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으로 관세 폭풍 넘는 미국 제조업체들, ‘적시생산’ 재가동

미국 잔디깎이 제조업체 The Toro Company(이하 토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글로벌 무역 관세에도 크게 동요하지 않는 모습이다. 공급 충격에 대비해 창고를 가득 채우는 대신, 필요 최소한의 재고만을 유지하며 수익성을 방어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2025년 8월 13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토로의 공급망 최고책임자(CSO) 케빈 카펜터는 미니애폴리스 본사 사무실에서 “현재 우리 재고는 팬데믹 이전인 2019년 수준”이라며 “머지않아 모든 제조업체가 2019년 레벨로 복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화이트보드 앞에서도 여유 있는 표정을 잃지 않았다.

미국 제조업체들은 올해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추가 관세 일정에 맞춰 ‘선(先)주문·후(後)관세’ 전략을 반복적으로 구사했다. 하지만 관세 시행이 수차례 연기되면서 재고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에 따르면 팬데믹 이후 급증했던 산업계 재고는 대체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Just in Time(적시생산·JIT)’ 방식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JIT는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만 자재를 조달재고비용과 낭비를 최소화하는 일본식 생산·물류 기법이다. 그러나 관세 변동, 수출금지, 지정학적 분쟁이 빈발하는 환경에서 어떻게 JIT를 유지할 수 있을까.

제조업체들이 내놓은 해답 중 하나가 바로 인공지능(AI)이다. 카펜터는 매일 아침 도널드 트럼프의 소셜미디어 게시물부터 철강 가격 동향까지 공급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뉴스를 AI가 요약·편집한 맞춤형 팟캐스트로 청취한다고 설명했다. 그의 팀은 생성형 AI를 활용해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어느 공급처에서 언제 얼마만큼의 부품을 구매할지 권고받는다.

“도구가 ‘해당 공장에서 100톤을 옮겨라’라고 제안하면, 우리는 단순히 ‘수락(accept)’ 버튼을 누르면 됩니다.” — 맷 조핌, 맥킨지 공급망 컨설턴트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2024년 27억 달러 규모였던 생성형 AI 포함 공급망 소프트웨어 지출2029년 550억 달러까지 확대될 수 있다. 독일 SAP, 미국 오라클·쿠파·마이크로소프트, 파나소닉 계열 블루욘더가 매출 기준 글로벌 상위 공급망 SW 업체로 꼽힌다.


AI 에이전트(Agent)란?
AI 에이전트는 학습 능력을 갖추고 자체 결정을 내리는 소프트웨어로, 실시간 뉴스·관세 시나리오·계약 갱신일·기상 정보 등을 통합 분석해 최적의 조달·생산·물류 계획을 제안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AI 만능론’에 경계심을 보인다. 핀란드 크레인 제조사 코네크레인스의 미나 아이라 커뮤니케이션 총괄은 “AI가 해상 테러를 예측할 수 있는 날을 고대하고 있지만, 아직은 요원하다”며 “AI는 만능열쇠(silver bullet)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코네크레인스는 이미 기상 정보, 교량 높이 데이터 등을 AI가 조합해 높이 106m에 달하는 항만용 크레인 운송 경로를 최적화하고 있다. 토로 역시 AI 덕분에 인력 충원 없이도 공급망 팀을 운영하고 있다.

“AI가 언젠가 제 일자리를 가져갈까 걱정되냐고요?
제 아이들이 대학을 졸업할 때까진 그러지 않았으면 합니다!” — 케빈 카펜터, 토로 CSO

비용 절감 효과
재고를 줄이면 자금이 묶이지 않아 금융·보관비를 절감할 수 있다. 맥킨지 조사 결과, ‘재고 확충’을 완충 전략으로 삼았던 기업 비중은 2022년 60%에서 2023년 34%로 급감했다. 가트너의 노하 토하미 애널리스트는 “가시성이 떨어지면 자연스럽게 재고를 쌓게 된다”며 AI 도입 필요성을 역설했다.


전문가 시각 및 전망
기자는 AI 기반 공급망 관리‘적시생산 2.0’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본다. 관세·환율·지정학 리스크 등 불확실성이 장기화될수록, 데이터 통합과 실시간 의사결정 역량은 기업 경쟁력의 핵심으로 부상한다. 다만, 데이터 거버넌스 투자와 인적 역량 강화 없이는 AI 도구가 본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결국 AI는 인간 의사결정을 보조하는 ‘협력적 파트너’로 정착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