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델리(NEW DELHI) — 인도는 오랫동안 추진해온 유럽연합(EU)과의 무역협정이 이달 중 타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무역 차관(Trade Secretary) 라제시 아그라왈(Rajesh Agrawal)이 목요일 밝혔다. 이 협정은 미국의 관세 압박 속에서 뉴델리로서는 새로운 시장을 확보하기 위한 최대 규모의 양자협정이 될 전망이다.
2026년 1월 15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양측은 수년간 논의해온 이 협정을 통해 경제적 유대를 심화하고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인도와 EU의 양자 무역액은 2024년 기준 1,200억 유로(약 1,400억 달러)로, EU는 인도의 최대 교역 파트너이다.
아그라왈 차관은 양측이
“매우 근접(very close)”
한 상태이며, 이달 중 정상회담 전에 협정을 마무리할 수 있는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의 무역협상은 계속 진행 중이며 양측이 준비되면 합의에 이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에는 양국 간 소통 단절로 협상이 결렬된 바 있다.
EU 측 고위 인사 일정로는 유럽이사회 의장 안토니오 코스타(Antonio Costa)와 유럽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 위원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Ursula von der Leyen)이 1월 25일~27일 인도를 방문하며, 1월 27일 인도·EU 정상회담을 공동 주재할 예정이라고 인도 외교부가 밝혔다. 유럽집행위원회는 27개 회원국을 대표해 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최근 EU 주재 대사들에게 신중한 낙관론을 표명했다고 복수의 소식통이 전했다.
주요 쟁점은 자동차와 철강 분야다. EU는 인도의 EU산 자동차에 부과되는 수입관세를 대폭 인하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일부 차량에 대해 인도의 관세율은 100%를 초과하기도 한다. 반면 인도는 EU의 탄소국경조치(carbon border levy)와 각종 세이프가드(safeguards)가 EU로의 철강 수출을 제한해 전체 EU 철강 수입을 줄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만약 협정이 타결되면 인구 14억명 이상의 광범위하고 보호주의적인 인도 소비시장이 유럽 상품에 개방되며,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글로벌 무역 흐름을 재편할 수 있다. 또한 미국·인도 간의 무역협정이 교착 상태에 머무르는 가운데 이 협정은 양측 모두에게 전략적 대안이 될 수 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과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인도 총리는 협상을 2025년 내 마무리하기 위해 신속 추진(fast-track)을 합의했고, 2022년 재개된 협상은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당시 미국 대통령이 인도를 포함한 교역 상대국에 관세 인상을 단행한 이후 탄력을 받았다.
브뤼셀은 최근 멕시코와 인도네시아와의 협정을 체결했고 인도와의 협상도 강화하고 있다. 뉴델리 역시 영국, 오만, 뉴질랜드와 양자협정을 타결한 상태다. 다만 브뤼셀의 일부 관계자들은 인도 협정이 범위와 관세 인하 폭 면에서 다른 자유무역협정보다 덜 야심적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농업·민감 품목은 협상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 무역부 관계자는 일부 민감한 농산품이 협상 테이블에서 빠져 있다고 밝혔으며, 인도는 수백만의 생계형 농민을 보호할 필요를 이유로 어떠한 무역협정에서도 농업 및 낙농 부문을 개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EU는 자동차, 의료기기, 와인·증류주, 육류 등 품목에 대해 큰 폭의 관세 인하와 더 강력한 지식재산권(IP) 규칙을 요구하고 있다. 인도는 노동집약적 품목에 대한 무관세 접근과 자동차 및 전자 부문의 신속한 인증·인정 절차를 요구하고 있다.
상품을 넘어 협정은 서비스 무역, 투자, 디지털 무역, 지식재산, 녹색기술 분야의 협력 확대와 유럽의 인도 내 제조업·재생에너지·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촉진하는 내용을 포함할 것으로 예상된다.
규제 정합성 및 민감한 부문 보호을 둘러싼 난제는 여전하다. EU는 또한 무역 파트너가 노동·환경 관련 국제기준을 준수할 것을 요구하며 파리기후협약에 대한 약속 문제도 아직 합의되지 않았다.
용어 설명 : 탄소국경조치(carbon border levy, 흔히 CBAM으로 불림)는 수입 제품에 대해 생산과정에서 발생한 탄소 배출량을 기준으로 추가 비용을 부과하는 제도로, 탄소 배출이 많은 국가에서 수입되는 제품의 경쟁력을 조정하고 국내 산업의 탈탄소화를 촉진하려는 목적이 있다. 1 세이프가드(safeguards)는 특정 수입품의 급증으로 자국 산업에 심대한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을 때 일시적으로 관세 인상 또는 수입량 제한을 허용하는 무역보호 조치이다.
경제적·시장 영향 분석 : 이 협정이 타결될 경우 단기적으로는 유럽산 소비재·중간재의 인도 시장 진입이 용이해져 해당 품목의 수입 증가 및 소비자 가격 하락 압력이 예상된다. 특히 관세가 대폭 인하되는 자동차·의료기기·주류 등 품목에서는 EU 기업의 경쟁력이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인도 내 경쟁이 심화되면 일부 국내 제조업체는 압박을 받을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협정이 투자 조항과 서비스·디지털 분야 개방을 포함할 경우 유럽의 인도 제조업·재생에너지·인프라 분야에 대한 직접투자(FDI)가 증가할 여지가 크다. 이는 인도의 산업 고도화와 고용 창출에 긍정적이지만, 투자 유입이 특정 산업으로 집중될 경우 산업 내 구조조정이 수반될 수 있다.
수출 측면에서는 인도의 철강 등 일부 산업이 EU의 탄소국경조치와 세이프가드로 인해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즉, 관세 인하로 유럽 상품의 인도 진출이 쉬워지는 한편, 인도의 일부 수출 품목은 EU의 비관세 장벽(환경·노동 규정, 인증·적합성 절차 등)에 의해 제약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이 협정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신호가 될 수 있다. 기업들은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인도-유럽 간 무역·투자 관계를 강화할 유인이 커지며, 이는 아시아·유럽 간 상품 흐름과 생산 거점 결정에 장기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향후 관전 포인트는 다음과 같다. 첫째, 관세 인하의 범위와 예외 품목이 어떻게 정해지느냐, 둘째, 자동차·의료기기 등 기술·안전 규제의 상호인정 여부, 셋째, 탄소국경조치 및 세이프가드의 적용 방식과 이에 따른 인도 수출품의 적응 방안, 넷째, 노동·환경 기준과 파리기후협약 관련 조항의 합의 수준이다. 1월 27일로 예정된 정상회담은 이러한 쟁점의 향방을 가늠할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인도·EU 무역협정은 무역·투자 관계의 전략적 재편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며, 타결 시 양측 기업과 소비자, 정부 정책에 각각 다른 형태의 기회와 도전 과제를 제시할 것이다. 다만 자동차·철강·농업·환경 규제와 같은 민감한 사안에서의 합의 여부가 최종 협정의 내용과 시장 영향의 폭을 결정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