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중앙은행, 기준금리 동결…저평가된 루피아 안정에 주력한다

자카르타(로이터)= 인도네시아 중앙은행(Bank Indonesia, BI)은 2026년 2월 19일(목)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이번 결정은 다섯 번째 연속 동결로, 금융시장 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루피아 환율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한 것이다.

2026년 2월 19일,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BI는 기준인 7일 역환매조건부채권 금리(7-day reverse repurchase rate)를 4.75%로 유지하기로 했으며, 이는 로이터가 실시한 설문에 참여한 29명의 이코노미스트 중 27명이 예상한 결과와 일치했다(2명은 달리 예상). 중앙은행은 온·오프쇼어 시장에서 통화 개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한 달간 루피아는 미국 달러화 대비 사상 최저치로 급락했고, 이후에도 그 근처에 머물러 올해 들어 아시아 신흥국 통화 가운데 성과가 저조한 편에 속한다. BI의 총재 Perry Warjiyo는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루피아가 인도네시아의 거시경제 펀더멘털에 비해 “저평가(\”undervalued\”)되어 있다”고 진단하며 온·오프쇼어 시장에서의 개입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물가 지표, 경제성장률, 수익률(yields) 등 펀더멘털 지표를 보면 루피아는 더 안정적이어야 하며 강세로 돌아설 여지가 있다. 다만 글로벌 차원의 기술적 요인과 리스크 프리미엄이 단기적으로 환율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 — 페리 와르지요, BI 총재

와르지요 총재는 루피아 약세의 원인으로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을 지목했다. 그는 펀더멘털(인플레이션, 성장률, 금리 수준 등)은 루피아의 안정과 강세를 뒷받침한다고 보면서도, 현재의 약세는 주로 글로벌 차원의 리스크 프리미엄과 같은 기술적 요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BI는 2024년 9월부터 2025년 9월 사이에 기준금리를 총 150베이시스포인트 인하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루피아가 크게 절하되면서 완화 국면은 중단됐다. 와르지요 총재는 환율에 대한 압력이 완화될 경우 금리 인하 기조를 재개하겠다고 재확인했다.

한편 투자자들의 인도네시아 자산에 대한 심리는 약화되었다. 이는 대통령 Prabowo Subianto의 고성장 정책이 재정 건전성과 중앙은행의 독립성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 그리고 주식시장 투명성에 대한 경고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특히 프라보워 대통령의 조카인 Thomas Djiwandono가 BI 이사로 부총재로 합류한 것이 지난달 자본 유출을 촉발하면서 루피아의 사상 최저 기록을 불러왔다.

이후 지수 제공업체 MSCI는 거버넌스(지배구조) 문제를 이유로 인도네시아 주식의 등급 하향 가능성을 경고했고, 신용평가기관 무디스(Moody’s)는 인도네시아의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negative)으로 하향 조정해 추가적인 자본 유출과 시장 불안을 촉발했다.

Thomas Djiwandono 부총재는 기자회견에서 BI가 정부와 협력해 투자자와 신용평가사들에게 인도네시아의 성장 전략을 보다 명확히 설명하고 우려를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중앙은행과 정부 간의 소통 강화가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국계 은행과 연구기관의 분석도 엇갈린다. DBS은행의 이코노미스트 Radhika Rao“1분기 2026년(1Q26) 인플레이션 상승과 견조한 성장 모멘텀이 이어지는 가운데 루피아의 부진은 BI가 적어도 상반기에는 금리 인하를 보류하도록 만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영국의 Capital Economics 소속 이코노미스트 Jason Tuvey“루피아가 안정되고 인플레이션이 다시 낮아지면 올해 75bps(베이시스포인트)의 금리 인하로 연말에 기준금리가 4.00%까지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거시지표 측면에서 인도네시아 경제는 2025년에 전년 대비 5.11% 성장해 최근 3년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BI는 2026년 성장 전망을 4.9%~5.7%로 제시했으며, 인플레이션은 2027년까지 목표 범위 내에 머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와르지요 총재는 1분기 성장에 대해 재정 인센티브, 완화적 통화정책, 설 연휴(Chinese New Year)와 라마단 이후 대규모 명절(Eid al-Fitr) 지출 증가가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 용어 및 제도 설명

7일 역환매조건부채권 금리(7-day reverse repurchase rate)는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으로부터 단기적으로 자금을 흡수하거나 공급하는 데 쓰는 대표적 정책금리로, 시장의 단기 유동성과 신용 비용을 조절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다. 중앙은행의 이 금리 수준은 예금·대출 금리와 채권 수익률에 영향을 주어 실물경제(소비·투자)와 환율에 파급된다.

MSCI는 글로벌 주식 지수를 제공하는 기관으로, 특정 국가의 지수 등급이나 분류 변경은 외국인 투자 수요에 직접적 영향을 미쳐 자본 유입·유출을 증폭시킬 수 있다. 무디스의 등급전망 변경은 국채 및 기업채 금리, 외국인 투자자의 위험 인식(Risk premium)에 영향을 미친다.

온쇼어(onshore)/오프쇼어(offshore) 통화개입은 각각 국내외 시장에서 외환당국이 직접 달러를 매도하거나 루피아를 매수하는 등의 개입을 뜻한다. 오프쇼어 개입은 근래 글로벌 자본시장의 상호연계성으로 인해 점점 더 중요해졌다.


전문적 분석과 향후 전망

현재 상황은 세 가지 시나리오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글로벌 리스크 프리미엄이 완화되고 루피아가 안정화되면 BI는 통화 완화 기조를 재개해 올해 중 총 약 75bps의 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시장 일부의 예상). 이 경로가 현실화되면 국내 경기에는 추가적인 부양 효과가 나타나고 기업 대출과 소비 심리가 개선될 수 있다.

둘째, 국내·외 거시·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돼 루피아의 약세가 장기화되면 BI는 금리 동결을 지속하거나 필요시 금리 인상 카드를 검토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채권시장에서는 수익률 상승(가격 하락)이 발생하고 정부의 재정비용(국채 이자)이 늘어나며, 외국인 투자 유치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셋째, 정부와 중앙은행 간 소통 강화 및 국제 신평사·지수 제공업체와의 협의를 통해 거버넌스 우려가 완화되고 MSCI의 등급 조정 경고가 해소되면 외국인 자본의 일부가 빠르게 복귀할 수 있다. 이 경우 루피아는 상대적 급등을 보이며 수입물가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환율 안정 여부가 정책 방향의 핵심 분수령이다. 루피아가 현 수준에서 더 큰 추가 약세를 보이면 물가 상승 압력이 강화되어 BI의 통화완화 재개 시점은 늦춰지게 된다. 반대로 환율이 빠르게 안정될 경우 BI는 성장 지원을 위해 금리 인하 여지를 확대할 수 있다. 시장은 BI의 개입 강도, 정부의 재정정책 스탠스, 외국인 자금 흐름, 그리고 글로벌 금리·리스크 환경을 면밀히 주시할 필요가 있다.


요약적으로, BI는 2026년 2월 19일 기준금리를 4.75%로 동결하면서 루피아의 저평가 상황을 시정하기 위한 시장 개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통화정책 전환은 환율 안정 여부에 크게 좌우될 전망이며, 국제 신평사와 지수 제공업체의 평가, 그리고 글로벌 금융시장의 리스크 선호 변화가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