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붐에 메모리칩 사상 최대 수익…그러나 경기순환 리스크는 여전

인공지능(AI) 수요 급증이 메모리칩 업계의 수익성을 사상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최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주요 메모리칩 제조업체들은 폭발적인 AI 수요에 힘입어 전례 없는 수준의 수익 급증을 누리고 있다.

특히 마이크론 테크놀로지(NASDAQ:MU)는 불과 3년 전만 해도 역대 최대 규모의 기업 손실을 기록했지만, 현재는 미국에서 여섯 번째로 가장 수익성이 높은 종목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회사의 향후 12개월 예상 이익은 1,000억 달러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으로 추정되며, 이는 메타 플랫폼스버크셔 해서웨이의 예상 순이익을 웃도는 수준이다.

2026년 5월 17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 같은 급격한 실적 개선은 메모리 반도체 업계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으며, 경쟁사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도 세계 반도체 제조 사이클의 유리한 구간에 진입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은 보통 공급과잉과 가격 급락, 그리고 이후의 회복이 반복되는 경기순환 산업의 전형으로 꼽힌다.

고대역폭 메모리(HBM)는 AI 연산에 필요한 데이터를 빠르게 주고받을 수 있도록 설계된 차세대 메모리다. 일반적인 메모리보다 처리 속도가 높아 대형 언어모델과 데이터센터 서버 수요 확대의 핵심 수혜 제품으로 분류된다.

HBM 칩의 가격과 수익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미국 S&P 500 기업들의 실적 전망치를 잇따라 상향 조정하고 있다. 동시에 한국의 두 대형 반도체 기업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며, 이들은 올해 세계 주식시장에서 가장 뛰어난 성과를 내는 시장으로 국내 증시의 상승을 이끄는 축으로 지목되고 있다.

다만 메모리칩 산업의 기초 체력은 여전히 막대한 설비투자와 장기 투자기간에 묶여 있다. 반도체 공장인 팹(fab)은 건설에 많은 시간과 자본이 필요하며, 고정비 부담이 큰 탓에 완공된 시설은 대체로 최대 가동률로 운영되기 쉽다. 이 같은 구조는 시간이 지나 공급이 과잉으로 쏠릴 경우 시장 가격을 끌어내리고 기업 이익을 급격히 훼손하는 패턴으로 이어져 왔으며, 2022~2023년의 침체가 대표적 사례다.

현재의 높은 수익성은 이미 공격적인 증설을 촉발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뉴욕, 아이다호, 버지니아에서 제조시설을 새로 짓거나 확장하는 데 1,500억 달러를 투입하기로 했으며, 한국에서도 새로운 인프라 구축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업황 호조가 길어질수록 공급 확대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시장은 향후 가격과 마진의 정점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주가 측면에서도 경고 신호는 있다. 이달 초 마이크론은 선행 주가수익비율(P/E) 기준 10배 미만에 거래되며 S&P 500 내에서 미래 이익 대비 세 번째로 저렴한 종목으로 꼽혔지만, 과거 사이클을 보면 낮은 밸류에이션은 종종 반도체 업황이 절정에 달했을 때 나타났다. 실제로 마이크론 주가는 2022년 침체기 당시 선행 P/E 9배 수준에서 정점을 찍은 뒤 그해 시가총액의 절반을 잃었다.

여기서 선행 P/E는 미래 12개월 예상 순이익 대비 주가가 몇 배인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이 수치가 낮으면 겉으로는 싸 보이지만, 실적이 정점에 가까울 때는 오히려 이후 이익이 꺾일 가능성을 반영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현재의 낮은 밸류에이션만으로 추가 상승 여력을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해석이 나온다.

기술 발전 역시 장기적으로 메모리 수요의 흐름을 바꿀 변수로 꼽힌다. 대형 언어모델이 더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방향으로 개선될 경우, 데이터센터가 필요로 하는 물리적 메모리의 총량은 구조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 이는 AI 붐이 메모리 수요를 계속 밀어올릴 것이라는 기대와 별개로, 중장기적으로는 수급 균형과 가격 구조에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뜻한다.

한편 반도체 장비와 인프라 쪽으로도 열기는 확산되고 있다. 신규 하드웨어 업체인 세레브라스 시스템스(Cerebras Systems Inc)는 지난 목요일 기업공개(IPO)에서 55억5,000만 달러를 조달했으며, 상장 첫날 주가가 두 배 이상 뛰었다. 이는 AI 관련 하드웨어 생태계 전반에 자금이 몰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풀이된다.


종합하면 AI 붐은 메모리칩 업계에 단기적으로는 강력한 호재이지만, 대규모 증설과 경기순환의 특성상 향후에는 공급과잉과 가격 조정이라는 전통적 위험이 다시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주요 업체들은 당분간 실적 개선의 수혜를 누릴 수 있지만, 투자자들은 HBM 수요의 지속성, 설비투자 규모, 그리고 AI 모델의 효율화 속도를 함께 살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