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와 미국이 동남아 최대 경제국에서 수출되는 상품에 대한 미국측 관세율을 기존 32%에서 19%로 인하하는 무역협정을 최종 확정했다. 이번 합의에서 자카르타는 자국의 핵심 수출품 가운데 하나인 팜유(palm oil)를 포함한 여러 농산물 및 원자재에 대한 관세 면제를 확보했다.
2026년 2월 20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이 협정은 수개월간의 협상 끝에 워싱턴에서 인도네시아의 수석 경제장관 에어랑가 하르타르토(Airlangga Hartarto)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제이미슨 그리어(Jamieson Greer)가 서명했다.
에어랑가 장관은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이 협정은 양국의 주권을 존중한다”며 이번 합의를 양국 모두에게 유리한 “윈윈(Win-Win)” 결과로 설명했다.
팜유 면제는 이번 합의의 핵심 축 가운데 하나였다. 팜유는 인도네시아 전체 수출에서 약 9%를 차지하는 주요 품목으로, 관세 면제는 관련 수출업체의 대미 수출 경쟁력을 직접적으로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인도네시아의 커피, 코코아, 고무, 향신료 등도 관세 면제 대상에 포함된다고 에어랑가 장관은 밝혔다.
이번 협정의 19% 관세율은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태국,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일부 국가들과 유사한 수준이다. 다만 베트남은 상대적으로 다소 높은 20%의 관세율을 유지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역시 팜유·코코아·고무에 대해 관세 면제를 확보한 상태다.
배경: 힘겨운 2026년 초
이번 합의는 인도네시아 증시와 경제에 있어 지난 몇 주간의 악재 뒤에 나온 성과다. 지수 제공업체 MSCI는 지난달 인도네시아 주식시장이 투명성 문제로 인해 “프론티어(Frontier) 시장”으로의 강등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고,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2주 전 정책 예측 가능성 저하를 이유로 국가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인도네시아 싱크탱크 CSIS의 요세 리잘 다무리(Yose Rizal Damuri) 전무는 이번 미국과의 협정을 자카르타가 추가 개혁을 위한 교두보로 활용할 경우 투자자 신뢰가 개선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인도네시아가 미국과의 일부 약속을 다자화하고 이를 규제완화의 기반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신뢰가 증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섬유·제품 기준 및 비경제적 조항
협정에 따라 인도네시아산 섬유제품은 쿼터(할당량) 메커니즘을 통해 0% 관세를 적용받게 된다. 이 쿼터는 섬유에 사용되는 미국산 원자재(예: 면화, 인조섬유 등)의 사용량에 따라 결정될 예정이다. 미국은 또한 이번 합의에서 원자력 발전소 개발이나 남중국해 관련 조항 등 일부 비경제적 조항 추가 요청을 철회했다.
대신 인도네시아는 모든 분야에서 대다수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장벽을 철폐하고, 현지조달 규정(local content requirements) 등 여러 비관세 장벽을 해소하기로 했다. 백악관이 배포한 팩트시트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차량 안전, 배출가스, 의료기기 및 의약품 등 분야에서 미국의 제품 기준을 수용하기로 합의했다.
핵심광물(critical minerals)과 전략적 협력
이번 합의는 또한 워싱턴이 우려해온 중국의 핵심광물 공급 장악 문제와 관련된 조치들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는 외국 자본이 소유한 광물 가공시설의 과잉생산을 제한하는 조치를 시행하기로 합의했으며, 생산은 인도네시아의 채굴 할당량(mining quotas)에 부합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와 관련된 광물로는 니켈, 코발트, 보크사이트(알루미늄 원료), 구리, 망간 등이 포함된다.
자카르타는 또한 해외에 의해 소유·통제되는 기업이 자국 관할에서 미국의 무역 이익을 해치는 관행을 보일 경우 조치를 취하기로 합의했다. 아울러 인도네시아는 핵심광물 및 에너지 자원 분야에 대한 미국의 투자를 촉진하고, 희토류(rare-earth) 부문의 개발을 가속화하기 위해 미국 기업들과 협력하기로 했다.
에어랑가 장관은 이번 협정이 양측의 관련 법적 절차 완료 후 90일 내에 발효될 예정이라고 밝히며, 양측이 합의하면 내용이 변경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정상회담과 추가 투자 약속
이번 협정을 위해 프라보워 수비안토(Prabowo Subianto) 대통령은 워싱턴을 방문했다. 프라보워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의 ‘평화의 위원회(Board of Peace)’ 첫 정상회의에 참석했으며, 양국 정상은 “Implementation of the Agreement Toward a NEW GOLDEN AGE for the U.S.-Indonesian Alliance”라는 제목의 문서에 서명했다. 백악관은 이 문서가 양국의 경제안보와 성장 강화를 돕는다고 설명했다.
이번 주 초 인도네시아와 미국 기업들은 총 384억 달러(약 38.4 billion USD) 규모의 투자·사업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도되었다.
용어 설명
본 기사에서 사용된 주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관세(tariff)는 국가가 수입품에 부과하는 세금이며, 관세 인하는 해당국 상품의 가격 경쟁력을 높여 수출 증대에 기여할 수 있다. 비관세 장벽(non-tariff barriers)은 관세 외에 수입 규제, 기술·안전 기준, 현지조달 요건 등 형태로 무역에 영향을 미치는 제도적 장벽을 말한다. 쿼터(quota)는 특정 기간 동안 수입·수출 가능한 물량을 제한하는 제도로, 이번 협정에서는 미국산 원자재 사용량에 따라 쿼터가 산정된다. 핵심광물(critical minerals)은 산업 및 군사적 용도로 중요하여 공급 안정성이 전략적으로 중요한 금속·광물(예: 니켈, 코발트, 희토류 등)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MSCI의 ‘프론티어 시장’은 신흥국 중에서도 자본시장 규모와 유동성이 낮은 시장을 구분하는 분류이다.
시장·경제적 영향 분석
이번 협정은 단기적으로 인도네시아의 대미 수출 비용을 낮춰 수출 증가 압력을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팜유·커피·코코아·고무 등 관세 면제 대상 품목은 미국향 수출 가격 경쟁력이 개선돼 수출 물량 증가가 기대된다. 이는 관련 농업·가공업체의 외화 수입 증대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일부 업종에서는 고용 창출 효과도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한편 관세율 인하로 인한 정부 세수 감소 우려는 존재한다. 관세는 일부 수입 품목에 대한 과세 수단이므로 관세 인하가 바로 세수 감소로 연결될 수 있다. 다만 협정을 계기로 비관세 장벽 완화·제품 기준 수용 등 구조개혁이 병행될 경우 장기적으로는 외국인 직접투자(FDI) 유입, 산업 고도화 및 수출 다각화로 재정 건전성 회복이 가능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핵심광물 관련 조항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연장선상에서 주목된다. 인도네시아가 외국 자본의 과잉생산을 제한하고 채굴 할당량을 엄격히 적용할 경우 중국 기업의 영향력 축소와 함께 미국 및 서방 기업의 광물·정제 분야 투자 유인이 증가할 수 있다. 이는 니켈·코발트 등 전기차 배터리 원료 시장의 다변화로 이어질 수 있으며, 중·장기적으로 해당 금속의 글로벌 공급 안정성에 기여할 수 있다.
금융시장 관점에서는 이번 합의가 투자자 신뢰 회복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MSCI 경고와 무디스의 전망 하향으로 위축된 신뢰가 대미 무역협정과 대규모 투자 계약(약 384억 달러) 체결을 통해 개선될 경우 자본유입과 증시 반등 요인이 될 수 있다. 다만 정책 예측 가능성, 제도 실행력, 국내 정치 변수 등 불확실성이 여전히 존재하므로 투자 심리 완전 회복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제도 개혁과 법적·행정적 이행이 중요하다.
전망
종합하면 이번 협정은 인도네시아의 단기 수출 확대와 미국과의 경제·전략적 협력 심화를 기대하게 한다. 그러나 관세 인하로 인한 재정 영향, 합의 이행 과정에서의 규제·행정 리스크,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따른 시장 변동성 등을 고려할 때 성공적인 정책 실현과 시장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구체적 실행계획과 지속적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향후 90일 내 관련 법적 절차 완료 및 세부 쿼터 규정, 비관세 장벽 해소 방식이 실제로 어떻게 설계되고 집행되는지가 관건이다.
핵심 요약: 인도네시아와 미국은 관세를 19%로 낮추는 무역협정을 체결했으며, 팜유·커피·코코아·고무·향신료 등이 관세 면제 대상에 포함되었다. 인도네시아는 미국의 제품 기준을 수용하고 핵심광물 분야에서 외국기업의 과잉생산을 제한하는 등 전략적 협력을 약속했다. 이 협정은 90일 내 발효될 예정이며, 경제·시장 영향은 이행 여부와 추가 개혁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