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방갈루루] 인도네시아 중앙은행(Bank Indonesia·BI)이 8월 20일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7일물 역환매조건부채권 금리) 5.25%를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로이터가 8월 11~18일 29명의 경제학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무려 82%에 해당하는 24명이 동결을 전망했고, 5명만이 25bp(=0.25%포인트) 추가 인하를 예상했다.
2025년 8월 19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BI는 지난달 25bp를 전격 인하한 뒤 물가와 성장의 동향을 좀 더 면밀히 살핀 뒤에야 완화 행보를 재개하려는 ‘신중 모드’에 돌입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4분기부터 누적 100bp를 낮췄음에도 대출 증가율이 기대만큼 반등하지 않은 점이 정책 전환의 핵심 배경으로 거론된다. 같은 기간(4월~6월)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동기 대비 5.12% 늘어 전분기보다 개선됐고,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37%로 뛰어 BI 물가목표(1.5~3.5%)의 중간값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헤드라인 인플레이션과 코어 인플레이션*의 간극이 축소되는 가운데, 금융시장은 “물가가 다시 고개를 들 조짐”과 “성장이 아직 견조하다”는 두 시그널을 동시에 주목한다.
“2분기 성장률만이 아니라 7월 헤드라인 물가가 뚜렷이 올랐다는 점도 BI가 숨 고르기를 택할 만한 이유다. 식품가격발(發) 물가 쇼크가 코어 물가에 얼마나 파급될지 지켜보려는 것”
이라고 노무라증권 Euben Paracuelles 동남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설명했다.
*용어 설명: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은 전체 품목을 대상으로 계산한 공식 물가상승률, 코어 인플레이션은 변동성이 큰 식료품·에너지 등을 제외해 기조적 물가 흐름을 파악하기 위한 지표다. 또 7일물 역RP 금리는 시중은행이 7일간 BI에 국채를 ‘팔았다 다시 사는(역RP)’ 방식으로 얻는 이자율을 뜻하며, 실질적인 정책금리 역할을 수행한다.
■ 이번 회의에서 주목할 네 가지 포인트
① 정책금리 동결 여부 ② 예금금리(4.50%)·대출금리(6.00%) 추가 변동 여부 ③ 성장·물가 전망치 수정 ④ 대출 촉진을 위한 추가 유동성 조치
시장 컨센서스는 “금리는 그대로, 유동성 지원은 확대”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책 전파 속도가 지연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 ‘금리보다 여신 확대·규제 완화’가 즉효성을 보일 것으로 평가한다.
■ 연말·내년 금리 지형 전망
로이터 조사에서 24명 중 14명은 3분기 내내 5.25% 동결을 점쳤고, 9명은 25bp 인하, 1명은 과감한 50bp 인하를 예상했다. 연말 전망(23명 응답 기준)은 15명 5.00%, 6명 4.75%, 1명 4.50%, 1명 5.25% 유지로 갈렸다.
Euben Paracuelles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올해 추가 두 차례 인하 예상이 BI에게 정책 여력을 제공할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연내 인하 폭을 현재 예상보다 키울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로이터가 7월 별도로 실시한 성장 전망 조사에서는 하반기 평균 성장률이 4.7%로, 상반기 5.0%에서 둔화될 것으로 제시됐다. OCBC의 라바냐 벤카테스와란 이코노미스트는 “재정정책이 중립적 기조를 이어갈 경우, 경제 부양의 무게가 통화정책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 기자 해설: ‘신중한 동결’이 가지는 정책적 함의
첫째, BI는 명목금리 – 기대 인플레이션으로 산출되는 ‘실질금리’의 추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물가가 가파르게 올라 실질금리가 낮아지면 추가 인하의 실익이 크지 않다.
둘째, 대출 수요가 억눌린 구조적 요인, 예컨대 가계부채 상환 부담·기업 투자 심리 위축을 해소하지 못하면 단순 금리 인하만으로는 성장 견인을 기대하기 어렵다. BI 내부에서 ‘금리보다 거시건전성·유동성 조합’을 선호한다는 신호가 반복적으로 감지되는 이유다.
셋째, 동남아 중앙은행 가운데 BI·태국중앙은행·필리핀 중앙은행이 올해 하반기 경기 대응 여력이 가장 크다는 시각이 있으며, 인도네시아 루피아 환율·국제 자금 흐름도 주요 변수로 작용한다.
전문가들은 “연내 5.00%까지의 소폭 인하 → 2026년부터 본격적 완화”라는 ‘완만한 완화 경로’를 기본 시나리오로 제시하고 있다.
※본 기사는 로이터 통신(Rahul Trivedi 기자) 원문을 전문 번역·가공한 것이며, 필자의 해설은 시장 상황에 대한 일반적 분석이므로 투자 판단의 근거가 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