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IT 업계의 구원투수인가 악몽의 시작인가

Investing.com이 2025년 9월 13일(현지시각) 공개한 크레디트 리서치 기관 케플러 슈브뢰(Kepler Cheuvreux)의 대형 보고서에 따르면, 인공지능(AI)을 둘러싼 투자자 심리가 갈라지고 있다. 보고서는 ‘AI가 IT 산업 전체에 축복이 될지, 아니면 저주가 될지’라는 도발적인 질문을 던지며, AI 열풍의 실질적 수혜 범위와 리스크를 동시에 짚었다.

2025년 9월 13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케플러 슈브뢰는 ‘AI 도입 가속화로 기록적인 인프라 투자·투자 라운드·연구개발(R&D) 예산 재편이 벌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구체적 수익 창출 모델이 검증되지 않아 시장은 ‘AI 상업화의 결정적 증거’를 아직 찾지 못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보고서는 최근 몇 달간 AI 인프라에 투입된 자금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음에도, 주가 흐름은 엇갈렸다고 분석했다. 액센츄어, 어도비, 세일즈포스 등 전통적 소프트웨어 대장주가 약세를 면치 못한 반면, 시장이 ‘AI의 진정한 승자’로 평가한 소수 기업은 견조한 상승세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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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플러 슈브뢰 애널리스트들은 ‘AI는 클라우드 전환보다 훨씬 더 혁명적이며, 모든 플레이어가 신속하고 과감한 변신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동시에 ‘전통적 소프트웨어 모델이 종말을 맞을 것’이라는 디스토피아적 전망은 과장됐다고 선을 그었다.


SaaS(Software as a Service)란?
일반 사용자가 SW를 구독형으로 클라우드에서 이용하는 형태로, 별도 설치 없이 웹·앱으로 접속해 쓰는 모델을 말한다. 한국 기업·개인에겐 MS 오피스 365, 어도비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 등이 대표적 예다.

보고서는 마이크로소프트(MS) CEO 사티아 나델라가 던진 ‘SaaS는 죽었다’라는 발언을 “모든 사업 모델이 AI 시대에 맞춰 빠르게 재탄생해야 한다는 경고음”으로 해석했다. 나델라는 기존 구독형 소프트웨어만으론 고객 가치를 설명하기 어려운 시대로 진입했다고 본다.

소프트웨어 벤더들은 ‘가장 시급한 과제’를 안고 있는 반면, IT 서비스 기업(컨설팅·SI)은 AI 기반 효율화로 프로젝트 단가가 압박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서는 전망했다. 쉽게 말해 더 적은 인력·시간으로 개발이 가능해지면 고객사는 가격 인하를 요구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한편 리셀러(Reseller)는 직접적 충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측됐다. 오히려 MS ‘코파일럿(Copilot)’과 같은 AI 특화 업셀링이 활발해지면, 추가 매출 기회가 열릴 수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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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플러 슈브뢰는 결론적으로 ‘AI는 전 산업에 디지털 전환(digitalisation)의 필요성을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며, 각 기업의 적응 속도에 따라 명암이 갈릴 것으로 내다봤다. 즉 누가 먼저 AI를 ‘돈이 되는 솔루션’으로 재해석하느냐가 관건이라는 의미다.


전문 기자 해설

AI 광풍은 2010년대 클라우드 혁명보다 훨씬 짧은 주기로 시장 지형을 뒤흔들고 있다. 클라우드는 물리적 인프라를 클라우드로 옮기는 ‘이관(리로케이션)’이 주된 과제였지만, 생성형 AI가 요구하는 것은 ‘비즈니스 프로세스 자체의 재설계’다. 프로젝트 비용·인력 구조·고객 계약 모델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 변화가 불가피하다.

한국 기업 입장에선 ▲생산성 극대화▲비용 구조 혁신이 동전의 양면처럼 동시에 다가온다. 예컨대 SI 대형 고객이 원하는 ‘초저가·초단기’ 납기 요구는 협상력을 약화시킬 수 있으나, 반대로 AI 서비스형 솔루션(PaaS·BaaS)에 선제 투자한다면 새로운 매출원을 확보할 가능성도 크다.

궁극적으로 애널리스트들이 언급한 ‘AI가 클라우드를 넘어서는 변곡점’은, 한국의 스타트업·중견 SW기업에게도 대규모 기회이자 생존 시험대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