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 이탈리아 중앙은행(Banca d’Italia)은 6월 국내 은행권 예금 증가율이 큰 폭으로 둔화됐다고 12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동시에 기업 대출은 전월의 감소세에서 벗어나 소폭 회복세를 보였다.
2025년 8월 11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6월 예금 잔액은 전년 동월 대비 0.5% 증가해 5월의 3.8% 증가율 대비 크게 둔화됐다. 이는 가계와 기업이 고금리·고물가 환경 속에서 현금성 자산의 유동성을 높이면서도 투자·소비 결정을 미루고 있음을 시사한다.
대출 부문에서는 같은 기간 은행의 기업 대출이 전년 대비 0.3% 증가해, 5월의 1.4% 감소에서 반등했다. ※ 이는 유럽중앙은행(ECB)의 고금리 기조에도 불구하고 일부 기업이 운전·설비 자금 조달을 재개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탈리아 은행권의 은행채(銀行債) 발행도 회복세를 보였다. 6월 은행채 발행 잔액은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해 5월의 0.2% 감소에서 플러스로 전환됐다. 은행채는 은행이 자금 조달을 위해 발행하는 채권으로, 투자자에게는 예금 대비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대신 발행 은행의 신용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상품이다.
“예금 증가 둔화는 가계가 이미 저축해둔 현금을 쓰고 있다는 의미일 수 있으며, 은행채 발행 확대는 은행권이 예금 유출에 대비해 장기·고정금리 자금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용어 해설
은행채(Bank Bonds)란 은행이 자체적으로 발행하는 회사채 성격의 채권을 의미한다. 예금보험의 보호를 받는 예금과 달리, 은행채는 발행 은행이 부실화될 경우 원리금을 회수하지 못할 위험이 존재한다. 그 대가로 일반 예금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이율을 제공한다.
전문가 해설 및 전망
전문가들은 예금 증가율이 한 자릿수 초반까지 둔화된 점에 주목한다. 이는 ECB의 통화 긴축 기조가 이탈리아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누적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대출 수요가 저조해지자 은행은 수익 확보를 위해 고정금리 은행채 발행을 늘리면서 조달 구조를 다변화하는 전략을 선택하고 있다.
기업 대출이 소폭 회복된 것은 에너지·제조업을 중심으로 일부 투자가 재개된 덕분으로 분석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탈리아의 높은 공공부채와 취약한 경제 구조를 감안할 때, 대출 회복세가 지속될지는 유럽 전체 경기 흐름과 금융시장 변동성에 달려 있다고 지적한다.
결론적으로 예금 둔화와 은행채 확대는 은행권 자금 조달원 구성에 변화를 예고한다. 이탈리아 은행들이 유동성 관리를 강화하면서도 대출 포트폴리오 조정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아, 가계·기업의 자금조달 비용 변동에 주의가 필요하다.