 배분권을 회수하면서 전문가들은 “1990년대 개혁 성과가 후퇴할 위험”을 경고한다. 지방자치감시단체(Regional Autonomy Watch) 아르만 수파르만 국장은 “예산 참여권 역시 민주주의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거시경제 지표는 양호하지만…
프라보워는 임기 내 연 8% 성장률을 제시했다. 사실 2025년 2분기 성장률은 5.1%로 예상치를 상회했고, 루피아화는 3월 30년 만의 최저치 이후 안정세를 되찾았다. 상반기 외국인직접투자(FDI)도 전년 대비 2.6% 증가했다.
그러나 증가하는 복지 지출을 충당하기 위해 지방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 예산을 모아도 재정건전성을 해치지 않으려면, 세수 구조 개혁과 지출 효율화가 병행되어야 한다”고 자카르타 소재 씽크탱크 IEI는 분석했다.
전문가 통찰 & 전망
첫째, 지방 재정 의존도가 높은 군·시일수록 불가피하게 지방세율을 추가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중산층·저소득층의 가처분 소득을 제약해 내수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
둘째, 지방 인프라 프로젝트 지연은 건설·시멘트·철강 등 연관 산업의 설비 가동률을 하락시켜 고용시장에 부정적 파장을 미칠 수 있다.
셋째, 2001년 지방자치법 이후 축적된 지방정부 채권(Local Government Bonds) 시장이 위축되면, 해외 투자자 신뢰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마지막으로 프라보워 정부가 복지 공약을 무리 없이 수행하려면 재정건전성 지표(Minus Primary Balance·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관리가 필수다. 자칫하면 국채금리 상승→통화가치 하락→수입물가 상승의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
($1 = 16,345 루피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