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와 유럽연합(EU)이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은 세계 공급망 재편 속에서 인도의 무역 전략에 중대한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경제학자들이 평가한다. 이번 협정은 인도에 EU 관세 품목의 97%에 대한 우대접근권을 부여하며, 이는 무역가치 기준으로 99.5%를 포괄한다는 점에서 규모와 적용 범위가 매우 크다. 또한 상당 비중의 품목에 대해 즉시 관세 철폐가 적용될 예정이다.
2026년 2월 7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 협정의 범위와 깊이 때문에 일부 분석가들은 이를 “모든 거래의 어머니”라고 부르며, 인도의 수출 경쟁력에 미칠 잠재적 영향을 강조하고 있다. ING Economics는 협정이 인도가 미국 중심의 수출 구조에서 벗어나 EU 시장으로의 접근을 확대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협정의 핵심 수치는 다음과 같다: EU 관세 품목의 약 97%에 대해 우대접근권을 부여하고, 이 조항은 전체 교역가치의 99.5%를 커버한다. 일부 주요 품목군에 대해서는 즉시 관세가 철폐되며, 농업과 유제품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분야는 예외로 남겨 둔 균형을 유지했다. ING는 이 균형이 “국내 이해관계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시장을 확장할 수 있게 한다”고 평가했다.
무역구조와 전략적 함의
EU는 현재 인도의 수출 중 약 17%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21%)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시장 비중이다. 팬데믹 이후 EU의 비중은 약 3%포인트 증가했고, 대미 수출 구성과 유사한 점이 많으나 유럽행 수출은 석유제품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더 크다. ING는 고율 관세가 미-인도 무역관계에서 지속될 경우 인도가 수출 구성 자체를 대대적으로 바꾸지 않고도 EU로 방향을 전환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주요 수출품목과 수혜 부문
인도의 대EU 상품수출의 60% 이상은 소수의 품목군에 집중되어 있다. 해당 품목군에는 석유제품, 의약품, 전자제품, 광물이 포함되며, 여기에 자동차 부품과 섬유가 뒤를 잇는다. 이번 관세 철폐는 특히 노동집약적 산업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체적으로 해산물, 가죽·신발, 의류, 수공예품, 보석·귀금속, 플라스틱 및 완구 등이 혜택을 볼 가능성이 크다. ING는 이들 산업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 인해 고용 창출 측면에서 중요한 파급효과를 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감 부문 보호와 타협
협정은 농업과 유제품처럼 정치적으로 민감한 분야에 대해서는 일정한 보호를 유지했다. 동시에 식음료와 자동차 등 일부 품목에 대해 관세 인하를 합의함으로써 시장 접근 확대와 국내 이익 보호 사이의 균형을 시도했다. 이러한 구조는 인도의 내수 이해관계를 크게 훼손하지 않으면서 수출 기회를 넓히는 실용적 접근으로 평가된다.
투자 흐름과 서비스 분야의 영향
무역을 넘어 이번 협정은 투자 유입에도 영향을 미칠 여지가 있다. EU는 인도의 외국인직접투자(FDI)에서 약 15%의 비중을 차지하며, 네덜란드·독일·벨기에·프랑스가 주요 투자국이다. 역사적으로 EU 투자 대부분은 정보기술(IT)과 소프트웨어 등 서비스 부문으로 향했으나, ING는 통합 강화가 자동차·화학·건설 등 제조업 분야로 FDI를 되돌려 제조업 투자 모멘텀을 회복시킬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는 최근 인도의 순FDI 유입이 다소 둔화한 시점에서 주목할 부분이다.
서비스 분야는 협정의 또 다른 핵심 축이다. 인도는 이미 EU에 대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약 1% 수준의 서비스 수출을 기록하고 있으며, 서비스 수지에서 약 0.2%포인트의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번 합의에는 IT, 전문서비스, 교육, 비즈니스 서비스 등 144개 서비스 세부분야에 걸쳐 보다 폭넓고 깊이 있는 약속이 포함되어 있어 인도 서비스 제공자들에게 보다 예측 가능한 시장 환경을 조성할 것으로 보인다.
용어 설명: 이해를 돕기 위한 핵심 개념
관세 품목(tariff lines): 관세가 부과되는 상품 분류 단위를 의미한다. 한 나라의 관세 품목 중 97%에 대해 우대조치가 적용되면, 수입국 관세로 실질적인 수출장벽이 해소되는 범위가 매우 넓다는 뜻이다.
원산지 규정(Rules of Origin): 협정상 관세 혜택을 받기 위해 상품이 실제로 어느 나라에서 생산되었는지를 판정하는 기준이다. 원산지 규정이 엄격하면 혜택 실현에 필요한 행정·생산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비관세장벽(Non-Tariff Barriers): 표준·인증·위생·검역(SPS) 규정 등 관세 이외의 규제로, 협정에서 관세가 철폐되어도 이러한 규제가 실질적 시장 접근을 제한할 수 있다.
정책적·경제적 함의와 리스크
이번 협정은 인도의 수출 다변화 전략을 가속화하고 아시아 국가들의 수출 구조 변화에 중요한 동력을 제공할 수 있다. 특히 미국의 높은 관세가 지속되는 경우 인도가 EU로 전략적 전환을 단행할 수 있어 단기적으로는 수출 채널의 재배치가 가능하다. 노동집약적 산업의 관세장벽 완화는 고용 창출에 기여할 여지가 크며, 제조업으로의 EU 자본 유입 회복은 중장기적 산업 고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다음과 같은 리스크가 존재한다. 첫째, 농업·유제품 등 민감 산업에 대한 보호가 유지되는 한 해당 분야의 개선 여지는 제한된다. 둘째, 원산지 규정과 비관세장벽이 실제 혜택 실현의 장애물이 될 수 있다. 셋째, 협정 이행 과정에서의 규제정비·인증 체계 정비 비용은 기업에 추가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넷째, 국제정치적 요인(예: 제3국의 무역정책 변화)은 예측 불가능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경제지표 및 시장에 미칠 영향(전문적 분석)
관세 철폐로 수입가격이 하락하면 단기적으로는 EU 내 소비자 가격에 하향 압력을 줄 수 있고, 인도의 생산자들은 수출 경쟁력 강화를 통해 단위당 수출이익률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이는 기업의 이윤 개선으로 이어져 설비투자 확대 및 고용 회복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정책 효과는 원산지 규정과 비관세장벽의 실효성, 기업의 대응 능력, 글로벌 수요 사이클에 좌우될 것이다.
또한 서비스 분야의 예측 가능한 시장 접근성 강화는 인도의 IT·전문서비스 기업들이 장기 계약을 확보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하며, 이는 서비스 수지 흑자 확대에 기여할 수 있다. EU의 FDI가 제조업으로 확장될 경우 공급망 내에서 가치사슬 상향 이동과 기술이전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이번 협정은 인도의 무역 다변화 야망과 아시아의 진화하는 수출 지형 모두에 중요한 이정표를 표시한다.” — ING Economics
결론
인도와 EU의 이번 FTA는 규모와 범위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며, 단기적으로는 관세 인하 혜택을 통해 경쟁력 강화와 수출 다변화를 촉진할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제조업 FDI 회복, 서비스 수출의 안정적 확대, 고용 창출 효과가 기대되나, 원산지 규정·비관세장벽·정치적 불확실성 같은 제약요인이 실효성의 관건이다. 향후 관세 철폐 조치의 시행세칙과 기업들의 적응 속도가 협정의 실질적 성과를 좌우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